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TK리부트] ⑥-3. 허승규, “윤석열 만든 양극화 정치···TK 정치 혁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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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광장 : TK리부트] ⑥ 양당체제가 키운 내란의 씨앗

경북 안동에서 정치 다양성을 위해 꾸준히 녹색 정치를 심고 있는 허승규(36) 안동녹색당 공동위원장은 이번 12.3 내란 사태의 핵심 문제를 양극화된 정치에서 찾는다. 양극화된 정치 상황 속에서 걸러지지 않고 윤석열이 곧바로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전반적으로 빈약해진 한국 보수의 현실 속에서 지속적으로 정치 개혁이 실패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역을 독점하는 국민의힘이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수 혁신을 이야기했던 정치인이나 그 세력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허 위원장은 정치 다양성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12.3 내란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양극화된 정치 구조를 꼽았다. 허 위원장은 “윤석열이 주목받기 시작할 때가 민주당 정권 중반기였다. 박근혜 탄핵 이후라 자유한국당으로선 집권 가능성이 작았는데, 오로지 문재인 정권을 이기기 위해 조국스캔들에서 부각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영입했던 것”이라며 “윤석열이란 사람이 보수적 가치를 이룰 수 있는지, 국가의 미래를 꾸려갈 수 있는지를 따지지 않았다. 51대 49 게임에서 박근혜 탄핵 이후의 한계를 가려줄 적합한 인물이었기에 영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집권 이후 국민의힘, 그리고 윤석열을 둘러싼 권력 핵심 그룹이 윤석열의 실책을 바로잡지 못하고 직언조차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내란 사태에 이르게 됐다고도 지적한다. 보수 정치의 문제는 무기력화와 더불어, 보수 정치 자체의 극우화도 포함된다.

“지금 한국 보수의 현실을 짚어야 합니다. 계엄이 80년대에나 상상했던 일이잖아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계엄을 소환하고, 측근들은 무기력하게 따라갔죠. 그 무기력한 핵심 그룹의 모습이 한국 보수 정치의 현실이죠. 보수와 극우가 연동되는 상황도 문제고요. 수준 미달인 상황이죠.”

▲허승규, “윤석열이란 사람이 보수적 가치를 이룰 수 있는지, 국가의 미래를 꾸려갈 수 있는지를 따지지 않았다. 51대 49 게임에서 박근혜 탄핵 이후의 한계를 가려줄 적합한 인물이었기에 영입된 것이다.”

그는 극단적인 정치 세력과 선을 긋지 못하는 점도 허약해진 보수 정당의 모습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광장에서 목소리를 낸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만큼 진보 정당이 충분히 세력화하지 못한 현실도 문제로 여긴다.

그는 극우화된 보수 속에서 건강한 보수 정치를 분리하지 못하는 상황은 대구·경북 지역사회의 과제로도 분석한다. 보수 혁신을 위해 도전하는 정치 세력이 간혹 있었지만, 그 세력에조차 힘을 실어주지 못한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구·경북에서 정치적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길이 건강한 보수가 성장하는 길이기에, 결국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내란 극복의 과제가 된다고도 지적했다.

“광장에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서 연대했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의 열망을 대변할 만한 다양한 정당이 있느냐. 그건 의문이에요. 민주당은 중도 보수를 지향하고 있죠. 대안적인 정치 세력이 충분히 세력화하지 못했죠. 정당 체계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 사회의 과제는 극우와 보수를 분리하는 보수 혁신이에요. 그리고 극우에 맞서는 대중적 진보 정치의 성장이 필요해요. 중도 보수 정당과 극우 정당이 맞서는 구도로는 사회의 기반을 다질 수가 없어요. 대안적 대중 정당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는 보수 혁신과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고도 덧붙였다. 선거제도 개혁 방향으로는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광역의회의 심각한 투표 불비례성 해소 ▲기초의회 선거구 확대 등을 제시했다.

끝으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지역을 독점하는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이 지역 정치 질서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 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권의 탄생에 많은 지지를 보낸 곳 중 하나가 대구경북이죠. 그런데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지역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국민의힘 내부의 혁신도 필요하겠지만, 민주당이든, 녹색당이든, 다른 야당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역 정치 질서를 바꿔 가는 데 분발해야겠죠. 보수적 시민들도 정치 변화에 함께 해야 하고요. 내년 지방선거 이후 지역 정치 구조나 문화가 바뀌길 바라고,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