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군민들, “한민구, 말은 협조요청⋯사실은 언론 압박”

한민국 국방부 장관-대구경북 지역언론 국장단 기자간담회
2군사령부 앞에서 울려 퍼진, “대학살 정부, ‘개누리’ 물러가라!”

13:59

“세월호 아이들 다시 보게 됐습니다, 그 사건. 300명 애들 침몰하는데, 가만있으라. 이상 없다. 이렇게 말하던 선장이나, 4만5천 군민들 죽어가는데, 대학살당하게 생겼는데, 전자파 이상 없으니 그대로 살아라. 이렇게 말하는 정부가 뭐가 다릅니까. 대학살 정부, 개누리(새누리당을 비하에서 부르는 말) 물러가라!”

밀짚모자와 마스크로 뙤약볕을 막고, 한 손에는 태극기, 몸에는 “사드 없는 대한민국, 행복한 우리 한국, 평화를 원한다”라고 직접 쓴 몸자보를 두른 여성이 분노에 차 소리쳤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지역언론사 국장단 기자간담회에 항의하기 위해 성주군민들이 제2군작전사령부를 찾았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지역언론사 국장단 기자간담회에 항의하기 위해 성주군민들이 제2군작전사령부를 찾았다.

스스로 성주군청 앞에서 사는 새댁이라고 밝힌 여성은 18일 오전 11시 17분께 대구 수성구 만촌동 육군 제2작전사령부 정문 앞에 도착했다. 비슷한 몸자보를 두르고 마스크와 밀짚모자를 쓴 다른 여성 둘과 성주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다는 박수규(54)씨와 함께였다.

이들이 사령부 정문에 도착한 직후 헬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들과 직선거리로는 불과 50m도 떨어져 있지 않지만, 담벼락으로 막힌 부대 안으로 헬기를 타고 내려앉았다. 잠시 후 11시 30분부터 예정된 지역 초청언론사 편집국장 및 취재본부장과 사드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헬기를 타고 사령부에 도착한 후 이동하기 위해 차량으로 옮겨타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헬기를 타고 사령부에 도착한 후 이동하기 위해 차량으로 옮겨타고 있다.

앞서 한 장관이 지역언론사 국장단을 따로 불러 사드 관련 간담회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성주 군민들은 ‘여론을 호도하려 한다’며 분노했다. 이들은 17일 늦은 밤까지 진행된 사드 반대 촛불 집회에서 토론을 통해 2군 사령부를 찾아가 간담회에 항의하기로 결정했다.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 차원에서 찾아가기보단 참여 여부를 군민 개개인의 자율 의사에 맡겨 방문토록 했다.

박수규 씨는 “한민구 장관이 언론 관계자분들에게 무슨 이야길 할까. 우리는 사실 정부를 못 믿어요. 그런 분들이 언론에 할 수 있는 건 말은 협조 요청이지만, 사실은 언론에 대한 압박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박 씨는 “전반적으로 언론을 통해서 국민 여론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의 입장에 악영향을 미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것 같고, 오늘 여기 온 것도 그 일환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성주

이어 성주군청 앞에 살고 있다는 여성도 “진보 쪽에선 자업자득이라고 하고, 여당 쪽에서는 우리 보고 북한 빨갱이 지령받았다고 욕도 얻어먹었다”며 “저는 진짜 ‘개누리’만 찍던 사람인데요. 한편으론 받아들이겠다. 우리가 정말 자업자득이 맞다. 그래서 우리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댓글 공작이 있다고 믿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있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며 “제가 아무리 성주 주민이라고 글을 남겨도 북한 빨갱이X 이라고 한다”며 “처음엔 성주에 들어온다고 해서 사드를 잘 알게 됐고, 이제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사드를 반대한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를 대변한다는 ‘개누리’, 이완영 지역구 의원은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우리 군민 의견과 전혀 다르다”며 “우리는 새누리당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군민들이 자체적으로 사드 반대 서명운동도 하고 있다. 우리는 사드를 찬성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경찰은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10시 40분께부터 경찰 1개 중대를 동원해 2군 사령부 정문에서 경비 업무를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