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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다는 것은 성숙한 시민들이 그를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함께 갈 수 있는 후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제안한 새로운 대한민국에 박정희의 망령도 함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정금교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조기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박정희 동상 철거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박정희에 우호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동상 철거를 요구해온 지역 시민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대구시당이 동상 건립 초기 단계부터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혀왔지만,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든 후에는 동상에 대한 입장을 사실상 유보하고 있다. 오히려 이재명 후보는 당 후보로 결정된 후 첫 행보로 전직 대통령들을 참배하면서 박정희도 함께 참배했고, 이인기 공동선대위원장이 ‘피해자가 먼저 박정희를 용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낳았다. [관련기사=‘피해자가 먼저 박정희 용서’ 민주당 선대위원장 논란···시민단체, “이재명이 답하라”(‘25.5.22)]
논란 직후 대구에 온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도 “동상 설치 부분에 대해 당의 공식적 입장은 없는 편”이라며 “국민들 사이에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와 철도공단, 국민들 간의 박정희 대통령 동상 설치와 철거 등 갈등이 있기 때문에 공동선대위원장 말씀처럼 국민적 합의가 우선 요구되는 거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분부가 각 후보들에게 보낸 질의서에도 이재명 후보 측은 답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김문수(국민의힘), 이준석(개혁신당), 권영국(민주노동당) 후보 중 권영국 후보만 박정희우상화반대운동본부 의견에 동의하는 답변서를 보냈다.

30일 오전 박정희우상화반대운동본부는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이 후보가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철거를 천명할 것을 촉구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 헌법 전문에 있다. 박정희는 친일도 했고 4.19 의거를 쿠테타로 짓밟았다. 그런 사람 동상을 세우는 것이 새롭게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단 말인가”라며 “헌법에서 이미 밝히고 있는데 무슨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사무처장은 “5월 22일 박정희 동상 문제에 대해서 이재명이 직접 답변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재차 발표했다. 아직도 아무 답변이 없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왜 많은 후보들이 있는데 이재명 후보에게만 이렇게 와서 기자회견 하느냐?”라며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을 탄핵시킨 국민 승리의 정치적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후보다. 또 탄핵 광장 뜻을 이어서 빛의 혁명을 이루겠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친일 독재 박정희 동상 문제에 대해 묵묵부답하는 것은 광장의 외침, 광장의 민심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승무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도 “홍준표 전 시장에 의해 박정희인지 홍준표인지 모를 동상이 세워졌다. 홍준표 개인의 대권 욕심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사용하면서 세웠다”며 “문제는, 더 충격은 민주당이 아직 박정희 동상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재명 후보는 이승만, 박정희 묘소를 참배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물론 100번 양보해서 선거전략상, 선거공학상 일시적으로 발언할 수 있다고 생각해 줄 수 있다. 그러나 박정희 동상 문제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며 “국민의힘은 본래 정체성이, 정통성이 박정희에게 있기 때문에, 군부 독재에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본연의 정체성, 정통성을 회복하기 바란다. 박정희 동상 철거는 단순한 이슈나 사건이 아니라 민주당의 정체성, 정통성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금교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는 기대한다. 민주주의가 되살아나고 독재는 다시 꿈도 꿀 수 없는 단단한 대한민국을 꿈꾼다. 국민 대통합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독재의 뿌리까지 그냥 덮어두는 통합은 필패의 길”이라고 밝혔다.
정금교 대표는 “박정희를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민주주의보다 독재를 선호하는 정치인에 의해서 독버섯처럼 박정희는 살아난다. 아니 박정희를 이용한 정치라는 말이 맞을 것”이라며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반복되고 번번이 민주주의의 발목을 잡았다.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이 후보가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는 태도를 존중한다. 그러나 그 명분 때문에 박정희 우상화 사업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는 태도는 용납하기가 힘들다”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다는 것은 성숙한 시민들이 그를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함께 갈 수 있는 후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제안한 새로운 대한민국에 박정희의 망령도 함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며 “광장에서 시민들이 표출해 내었던 꿈은 아름다운 나라, 역사 청산이 되는 나라였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죽였던 숱한 영령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나라였습니다. 실체적으로는 박정희 동상이 철거되는 나라”라고 촉구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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