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원단체들, 교사·양육자 설문조사 했더니 ‘AI교과서 효과 5점 만점에 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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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5개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가 AI 디지털교과서(AI 교과서) 활용도와 효과에 대해 교사, 양육자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한 교사 대부분은 ‘AI 교과서를 실제 수업시간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양육자 역시 대부분 ‘AI 교과서 활용으로 교육 격차가 거의 완화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구의 AI 교과서 도입률은 100%, 전국 평균의 3배 수준이다.

대구교사노조, 대구실천교육교사모임, 새로운학교대구네트워크, 좋은교사운동 대구모임, 전교조 대구지부 5개 단체는 5월 12일부터 23일까지 2주간 조합원(회원) 단체문자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AI 교과서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교사 676명, 학부모 등 양육자 444명이 참여했다.

AI 교과서를 실제 수업시간에 활용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한 교사 77.4%(523명)는 5점 만점에 1점을 줬다. 2점은 8.4%(57명), 3점 8.3%(56명), 4점 2.8%(19명)였고, 5점은 3.1%(21명)에 그쳤다. 학교 현장에서의 AI 교과서 활용률이 5점 만점에 평균 1.46점에 그친 셈이다.

교사들은 AI 교과서가 학생들의 맞춤 학습 지원도구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평균 1.35점을 매겼다. 79.1%(535명)가 1점을 줬다. 2점은 11.5%(78명), 3점은 6.1%(41명), 4점은 1.9%(13명), 5점은 1.3%(9명)에 그쳤다.

양육자들도 AI 교과서의 효과에 대부분 낮은 점수를 줬다. AI 교과서 활용으로 교육 격차가 완화됐는지 묻는 질문에 94.8%(421명)가 1점, 2점은 3.2%(14명), 3점 1.4%(6명), 4점 0.5%(2명), 5점 0.2%(1명) 수준이다. 평균 1.08점을 기록했다.

양육자들은 AI 교과서가 자녀의 학습 보조 교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87.6%(389명)가 1점을 줬다. 2점은 7.7%(34명), 3점은 3.8%(17명), 4점은 0.7%(3명), 5점은 0.2%(1명)에 그쳐, 평균 1.18점이 나왔다.

교사들은 서술형으로 요구된 AI 교과서 도입 이후 느끼는 문제에 대한 물음에 “전면도입 정책은 연수 강제 참여, 컨설팅 강제 등 학교 현장에 추가적인 업무 과중과 혼란을 불러일으켰고, 특히 장학사들이 지속적으로 AI 교과서 사용을 독려해 압박을 느꼈다”거나 “AI 기능이 부재하며 단순 문제풀이 반복에 불과하다”,.“학생들은 로그인, 접속 오류로 수업에 몰입하지 못하고 교사는 관리자 역할로 전락했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28일 오전 11시 대구교육청 앞에서 ‘대구 AI 교과서 현장 조사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28일 오전 대구교사노조와 전교조 대구지부는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대구교육청에 ▲AI 교과서 도입 강제 중단 ▲실적 중심 전시 교육행정 중단 ▲학교 구성원과 협의 없는 컨설팅·연수 일방 배정 철회 ▲AI 교과서 도입에 대해 교육공동체가 참여하는 실질적 의견수렴 절차 마련을 요구했다.

서모세 대구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AI 교과서 도입은 미래 교육을 위한 방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현장의 합의와 준비, 그리고 자율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수치만 채우기 위한 정책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라며 “학생에게 맞지 않는 도구를 억지로 쥐여주고, 교사에게 쓰라고 강요하는 이 정책은 교육이 아니다. 수업보다 시스템 접속이 우선시되고, 학습보다 실적이 앞서는 현실에서 교실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전교조 대구지부장도 “설문 결과는 예정된 결과를 눈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원치 않는 강제 도입을 밀어붙였으니 활용도가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것”이라며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 사업인 만큼 교육적 효과에 신뢰가 있었다면 현장 교사들도 존중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구교육청이 그런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교사들이 교육감의 정치적 판단,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한 위법적 판단이라 비판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