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김천서 사드 홍보…“중국 빵셔틀 안 되려면 얻어터져도 싸워야”

공기업 상대 사드 강연...참가자 500여 명 "시큰둥"

21:47
황희종 국방부 기획조정실장(가운데 회색 정장)과 박구원 한국전력기술 사장(우측 검은 정장)
▲황희종 국방부 기획조정실장(가운데 회색 정장)과 박구원 한국전력기술 사장(우측 검은 정장)

국방부가 경북 김천 공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사드 레이더 전자파는 안전하다”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으나, 참가한 직원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특히, 이날 사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의 빵셔틀이 안 되려면 얻어터지는 한이 있어도 내가 물어버려야 한다”며 호전적 발언도 서슴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25일 오전과 오후,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기술에 방문해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안정성을 홍보하고 북핵 위험성을 강조하며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드 홍보는 강연으로 진행됐다. 국방부가 요청해 진행된 이번 홍보는 외부인 참가 없이 해당 회사 직원만 참여했다.

이날 오후 4시 한국전력기술 본사에서 열린 홍보 강연에는 황희종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의 인사, 김윤명 단국대 교수의 ‘전자파의 안전성’,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의 ‘국가 안보 현안에 대한 이해’ 순으로 약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직원 5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의 강연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의 강연

김열수 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사드는 한반도에 2대는 있어야 한다”며 사드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드 배치 지역 선정과 관련해 “어디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한국 원자력발전소, 공장지대, 미군기지, 보급소, 국민을 최대한 많이 보호할 수 있을까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배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김 교수는 “노동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하면 한국에 떨어질 때 무엇으로 막느냐. 사드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국방부 대변하는 거 아니에요. 미국 입장에서는 사드를 팔고 싶다. 1조 5천억 원이다. 노동미사일이 저렇게(고각으로) 올 테니 고민이 된다. 한국이 먼저 말 꺼내면 1조5천억 원짜리를 사는 것이다. 미국이 마음을 바꾼 것(부담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 말대로 사드는 한국 국익에 따라 배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중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여론에 대해 김 교수는 “여러분 중국이 보복하는 걸 두려워하세요? 중국이 시키는 대로 다 할 겁니까? 베트남을 보면 중국이 간단하게 하지 못해요. 한번 찌르면 끝없이 찔려 들어가고 싶습니까? 빵셔틀 되는 거예요. 빵셔틀 안 되려면 얻어터지는 한이 있어도 내가 물어버리면 빵셔틀이 안 돼요. 중국 누른다고 쑥 들어가고 싶습니까? 그건 주권국가가 아닙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말이 끝나자 일부 직원들은 웅성거리거나, 김 교수의 말에 앉은 자리에서 불만을 표했다. 한 직원은 “촛불집회 나가야 되는데 빨리 마쳐주지”라고 말했다. 박구원 한국전력기술 사장도 김열수 교수에게 “꼭 지상에만 사드를 설치해야 합니까. 해상에서 쏠 수도 있잖아요. 왜 성주에다 보내야 합니까”라고 물었고, 김 교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 해봤다. 지금 사드는 지상에만 있다. 해상에는 이지스함이 있다”라고 답했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 안정성 홍보에 나선 김윤명 단국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사드레이더 전자파는 인체에 유해할 방법이 없다”고 못 박았다. 김 교수는 “해를 받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울타리 철망을 뛰어넘는 수밖에 없다”라며 “전자파 염려들 많이 하셨을 것이지만 엔지니어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다 안다. 주변 환경 상 자기 속마음을 이야기 못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성주 반대 주민들을 향해서도 빈정댔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대화가 안 되는 곳이 태반이다. 토의, 설명, 대화 자체가 안 된다”라며 “성주에 갔을 때 대화 자체가 안 되더라. 기본적으로 어렵구나 생각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아는 분(청중)을 만나 기쁘다”고 말했다.

황희종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은 인사말에서 사드를 반대하는 주장을 “잘못된 정보”로 일축하고 국방부의 “올바른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황 기조실장의 인사말과 이어진 강연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황 기조실장은 “어제 김천에서 만여 명이 모여 사드 반대 집회하는 걸 지켜봤다. 성주 사드 반대도 지켜봤다. 왜 김천에서 사드 반대를 하는지 생각을 해보니 우리가 설명할 기회가 부족해서 그랬다”라며 “강연 이후 가족과 지인에게 바르게 말을 해 달라. 잘못된 정보가 들어가면 그것을 정화하는 데에 3개월은 걸린다”고 말했다.

이 강연을 들은 한국전력기술 직원 김 모 씨(39)는 “우리를 세뇌하려고 왔다. 사드라는 게 사실 미사일 방어에 무의미하다는 건 이미 언론 통해서 잘 알려져 있다. 사드로 미사일 요격에 성공한 사례도 없다”라며 “나는 성주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부터 사드에 반대했다. 그런데 이제는 김천 밑에 온다니 더 황당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국방부의 강연 경위에 대해 김 씨는 “오늘 갑자기 교육이 잡혔다. 그 전에 알지 못했는데 무슨 얘길 하나 해서 들으러 왔다. 이렇게 홍보까지 하는 걸 보면 사드가 여기(성주군 초전면 롯데골프장)에 온다는 생각이 더욱 확실해진다. 여기 같이 온 직원 대부분 사드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김천 주민 10여 명이 국방부 강연장을 찾았으나 참석하지는 못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김천 율곡초등학교 인근에서 김천 시민들은 사드 배치 반대 촛불 집회를 열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김천 시민이 한국전력기술을 찾았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김천 시민이 한국전력기술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