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5도 라이프] ② ‘이동’엔 탄소배출이 그림자처럼 쫓아온다

급식 대신 도시락 싸는 교사 황인랑 참가자
전근 오며 교통, 주거에너지 늘어 고민
"미래세대에게 환경 가치 알리고파"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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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구광역시환경교육센터(대구환경교육센터, 센터장 정철)는 녹색전환연구소와 <한겨레21>가 진행한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참고해 지역 참가자를 모았다. 녹색전환연구소에서 개발한 탄소배출 계산기를 참고해 참가자들은 한 달 간 매일 탄소일기를 작성해 일상의 탄소배출량을 확인했다. <뉴스민>은 전 씨를 포함한 참가자들의 탄소배출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탄소저감정책을 함께 고민해봤다. 

[대구 1.5도 라이프] ① 곰탕을 먹었을 뿐인데···탄소배출량이 폭증했다
[대구 1.5도 라이프] ③ 죄다 고기 파는 식당인데···선택지가 없다
[대구 1.5도 라이프] ④ 출퇴근길이 멀어질수록 탄소는 뒷좌석에 몰래 탄다
[대구 1.5도 라이프] ⑤ 옷장을 열었더니 탄소가 쏟아져 나왔다
[대구 1.5도 라이프] ⑥ “친환경적으로 산다고 여겼는데···삶이 곧 탄소배출”

▲그럼에도 황 씨가 탄소배출을 막을 수 없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교통이다. (사진=microsoft designer)

금요일 저녁 학교 근무를 마치고, 경북 경주에 있는 집으로 갔더니 탄소배출량은 2만g(1만 9,642g)에 육박했다. 중형 자가용 기준으로 1km당 161g의 탄소배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교사 황인랑(56) 씨는 교통 분야에서 탄소배출이 적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처음 숫자로 체감했다.

황 씨를 포함한 대구시민 63명은 지난달 30일부터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 달 동안 매일 탄소배출량을 기록하고,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실천 활동을 하고 있다. 탄소배출 부문은 먹거리에서부터 여가, 서비스, 상품, 교통, 주거 분야를 나눠 기록했다.

황 씨의 라이프 스타일은 저탄소를 지향한다. 먹거리는 비건식으로 주로하고, 상품 구매도 잘하지 않아서 보유한 옷도 10년 이상된 것이 많다. 20리터 쓰레기 봉투를 하나 가득 채우는데도 2달 가량이 걸린다. 그럼에도 황 씨가 탄소배출을 막을 수 없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교통이다.

황 씨는 경주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하다 올해 3월부터 대구 달성군에 있는 중학교로 전근을 왔다.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대구 아파트에서 지내며 출퇴근하고, 금요일 저녁엔 경주로 가 주말을 보낸다. 월요일 새벽에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생활을 벌써 1년 가까이 하고 있다. 출퇴근 외에도 업무 출장으로 지역 이동도 많은 편이라 교통 부문 탄소배출 비중이 컸다.

실제로 뉴스민이 확보한 참가자 9명의 1주차 탄소배출량을 살펴보면, 황 씨는 다른 8명의 교통 분야 탄소배출량 평균치(1만 8,647g)보다 약 8배 더 많이 배출했다. 다른 8명 중 본인 또는 가족이 자가용을 보유하지 않는 이는 1명 뿐이지만, 주간 탄소배출량은 최대 4만g을 넘기는 이는 없었다. 이들에 비해 황 씨가 1주에만 교통 부문에서 14만g 가량을 배출한 건 출퇴근이나 출장을 이유로 대구와 경북을 오가는 장거리 운전 영향이 크다. 직장 문제로 대구와 경북을 오가는 다수의 시민도 유사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황 씨는 “대구교육청 등 업무로 출장을 갈 일이 있으면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우선 타려고 한다. 그렇지만 상황에 따라 자가용 이동이 불가피하다”며 “자가용 외에도 시외버스, 대구 시내버스, 기차까지 골고루 다 포함돼 있다. 교통 이동이 많다”고 설명했다.

▲ 황인랑 씨는 교통 부문 베출량 비중이 참가자들 가운데 두드러지는 편이다. 직장과 생활에서 장거리 이동이 많아 1주차에 14만 8,755g으로 높았다. 황 씨는 대중교통 이용 등으로 10만 9,677g(2주차), 11만 3,404g(3주차)으로 줄이고자 노력했다. 1인 가구로 직장 근처 거주지가 있어 이에 따른 주거(에너지) 비중도 상대적으로 큰 편으로 나타났다. 먹거리 분야에선 비건을 지향하는 덕에 비중이 적다. 특히 1주차 먹거리 부문 3만 9,790g에서 1만 9,128g(2주차), 1만 8,155g(3주차)로 크게 감소했다. 여가 부문에선 2주차의 현장 체험학습 비중이 컸다.

장거리 지역 이동으로 교통 부문 탄소배출 높아
탄소일기 엑셀 스프레드 셀 ‘빨간색’으로 바뀌어
먹거리 부문, ‘비건’ 지향으로 도시락 싸다녀

황 씨는 도전 첫날엔 2박 3일 전북 익산으로 학생들 체험학습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여가(국내 여행 중 숙박)가 1박당 8만 5,190g으로 훌쩍 뛴 것도 큰 탄소배출 분야였다. 이 기간엔 비건을 주로하는 먹거리에도 제동이 걸렸다. 동시에 지역 간 장거리 교통으로 인한 탄소배출량 역시 1만 9,110g과 1만 9,838g으로 훌쩍 올라 황 씨를 놀라게 했다. 편도 120km 정도 되는 경북 상주 어머니 댁에 간 날은 교통만 3만 5,356g으로 기록됐다. 탄소일기를 기록하는 엑셀 스프레드 셀은 빨간색으로 자동으로 바뀌었다.

1인 가구인 황 씨는 소비재, 주거(에너지)에도 적지 않은 탄소배출량이 나왔다. 해당 항목에는 사용 인원을 함께 기록할 수 있는데, 2인 이상 가구는 나누기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배출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황 씨의 경우 직장으로 인해 경주와 대구에 주거지가 각각 있어 이에 따른 주거(에너지) 탄소배출량이 함께 계산돼 탄소배출량이 더 커졌다.

3주 차 기준 황 씨의 배출량을 연간(일간)으로 환산하면 13t(3만 6,003g). 목표로한 연간 5.9톤(일간 1만 6,164g)보다는 2배 가량 많지만, 평균적인 1인당 배출량 수준에는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1인당 탄소배출량은 2022년 기준 연평균 14.1t으로 추정된다.

도전을 하는 동안 황 씨는 교통과 먹거리 부문에서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기차·시외버스를 이용해 경주와 대구를 오가거나, 자가용으로 장거리를 이동할 때도 되도록 적은 거리를 이동하려고 했다. 1km당 161g이 배출되는 자가용 보다, 버스와 철도는 각 91g, 14g으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황 씨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황 씨는 “대구 집에는 짐이 거의 없어서 매주 옷이나 필요한 것들을 챙겨 다녀야 하는데, 대중교통을 타고 오가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자가용으로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대중교통은 시간이 안 맞으면 편도를 기준으로 4~5시간을 잡고 움직여야 하니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비건 지향 식단을 선호하는 황 씨의 먹거리 탄소배출량은 적은 편이다. 학교 근무자들의 대표적 복지처럼 꼽히는 급식 대신 번거롭더라도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배달음식도 손에 꼽을 정도다. 황 씨는 “채식 위주로 먹으려고 한다. 급식에는 아이들에 맞추다 보니 아무래도 고열량 단백질 위주의 육류가 빠지기가 어렵다”며 “스스로 육류 메뉴는 찾아서 안 먹으려고 하는 편인데 회식을 하거나, 여러 사람들이랑 먹을 때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황인랑 씨의 점심 도시락. 톳을 넣은 밥에 두부와 어묵조림, 파프리카 반찬 등이 보인다.

소비에서도 패스트패션을 지양하고, 플라스틱 대신 유리병이나 스테인리스 용기로 대체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그는 “옷은 대부분 10년 전에 구입했거나 아니면 지인들에게 받은 것들이고, 대형마트 대신 생협에서 장을 본다”며 “일회용품 사용을 하지 않고, 7년 전에 유리병과 스테인리스 용기로 바꾸어서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는다. 물티슈와 휴지도 안 쓰려고 한다. 쇼핑 등 소비를 많이 안 하다 보니 쓰레기가 적은데, 20리터 쓰레기봉투를 채우려면 2달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만든 업사이클링 목걸이 걸고
학교에서 텃밭도 가꿔
학생들에 환경교육 고민하기도

황 씨는 학생들과 해변 쓰레기에서 모은 유리조각을 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었다. 황 씨가 재직 중인 학교는 지난해 학교환경교육 활성화 유공학교로 선정될 만큼 환경교육 활동이 많은 편이다. ‘진로’ 과목을 담당하는 황 씨는 수업을 통해서도 학생들에게 환경 가치를 알리기 위해 고민한다.

그는 “학교의 지난해와 올해 전기, 수도 요금을 비교 분석하는 수업을 하고 에너지를 줄이도록 독려했다. 또 학생들은 우유갑을 행정복지센터에서 휴지로 바꿔오거나, 텃밭 가꾸기도 한다”며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환경 효능감을 느끼면서 조금이나마 좋은 습관들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것도 바로 교육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 학교 뒤편에 있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텃밭. 황인랑 씨가 자신의 가지와 바질 등 텃밭 작물을 살펴보며 직접 맛보고 있다.

“학생들에게 그런 이야길 많이 해요. 선생님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환경이 괜찮겠지만, 너희가 살아갈 때를 생각하면 하루하루 더 더워질 거고, 환경이 나빠질 것 같다고. 그래서 나는 너희들을 위해서 이런 실천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줘요. 제가 살아있을 동안엔 지구가 1.5도 올라가도 살 수는 있겠죠. 그런데 지금 중학생인 이 아이들이 마흔 살이 됐을 때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있을까요. 저 하나라도 더 나은 지구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어요.”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