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원은 박근혜 퇴진”…대구시민 4천명 2016년 마지막 촛불

지난주 보다 1천여 명 늘어..."국정농단 양파 아닌 양배추 수준"
"박근혜 청와대에서 어떻게 걸어나오는지 똑똑히 기억하자"

21:27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한반도 사드 배치, 문화계 블랙리스트, 최순실 국정농단까지. 2016년 마지막 날, 한 해 동안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모든 적폐 청산을 요구하며 대구시민들은 아홉 번째 박근혜 퇴진 촛불을 들었다.

31일 저녁 7시 대구시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도로에서 ‘내려와라 박근혜’ 9차 대구시국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 추산 4천여 명(경찰 추산 1,500)이 모여 “새해 소원은 박근혜 퇴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순희(70, 수성구) 씨는 “박근혜가 박정희 딸이라 대통령을 시켜야 한다구요?”라고 물으며 “이 지경이 된 지금에 와서도 할 말이 없다. 박정희는 군사쿠데타로 20여 년을 장기집권하며 권력과 부귀 영화를 누렸지만 우린 늘 허기졌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가요 ‘님과 함께’를 개사해 “지붕 푸른 청와대에 푸른 약을 쌓아 놓고, 사랑하는 순실네와 한 백 년 살고 싶어”라며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풍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순희(70, 수성구) 씨

이날 무대에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으로 징계받고 강제 전보 당할 위기에 놓인 박영수 성서고등학교 교사,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린 권현준 대구독립영화전용 극장 오오극장 기획홍보팀장, 한반드 사드배치를 반대하며 172일째 촛불을 켠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 등이 무대에 올랐다.

박영수 성서고 교사는 “한국사 국정화에 맞서 끝까지 양심을 지켰다는 자랑을 위안 삼아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느닷없이 학교장이 나더러 학교를 옮기란다”며 “이유를 물었더니 함께 근무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참 기가 찰 노릇이다”고 대구교육청과 학교장을 비판했다.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양파도 아닌 양배추 수준이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온다. 독재자의 딸이 최순실을 앞세워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을 유린했다”며 “록히드마틴은 최순실을 등에 업고 100조 가까운 무기를 한국에 팔아먹었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한반도 전쟁 위협을 불러오는 사드를 배치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대구독립영화전용 극장 오오극장은 내년도 영화진흥위원회 예산 지원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권현준 오오극장 기획홍보팀장은 “대구 동성아트홀, 서울 인디스페이스 지원금이 끊겼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이빙벨을 상영했다는 것이다. 오오극장 역시 다이빙벨, 나쁜 나라 등을 상영해 왔다”며 “영화발전기금은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마다 적립되는 돈이다. 그 돈을 국가에서 마음대로 선별해 준다는 것은 부당하고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맨 앞자리에서 촛불을 든 차칠문(68, 달성군) 씨는 “이제 전 국민이 박근혜와 최순실 작당들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다 안다. 앞으로 4~5개월이면 박근혜 대통령도 끝날 것”이라며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어떻게 걸어 나오는지 우리 국민들이 똑똑히 기억하자”고 말했다.

이들은 1시간 30분가량 집회 후, 대구 도심을 행진했다. 행진 후 저녁 9시 20분부터 같은 장소에서 ‘송박영신’ 문화제가 이어졌다. 주최 측은 2017년 새해에도 매주 토요일 시국대회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