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참상···대구출입국 앞 결의대회 “강제추방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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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대구출입국 3층 제일 앞쪽에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구금돼 있습니다. 작업복 차림으로, 슬리퍼 신은 채로 끌려가 갇혀 있는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있습니다.” (김헌주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장)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심각한 부상을 당하고 추방되는 일이 지역에서 이어지고, 4월 들어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단속도 시작되자 지역 이주민 단체에서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28일 오후 2시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강제 단속추방 중단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규탄 대구경북지역 결의대회가 열렸다.

▲28일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강제 단속추방 중단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규탄 대구경북지역 결의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경북본부,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는 경북 경산시에서 강제단속으로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자 지난 3월부터 출입국 앞에서 강제추방 중단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던 중 합동단속마저 시작되자 결의대회를 열게 됐다.

이들은 1990년 UN이 채택한 모든이주노동자와그가족의권리보호에관한국제협약(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여전히 채택하지 않은 한국 정부를 비판했고, 한국 정부 자체적으로 ‘세계인의 날’을 정해 이주민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는 것처럼 치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헌주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장은 “세계 이주민의 날이 12월 18일이다. 이주노동자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이 통과된 날이다. 한국 정부는 이날을 숨기려고 세계인의 날을 지정했다. 5월 20일은 한국 정부가 규정한 세계인의 날이다. 이를 계기로 최근 대구출입국 주최로 잔치가 열렸다”며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단속을 피해 기계 속에 숨었던 노동자의 발목이 잘리고, 임신한 태국 이주노동자가 강제출국당하고 유산한 비극적 현실이고, 단속을 피해 펜스를 넘다가 떨어져서 척추를 부러뜨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만드는 출입국관리법을 깨트리고 우리의 권리를 쟁취할 때, 세계인의 날이 아닌 12월 18일 세계이주민의 날을 즐겁게 지키는 날이 올때, 출입국 3층에 갇힌 이주노동자도 함께 기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홍 금속노조 경주지부장은 “이주노동자 차별을 없애는 투쟁은 이주노동자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나의 권리를 위한 것이다. 모든 노동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묵인하면 그 칼날이 미래에 우리를 겨눌 것이기도 하다.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잘 보장되는 사회가 전체 노동자의 권리가 잘 보장되는 사회”라고 말했다.

한편 결의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항의 행동으로 대구출입국 입구 쪽 현수막에 ‘인간사냥 중단하라’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지난 2월 대구출입국 단속 과정에서 도망가던 이주노동자 6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장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주노동자는 척추와 양쪽 발이 함께 골절됐다. [관련 기사=대구출입국 단속 피하던 이주노동자들 다리·척추 골절(‘25.3.5.)]

▲28일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강제 단속추방 중단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규탄 대구경북지역 결의대회가 열렸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