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없는 이준석’···‘환경PC주의’, ‘이념적’, ‘친중’ 공약 없이 비난만

이준석, 기후위기 공약 구체적으로 내놓는 것 없이 상대 비난만
권영국, “기후문제도 이념으로 갈라치기”, 이재명, “국제적인 듯 하면서 편협해”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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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저녁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제2차 후보자 토론회는 사상 처음으로 기후위기가 토론 의제로 채택되어 주목을 받았다. 특히 10대 공약에서도 기후위기를 언급하지 않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토론회에서도 자신의 정책 방향과 공약을 소개하는 건 없이,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환경PC주의’, ‘이념적’이라고 비난하거나, ‘중국’과 재생에너지를 연계하는데 힘을 쏟았다.

1분 30초 공약 소개 시간, 이전 정부 정책 비난에 할애
말미에 “국제적 기준 입각한 합리적 기후정책 마련”

이준석 후보는 자신이 내놓은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먼저 소개하고, 주도권 토론을 이어가는 토론에서 자신의 공약을 사실상 소개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소개하는 1분 30초 동안 기존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 등을 언급하며 ‘비과학적인 환경PC주의’라고 비난하는데 할애했다.

이 후보는 “카페에 가보면 종이 빨대가 있다. 실제로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탄소 배출이 더 많고 인체에 더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고집으로 종이 빨대를 강제하더니 플라스틱 빨대 생산 기업은 피해를 입었다. 정권이 바뀌니까 또 정책이 바뀌어서 이번에는 종이 빨대 생산 업체들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며 운을 뗐다.

이어 “2001년 천성산 도롱뇽 사건 기억하실 거다. 터널이 생기면 도룡뇽이 피해를 입는다면서 어느 스님이 단식 농성을 하시는 바람에 시공업체는 140억 가까운 피해를 봤습니다. 고속철 개통은 1년 넘게 지연됐습니다. 결국 터널은 뚫렸지만 생태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환경과 기후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환경PC주의는 국가 정책을 왜곡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재난 영화 한 편 보고 감동해서 시작한 탈원전 정책은 전국의 농지와 임야를 태양광 패널로 바꿔놓고 운동권 마피아들이 태양광 보조금 받아 흥청망청하다가 결국 사법 처리를 받기도 했다”며 “이준석 정부는 다시 시작하겠다. 비과학적 환경주의가 아니라 과학과 상식, 그리고 국제적 기준에 입각한 합리적 기후정책을 마련하겠다. 정치는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1분 30초 동안 이 후보가 이전 정부가 시행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나 관련 사건을 비난한 걸 제외하면 내놓은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란 건, 결국 ‘비과학적 환경주의가 아니라 합리적 기후정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것 뿐인 셈이다.

주도권 토론에서도 이재명 향해 ‘중국’과 연관 질문
이재명, “국제적인 것 같은데 매우 편협”
권영국, “별칭을 하나 드리겠다. ‘기후 없는 이준석’ 어떤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내놓지 않은 채 상대방 비난에 열을 올리자 ‘기후 없는 이준석’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이어진 주도권 토론에서도 이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중국’과 연관 짓는데 더 골몰하는 인상을 풍겼다. 그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지난 토론에서 후쿠시마, 체르노빌 이야길 하면서 한국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중국 원전에 대해서 한번 여쭤보겠다. 중국 동쪽 지역에는 원전이 많이 몰려 있다. 이게 사고가 날 경우엔 대한민국에 직격탄인데 이건 어떻게 위험도를 평가하느냐”거나 “미세먼지 문제 때문에 이재명 후보께서 중국, 일본과 협력하겠다고 했는데, 미세먼지는 편서풍 지대에서 서쪽에서 날아오는 것인데 일본과 어떤 협력을 하겠다는 건지 애매하다. 중국이 미세먼지 원인의 대부분이라는 걸 말하는데 있어서 일본이 개입할 여지가 있나”라고 ‘중국’을 키워드로 한 기후·환경 이슈로 이재명 후보에게 질문을 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1차 토론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향해 “이재명 후보가 중국과 대만(문제)에 관여하지 않고 셰셰하면 된다고 해서 비난을 받은 바 있다”며 “너무 친중국적 입장”이라고 비판하거나, 이재명 후보의 전남 해남 솔라시도 부지에 풍력발전을 이용한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는 공약을 두고도 “중국이 많이 장악한 풍력 시장을 우호적으로 발언하고 중국을 위한 정책”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주도권 토론을 통해 이재명 후보의 원자력 안전성 우려가 과장됐다고 공격하는 과정에서 동의를 구하는 차원에서 자신에게 질문이 돌아오자 이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원전을 가보지도 않았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에서 얼마나 이념에 경도되어서 원전에 대한 오해를 하고 계신지 국민들이 아실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후보가 자신의 기후위기 대응 공약은 내놓지 않은 채 상대방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리자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님, 자료 숫자도 많이 말씀하시는데, 제가 좀 알아봤다. 말씀하시면 꼭 친중, 이런 걸 건다. 중국과 뭔 관계가 있다고”라며 “저는 그런 생각이 든다. 젊은 분인데 생각이 매우 올드하지 않나, 국제적인 것 같은데 매우 편협하다, 이런 생각이 든다. 문제점 지적을 하는데, 대안이나 자기 정책을 분명하게 말씀하시는 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든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도 “후보님 공약집 어디에도 기후 공약은 보이지 않았다. 5월 21일날 시민단체가 재생에너지 관련 질의를 했을 때도 후보님은 답변을 피하는 것으로 보였다. 청년을 대표한다면서 미래세대가 가장 관심을 갖는 기후 공약을 단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지구를 살리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그것을 이념 문제로 치부한다는 것은 오히려 이 후보가 기후문제와 에너지문제를 이념 문제로 갈라치고 있는 것 아닌가. 별칭을 하나 드리겠다. ‘기후 없는 이준석’ 어떤가?”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당 차원에서 총선 때부터 당 공약으로 RE100과 CF100과 같은 국제적 기준이 있는 환경 규제에 대해 저희가 잘 쫓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기후환경에 대해 젊은 세대가 가진 방향성이 ‘딱 이것’이라고 권영국 후보님께서 규정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ms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