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NGO활동가 인터뷰] (7) 행복한마을공동체 ‘북구in(人)’ 김수민

17:44

[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에서는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단체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18년에는 18개 단체와 18명의 청년이 만나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화요일 싣습니다.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전을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와 괴로웠다. 날씨와 어울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냄새였다. 점심식사는 돌아가면서 요리한다고 했다. 청년활동가는 “순서가 대표님도, 국장님도, 나도 예외 없이 돌아온다. 단체의 평등한 분위기를 잘 보여주지 않는가”라며 애정을 표현했다.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건의사항도 살짝 덧붙였다.

▲부설기관인 ‘꿈꾸는마을도서관도토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곳곳에 공간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흔적이 보였다. [사진=김보현]

Q. 오늘 아침에는 어떤 생각을 했나?
‘눈이 조금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눈이 많이 왔을 때 3호선을 두 번이나 그냥 보냈다. 10시까지 와야 하는데 일찍 출발했는데도 늦었다. 지난번 폭설 때보다는 오늘은 좀 나아서 큰 문제는 없었다.

Q. 단체 분위기는 어떤가?
소모임이 많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림책 읽기’ 자원봉사를 10년째 하는 분도 있다. 그런 단체의 분위기나 가치를 보며 ‘사람’에 대해 배워가는 느낌이 든다. 업무적인 부분은 아직 활동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욕심만큼 주어지지는 않지만, 오가는 사람을 만나며 시민단체가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지 배우고 있다. 대표님께 여쭤보면 쉽게 이야기해주신다. 작년에도 활동가를 받아본 단체여서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는 것 같다.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그렇겠지만, 단체 선생님들이 선거에 대해 관심이 많고 관련해서 일도 하고 계신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그 영향을 받아 정치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를 팔로잉하며 보고 있고, 뉴스를 볼 때도 정치 이슈를 더 눈여겨보게 되더라. 모르는 게 생겨 여쭤보면 아는 데까지 설명해주시고,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으셔서 좋았다.

건강을 위해 근무 시작하자마자 회사 바로 앞에 있는 헬스를 등록했는데, 가격이 후해서 대표님과 관장님도 어쩌다 보니 같이 등록하게 되었다. 그런데 두 분 다 바쁘셔서 헬스장에서 한 번도 마주친 적은 없다(웃음). 4월, 5월 이어서 마라톤을 나갔는데 두 분 다 격려해주셨고 덕분에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리멤버 0416(세월호를 기억하는) 대구국제마라톤에 4년째 참가 중인 멤버들과 이번에 합류하게 된 청년활동가의 모습. 10km를 모두 다 무사히 완주했다고 한다. “아침 일찍부터 찬거리를 준비해 뛰는 중간에도 서로를 격려하며 응원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사진=김수민]

Q. 청년NGO 활동 전에는 어떤 활동을 했나?
고등학생 때는 편집부에 소속되어 주로 교지를 작업하고 편집하거나 현장답사를 다녀왔다. 대학생이 되면서 동아리를 통해 학술부장, 행사부장을 맡아 행사 기획, 학술 진행, 사전 현장 답사, 회계 보고 등을 했다. 작년에는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모임에 주기적으로 참여해 퍼실리테이션을 경험하고 실패에 대해 재정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접 강연자가 되어 한 세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마케팅 쪽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분야 중소기업 인턴을 했다.

Q. 마케팅 분야의 사기업 인턴과 NGO 활동가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인다. 어떤 경위로 신청하게 됐는가?
중소기업에 있으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좀 힘들게 인턴활동을 한 후 공익, 비영리 쪽을 고려하다 보니 NGO가 있었다. 당시 해외여행 중이었는데 우연히 공고를 봤고, 지원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Q. 행복한 마을공동체 북구in(人)은 어떤 단체인가?
의성어로 표현을 한다면 옹기종기? 아옹다옹? 정도가 생각나는 단체이다. 마을공동체를 위해서 크고 작은 사업을 한다. 축제를 기획할 때도 시보다 작게, 마을주민 단위로 진행을 한다. 함지산 마을에서 열리는 풍물놀이처럼. 이런 행사들로 인해 이곳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공간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매년 열리는 행사로는 북구어린이날큰잔치, 통일기원단오제, 논두렁밭두렁축제가 있다.

단체의 사업이나 행사를 보면 유대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내가 함지마을, 강북마을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길 것 같다. 행사에 지명을 많이 사용하는 게 인상 깊었다. 다함께 어영차어영차 하는 과정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 내가 거주하는 수성구보다는 그런 느낌이 강했다.

부설로 ‘꿈꾸는 마을도서관 도토리’라는 마을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시에서 운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출하려면 월회비 3,000원 혹은 연회비 30,000원을 내야 한다. 북구청 독서진흥사업 후원 등을 받아 책을 이용한 행사도 하고 방학에는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따로 연다.

소모임도 많다. 화요일마다 얼쑤패(풍물), 일요일마다 통기타 동아리 수업이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와 네이버밴드에 정기적으로 포스팅한다. 올해 6기를 맞은 강북도시농부학교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 생태텃밭을 분양해주며 직접 관리하고 강사를 초청해 도시농업 교육과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Q. 처음 기대한 바와 비슷한가? 아니면 다른 점이 있는가?
내가 원했던 ‘함께 일하는 사람이 좋아야 한다’는 신조와 잘 맞다. 나는 평등한 게 좋다. 중소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는 신입사원이 무조건 심부름을 해야 하고, 식사 당번이 있어도 무조건 신입이 눈치를 보며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나서야 했다. 하지만 북구인은 식사 당번이 대표님이 될 수도, 관장님이 될 수도 있다. 단체 안에서 돌아가면서 당번을 맡는다. 그래서 좋다.

Q. 대구가 좋은가?
일자리가 부족해서 걱정되지만 대구가 좋다. 일단 ‘수적으로 적은 상태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인턴활동은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교육근로장학금을 받고 시작하게 됐는데, 굉장히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기업문화로 남아 있었다. 지역의 중소기업은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라고 들었다. 주변에 협동조합, 청년센터 등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래도 많지는 않으니까… 진로에 대해서는 고민하는 과정이다.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소득을 걱정하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이번에 청년NGO인턴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광주로 다녀오게 되었는데 전체 인구대비 청년 비율이 광주보다 대구가 낮다는 것을 듣고 놀랐다. 대구의 정치, 대구시 정책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대구는 앞으로 더욱 청년들이 살기 힘든 도시가 될 것이다. 일단 나부터라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생각했다.

Q. 5개월의 활동 기간 동안 계획한 바가 있는지.
어린이날 축제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한창 바쁠 때이니 행사가 무사히 끝나도록 잘 돕고 싶다. 또한 대표님과 상부상조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활동해나가면 좋겠다. 대표님은 포토샵을 잘 하시고, 나는 비교적 사람을 끌어당기는 글귀, 네이밍과 같은 기획에 자신이 있다. 잘 맞춰 시너지 효과가 나길 바라고 있다.

Q. 덧붙일 말이 있다면?
최소한 1년은 활동해야 단체에 대해서도, 단체가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기간이 짧아 벌써부터 아쉽다. 보통 가장 큰 행사는 가을에 있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건 알지만 역시나 아쉽다. ‘대구청년 NGO활동확산사업’이 대구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한 사업이라고 들었다. 청년들이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대한 아쉬움도 청년활동가들 내부에 분명 있다. 이런 부분을 대구시에서 잘 알고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