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대구광역시환경교육센터(대구환경교육센터, 센터장 정철)는 녹색전환연구소와 <한겨레21>가 진행한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참고해 지역 참가자를 모았다. 녹색전환연구소에서 개발한 탄소배출 계산기를 참고해 참가자들은 한 달 간 매일 탄소일기를 작성해 일상의 탄소배출량을 확인했다. <뉴스민>은 전 씨를 포함한 참가자들의 탄소배출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탄소저감정책을 함께 고민해봤다.
[대구 1.5도 라이프] ① 곰탕을 먹었을 뿐인데···탄소배출량이 폭증했다
[대구 1.5도 라이프] ② ‘이동’엔 탄소배출이 그림자처럼 쫓아온다
[대구 1.5도 라이프] ④ 출퇴근길이 멀어질수록 탄소는 뒷좌석에 몰래 탄다
[대구 1.5도 라이프] ⑤ 옷장을 열었더니 탄소가 쏟아져 나왔다
[대구 1.5도 라이프] ⑥ “친환경적으로 산다고 여겼는데···삶이 곧 탄소배출”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 돼지·소·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은 1인당 60㎏로, 쌀 소비량 56.4㎏을 넘었다. 외식 메뉴도 대부분 육식인 상황에서 저탄소를 지향하기란 쉽지 않은 조건이다. 먹거리 분야에서 탄소 배출이 적은 이들은 외식 대신 주로 도시락과 집밥을 먹었다.
전희택, 황인랑 씨 등 대구시민 63명은 지난달 30일부터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이들은 한 달 동안 매일 먹거리에서부터 여가, 서비스, 상품, 교통, 주거 분야를 나눠 탄소배출을 기록했다. 먹거리 분야는 탄소일기를 기록하는 항목 가운데 세분화된 종류가 가장 많다. 소비나 주거 부문은 큰 변동을 보이기 어려운데 반해 먹거리는 당장 오늘 무슨 메뉴를 먹냐에 따라 금방 차이가 드러났다. 특히 붉은 육류가 들어간 메뉴를 먹으면 프로젝트 배출 목표 일 기준 1만 6,164g(연간 5.9t)의 상당 비중을 채우게 됐다.
먹거리 분야 저탄소 배출 비결
점심 도시락, 저녁은 채식 위주 집밥
붉은 육류 위주 끼니는 최소화
보험설계사,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김경희(50) 씨는 아침은 아메리카노 커피로, 점심은 도시락, 저녁은 채식 위주로 집밥을 먹는다. 1주차 김 씨의 먹거리 부문 탄소배출은 2만 2,179g으로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3주차엔 1만 6,022g까지 줄였다. 김 씨의 3주간 먹거리에서 배출한 탄소배출량의 하루 평균치는 2,184g으로 참가자들 중에서도 적은 편이다. 3주 동안 김 씨의 식단엔 붉은 육류가 거의 없었다.
김 씨가 3주 동안 먹거리에서 배출한 탄소량을 보면, 1주차인 지난 5일에 7,342g이 기록됐다. 이날 먹은 구내식당 메뉴(쌀밥, 된장찌개, 소불고기, 무생채, 포기김치)가 4,070g으로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했다. 김 씨는 대체적으로 흰색 육류 위주 식단이나 비건식을 주로 먹었다. 가장 적게 먹은 날은 2주차인 11일로 먹거리에서 배출된 탄소량은 1,023g이다. 이날 김 씨는 비건식(600g)에 사과(96g)·바나나(110g)·오렌지(118g), 아메리카노(87g), 가래떡(100g)을 먹은 게 전부다.
김 씨는 “원래 점심은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가게에서 사먹었는데 이번 도전을 하면서 집에 있는 고구마나 과일 같은 것으로 도시락을 싸서 먹으면서 탄소를 줄였다. 커피도 테이크아웃 대신 집에서 드립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먹었다”고 말했다.
육고기는 생산 과정에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같은 육류라도 돼지, 소 같은 붉은 육류 한 끼의 탄소배출량은 7,700g에 달한다. 닭고기, 오리 같은 흰색 육류는 1,560g, 생선 위주 한 끼는 1,170g는 상대적으로 적다. 채식 위주로 한 끼를 먹는다면 900g, 비건식은 600g으로 뚝 떨어진다.
동물권에 관심이 많은 대학원생 전나경(28) 씨도 먹거리 분야 탄소배출이 적다. 전 씨의 하루 평균 먹거리 탄소배출량은 1,743g에 불과했다. 그는 1~3주차 먹거리 분야 탄소배출량은 각각 1만 3,300g, 1만 6,822g, 1만 7,189g이다.
전 씨는 비건식을 실천하면서 간단히 밥을 먹거나 도시락, 집밥 등을 먹는 편이다. 아침에 두유나 시리얼로 간단히 먹고, 그날 점심에 먹을 도시락도 비건식으로 밥과 반찬 한 가지 정도로 단촐하게 준비한다. 저녁 메뉴 역시 집에서 요리하거나 분식집 등에서 비건식으로 먹었다. 주말에도 대부분 집밥으로 해결한다. 외식은 일주일에 3~4회 정도다.
전 씨는 “비건식을 오랫동안 실천해 온 터라 먹거리 분야에 탄소배출을 크지 않았고,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었다. 비건식으로는 외식을 하기 어려워서 주로 집밥을 먹는 편이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면서 “(동물성 음식이 대부분 비건식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큰데) 숫자보다 더 큰 동물의 고통과 생명 무게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족 식사, 육류 메뉴 고민
외식 메뉴는 주로 고기 위주다 보니
선택지 별로 없어
3인 가족의 식사를 책임지는 곽성미(45) 씨도 먹거리 부문 2만 8,782g(1주차)에서 1만 5,384g, 1만 7,882g으로 탄소저감을 실천했다. 곽 씨 가족은 일주일에 1~2회 배달 또는 포장 음식을 먹고, 일주일에 2회 육식 위주로 먹는 편이다.
곽 씨는 “개인적으로는 커피를 매일 마시고 우유가 들어간 라떼를 좋아한다. 우유 때문에 탄소배출량이 큰 것을 보고 대신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탄소저감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 메뉴를 정할 때 고기 종류를 적게 먹으려고 노력했지만 육식을 좋아하는 가족이 있어 저녁 메뉴를 채식 위주로 하기 어려웠다”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휴일에 가족 여행을 가는데 자가용 이용과 숙박에서 탄소배출도 크지만, 외식 메뉴가 주로 고기여서 탄소 배출도 적지 않았다. 밖에서 먹는 경우엔 주로 육식 메뉴가 많아 선택지가 적다”고 말했다.
곽 씨의 말처럼 커피도 종류에 따라 칼로리 차이가 크다. 인스턴트 커피는 49g, 아메리카노 87g, 우유가 포함된 라떼는 552g까지 수치가 올라간다. 우유 대신 두유로 바꾸면 308g로 낮아진다. 그냥 우유 한 잔은 148g이고, 두유(190ml)는 104g이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