논란 끝에 박정희 동상 조례 대구시의회 통과···민주당 1명만 반대 표결

박정희 우상화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규탄에도
시의회, 방청객 퇴장 시키고 표결 강행해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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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가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조례안을 최종 의결했다. 홍준표 시장이 박정희 동상 건립을 추진하면서 제출된 조례안은 시민사회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수정을 거쳐 의회를 통과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조례안 통과 이후에도 동상 건립 반대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2일 오전 10시 열린 대구시의회 308회 3차 본회의에서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안이 표결 끝에 재석 32명 중 30명 찬성(반대 1, 기권 1)으로 통과됐다. 의회 내에서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육정미 의원(비례)은 반대 토론에 이어 반대표를 던졌고, 이성오 의원(국민의힘, 수성3)이 기권했다. 이 의원은 표결 이후 자신은 찬성 표결했다며 표결 결과에 오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정희 동상 건립 조례안 의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조례안 처리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본회의 방청에 나서서 조례 제정을 규탄하고 나섰지만, 3~4분간 시의회 청경들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퇴장당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회의장에 출석한 홍 시장을 향해 “어떻게 범죄자의 동상을 세울 수 있느냐, 부끄럽다. 홍준표 시장, 대구를 더 이상 망치지 말라”고 소리쳤고, 홍 시장은 미소 지으며 상황을 지켜봤다.

반대 단체 관계자들이 모두 퇴장된 후 이어진 회의에서 육정미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박정희 동상 건립의 부당성을 강변했다. 육 의원은 “대구시는 작년 11월 비상재정을 선포하고 2024년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청년월세지원, 해피맘콜, 임산부 교통서비스 예산까지도 대구시는 매칭을 하지 않았다. 작년 한 해 대구에선 음식점 8,919곳이 문 닫았고, 폐업률이 가장 높다. 청년 자살률 전국 1위다. 이런 순간에 동상 건립이 피 같은 세금 쓸 만큼 가치 있는 일이냐”고 비판했다.

의회 내 반대 의견이나 시민사회계의 반대가 잇따랐지만 대구시의회는 사실상 만장일치로 조례안을 의결했다. 애초 대구시가 제출한 3개 조항 조례안에 추진위원회 구성과 기능을 규정한 2개 조항을 더 추가하는 수정을 거친 게 전부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조례안 의결을 규탄하고 있다.

조례가 통과된 직후 시의회 밖에선 박정희 정권 시절 대표적 간첩 조작 사건인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피해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홍 시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저희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로 몰린 아버지의 감금과 죽음으로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누명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며 “지금도 그 시절 악몽과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대법원 재심 판결로 박정희 정권의 무도한 고문 수사로 조작된 간첩단 사건임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판결로 저희 유가족은 조금이나마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며 “그런데 웬 마른하늘에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건립한다니, 이 무슨 가당찮은 일이란 말인가. 정녕 이 나라 대한민국은 민주국가가 맞긴 맞나”라고 우려했다.

끝으로 “부탁드린다. 제발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건립을 막아주시라”며 “내년 2025년 4월 9일은 인혁 열사들이 박정희에 의해 사법살인을 당한지 50년이 되는 해다. 지난 50년의 세월을 되돌아보기도 싫은 저희 가족들은 이제 분노를 넘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만 가득 안고 살아가고 있다. 모두 힘을 모아 친일 독재자 박정희 우상화, 동상 건립을 막아주시라”고 호소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