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려다 당신이 사라지지 않기를···대구·경북공익활동가 건강권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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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고령화에 힘입어 활동가 세계도 고령화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고령화와 질병의 개인화, 신체와 정신의 사회적 손상을 대비한 플랜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냉정하게 말하면 없다. 그것이 대구경북 같은 곳이라면 더욱더 없다. (중략) 광장의 여운이 아직은 살아 있지만 나는 안다. 우리의 역할은 잔치가 끝난 뒤에도 계속된다는 것을. 하지만 이제는 잔치를 준비할 사람도 줄고 늙어가고, 병들어 간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조사 결과 확인된 우리 지역 활동가들의 건강은 정말 취약하다. 단체 내부에서 일부 안식월·년 제도를 두거나 재단, 공제조합 등의 지원으로 건강검진, 회복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쉼을 찾지만 무엇보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 할 수 있고, 쉬는 것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건강을 공동의 가치로 내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선주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

▲포럼은 대구시민재단·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주관, 공공상생연대기금 지원으로 진행됐다.

1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북성로 대화의장에서 ‘대구·경북공익활동가 건강권 포럼’이 개최됐다. 공익활동가의 건강과 관련한 설문 결과 발표, 활동가 토론으로 꾸려진 이번 포럼에선 ‘지속가능한 공익활동’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날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획단은 심층 설문조사, 상담지원, 연구보고서 발표 등의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획단이 지난 5월 12일부터 2주간 대구·경북 지역 시민사회조직·공익단체에서 일하는 공익활동가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본인의 건강을 ‘나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8.7%(29명), ‘매우 나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2명)로 확인됐다. ‘보통’이라 생각하는 비율은 48.5%(49명), ‘좋음’과 ‘매우좋음’은 합해서 20%(21명)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본인이 병·의원 진료가 필요했으나 받지 못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41.6%(42명)나 됐고, 그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가 44.9%(22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경제적 이유’ 16.3%(8명), ‘증세가 가벼워서’ 14.3%(7명), ‘진료받기가 무서워서’ 12.2%(6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날 포럼에는 지역 활동가 30여 명이 참석했다.

21년차 활동가인 장지혁 운영위원장은 토론에서 “건강에 관한 표피적 분석을 넘어 문화나 구조에 대한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 과거엔 단일 의제에 대한 활동 중심이었으나, 이젠 복합 사회로 접어듬에 따라 고려사항이 많아졌다. 운동과 운동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업무의 고도함은 높아졌지만 문화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원 프로그램도 수도권 중심이다. 더 많은 활동가가 필요한 곳은 지역이다. 하지만 ‘활동하다가 죽어도 서울에서 죽어야 한다’는 말을 농담처럼 할 정도로 활동가 세계도 지역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인 부산인권플랫폼 파랑 운영팀장은 부산·경남지역 해고노동자 및 공익활동가 건강돌봄 지원사업을 소개하며 “관심과 자원의 격차로 지역 운동이 소외되고,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아프기 때문에 지역 차원의 건강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사업단을 구성하고 치과진료, 건강검진, 심리상담 등을 지원해왔다”며 “수용시설 피해 당사자, 부산 공익활동가들이 참여해 도움을 받았다. 활동가가 건강해야 운동이 자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