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반대 촛불 켠 김천시민 800여 명, “김천도, 성주도 대한민국”

유모차 끈 젊은 부모 참여 많아⋯ 김천 엄마 커뮤니티 참여 독려
“옆집 불구경하다 불똥 꺼달라는 꼴, 반성해야” 자성도

01:23

또, 광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애 어머니,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은데요

20일 저녁 7시 30분께 경북 김천시 교동 강변공원에서는 두 차례 ‘아이 엄마 찾기’ 안내 방송이 나갔다. 이 시각 강변공원에는 약 500여 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김천민주시민단체협의회는 이날 이곳에서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20일 저녁 7시 30분부터 김천 교동 강변공원에서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20일 저녁 7시 30분부터 김천 교동 강변공원에서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정재성 김천민단협 사무국장은 “우리는 대한민국에 사드가 온다는 이야길 듣고 성주도 방문하면서 지속적으로 활동해왔다”며 “오늘 촛불문화제는 그 과정에서 준비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정 사무국장은 “애초엔 저희 단체 회원 중 300명 참여를 예상했는데, 지금 현재(저녁 7시 30분께)까지 준비한 촛불 500개가 다 나가서 사러 갔다”며 “혁신도시 쪽 젊은 분들이 많이 참여한 것 같다. 의식 있고, 아기 엄마들이 많다 보니까 관심을 많이 보인다”고 사드 배치 관련 김천시 분위기를 전했다.

유모차 끈 젊은 부모 참여 많아⋯“엄마들 관심 많아”
김천 엄마들 인터넷 커뮤니티 자발적 참여 독려

실제로 이날 촛불문화제는 진행 중 800여 명까지 늘었고, 참석자 다수는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 손을 잡은 젊은 부부였다. 8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한 데다 문화제도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순간 아이와 엄마가 떨어지는 해프닝도 일어난 것.

▲김천 사드반대 촛불문화제에는 가족단위 참석자들이 많았다.
▲김천 사드반대 촛불문화제에는 가족 단위 참석자들이 많았다.

공원 한쪽에서 어린 아들, 딸과 함께 촛불을 든 노유미 씨(37)는 “인터넷 카페에서 공지글을 보고 왔다. 카페 회원들이 다들 아기 엄마들이어서 관심이 많다”며 “과연 모일까, 반신반의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나온 것 같다. 어르신 중에서는 찬성하는 분들도 좀 있어서 걱정이었는데, 어르신들도 많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문화제 참석 소감을 전했다.

같은 직장 동료끼리 문화제에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40대 교사라고 밝힌 이 모 씨는 동료들과 촛불을 들었다. 이 씨는 “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사드 배치가 어떤 당위성이 있는지 가르칠 수가 없었다”며 “이렇게 나와서 촛불이라도 들어야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최경자 씨(48)는 중학생 아들과 함께 문화제에 참석했다. 최 씨의 아들 도랑현 씨는 자유발언을 자청해 “저희는 뭉쳐야 하나의 큰 힘을 얻는다. 저희는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한반도에 사드가 들어올 자리가 없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아들의 발언을 지켜본 최 씨는 “아들이 올라간다고 했을 때 혹시라도 실수해서 사람들에게 오해를 살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며 “김천 반대, 성주 반대가 아니라 사드는 한반도에 필요 없다. 우리가 미국의 총알받이가 될 순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약 800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주최측은 사전에 준비한 촛불 500여개가 모두 동났다고 밝혔다.
▲약 800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주최측은 사전에 준비한 촛불 500여 개가 모두 동났다고 밝혔다.

“김천도 대한민국, 성주도 대한민국” 한목소리
“옆집 불구경하다 불똥 꺼달라는 꼴, 반성해야” 자성도

아직 김천시차원에서 대책위를 꾸려 주도적으로 나선 상황이 아니어서 참석자들의 의견은 약간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촛불문화제를 주최한 김천민단협이 밝힌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 입장에 참석자 대부분은 찬성하는 뜻을 내보였다.

무소속으로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했었다고 밝힌 이 모 씨(48)는 첫 번째 자유발언자로 나서 성주가 김천으로 사드를 떠넘긴다며 불만을 토로하다 참석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이 씨는 “오락가락하는 국방부는 사드 유해성이 없다고 말만 하지 말고 최초 발표지인 성산포대에 설치하는 게 유해성 없다는 걸 증명하는 길”이라며 “성주군은 성주의 문제에 비겁하게 김천을 끌어들이지 마라”고 말했다.

그러자 참석자들은 이 씨에게 야유를 보내며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그러면 안 되지”하고 소리쳤다. 결국, 이 씨는 발언을 다 마치지 못하고 마이크를 내려놓아야 했다.

문화제 사회를 맡은 박경범 김천시농민회장은 “우리가 진행이 미숙할 수 있고,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협의회는 분명하게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배치 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지금 정부가 칠곡, 성주, 김천으로 간 보기 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우리가 서로 미루는 것은 단결하는 모습이 아니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박 회장은 참석자들과 함께 “김천도 대한민국, 성주도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며 다음 순서를 진행했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박희주 김천시의원(무소속, 47)은 “사실 여기 있는 모두들, 저부터도 반성하고 있다. 모두들 반성해야 한다”며 “옆집에 불났을 때, 여기 있는 모든 분들 불구경했다. 우리집에 불똥 떨어지니까 불 꺼 달라는 소리 아니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박 의원은 “함께 했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며 “오늘 이 자리는 성주, 구미, 상주, 김천 할 것 없이 하나가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 날”이라고 덧붙였다.

_DSC5140_1

성주 주민들도 참석해 발언, 문화공연 선보여
박보생 김천시장, “범시민대책위 준비 중”

이 자리에는 성주 군민들도 일부 참석해 발언과 문화공연을 선보였다. 성주 가천면 주민 배윤호(59) 씨는 “성주 경험을 말씀드려서 여러분께 싸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성주와 함께 힘을 합쳐 사드를 한반도에서 몰아냈으면 좋겠다”고 말해 호응을 받았다.

배 씨는 “최초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방부가 잘못해서 사드 문제가 일어났다. 그런데 지금 성산포대로 했다가 자리를 옮긴다고 하는데, 이건 김관용 도지사 때문”이라며 “여러분이 고생하는 건 김관용 도지사 때문이다. 도지사가 십자가 지겠다고 해놓고 십자가를 김천 시민 여러분께 떠넘겼다”고 강조하면서 주민소환운동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끝으로 배 씨는 “우리가 왜 이렇게 됐나. 선거 때 선거를 잘못해서 그렇다. 정치선전전이 될까 우려되지만 이번 사드반대 투쟁을 하면서 선거에 뽑힌 사람들 똑똑히 봐두라”며 “주민을 위해 일하는지 자기 몸보신을 위해 일하는지 똑똑히 기억했다가 사드를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나서 심판해야 한다. 제 이야기 기억해달라. 자주 오겠다”고 말했다.

김천

한편, 박보생 김천시장은 이날 문화제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박 시장은 문화제가 끝난 후 김천시의 대응에 관해 묻자 “다음 주 중에 범시민궐기대회를 준비 중”이라며 “범시민대책위도 준비 중이다. 차차 진행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