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을, ‘민주당 장세용 2년’ 평가 두고 표심 엇갈려

민주당 첫 구미시장에 대한 엇갈린 평가
해평·선산·장천면 지역에선 보수 후보 선호 경향
인동·양포·산동 도심 지역에선 민주당 선호 경향
2018년, 장세용 시장 선전한 곳에선 바른미래당 후보도 선전

15:29

구미시을은 경북 13개 선거구 가운데 몇 안 되는 격전지로 꼽힌다. 9일 <뉴스민>은 구미시을 지역 유권자 30여 명을 만나 이번 총선의 선택 기준을 물었다. 유권자들은 나이, 성별, 선호 정당과 관계없이 ‘경제’를 화두로 꼽았다. 선호 후보에 대한 차이는 ‘장세용 구미시장’ 2년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기준이었다. 60대 이상 유권자들은 ‘보수 분열로 구미시장을 민주당에 빼앗겼다’고 이야기했고, 2~30대 유권자들은 ‘2년도 안 되어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지만, 구미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왼쪽부터) 민주당 김현권, 통합당 김영식, 무소속 김봉교 후보

구미시을은 더불어민주당 김현권(55), 미래통합당 김영식(60), 국가혁명배당금당 황응석(63), 무소속 김봉교(63) 후보가 출마했다. 진미동, 인동동, 양포동은 도시 지역이지만, 해평면, 장천면, 옥성면, 무을면, 선산읍, 도개면은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고, 산동면과 고아읍은 최근 신도시가 조성된 곳이다.

민주당 첫 구미시장에 대한 엇갈린 평가
해평·선산·장천면 지역에선 보수 후보 선호 경향
인동·양포·산동 도심 지역에선 민주당 선호 경향

9일 오전 11시 해평면 해평시장 앞에서 유세에 나선 통합당 김영식 후보는 “5공단 활성화가 시장 모습과 거리를 다시 예전의 영광으로 돌려놓을 것이다. 공항이 들어서면 해평면이 발전할 것”이라며 “미래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린다”고 말했다.

장날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거리는 한산했다. 김영식 후보 지지자 50여 명이 유세를 지켜볼 뿐이었다. 김 후보 유세를 지켜보던 김모(56, 남) 씨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을 안 막아서 이래 된 것 아니냐. 민주당 시장이라서 구미 경제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구미시 선산읍 선상봉황시장 내

선산읍 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선산봉황시장 내부에 문이 열린 가게는 절반이었다. 한 상점에 6~70대 여성 5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출마한 후보가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정모(73세, 여) 씨는 “코로나로 선거운동 하는 후보도 못 봤다. 나라가 큰 일 났으니 투표는 당연히 해야지. 나는 한나라당 찍을 거”라고 말했고, 옆에서 이를 듣던 이모(68, 여) 씨는 “당보고 찍으면 안 된다. 선산 사람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소속 김봉교 후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장천면 중심가의 한 식당에 들렀다. 식당 주인 김모(64, 여) 씨는 “시장도 바꿔줘 봤는데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당에 있는 사람들은 다 똑같아요”라며 김봉교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옆자리에서 먹을 먹던 40대 남성 셋은 ‘장세용 구미시장’을 올려놓고 각기 다른 의견을 냈다. “구미시장 한 게 뭐 있노”, “그 전 구미시장들이 다 말아먹었다”,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읍·면 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민주당, 통합당 후보 이름은 잘 몰랐고, 무소속 김봉교 후보 이름은 알고 있었다. 김현권 후보는 ‘의성에서 온 사람’으로, 김영식 후보는 ‘금오공대 교수’로 지칭했다.

미래통합당 공천에세 배제됐던 김봉교 후보는 “다가오는 4월 15일 총선은 구미의 미래를 좌우하고 구미의 자존심을 지키는 아주 중요한 선거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끊어드리겠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후 2시 30분 고아읍 원호네거리, 김현권 후보 유세 현장을 찾았다. 김 후보는 “경상도 출신 예결위원으로 내 손으로 대구경북 예산을 만들어왔습니다. 장세용 구미시장 뽑아주지 않았습니까. 뽑자마자 예산이 늘었고, 약속을 지키러 구미에 왔습니다. 민주당 시장 뽑아놓으니 구미 예산이 계속 늘어났다”고 말했다.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 김봉재 전 구미시갑 총선 예비후보도 지원 유세에 동참했다.

고아읍 원호네거리 일대는 동 지역과 인접한 곳이라 3~40대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유세를 지켜보던 안모(37, 여) 씨는 “구미 경제가 안 좋다고 계속 이야기하는데, 예전부터 한 당에서만 시장, 국회의원이 나와서 그런 것 아니냐. 시장만 바뀌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모(59, 남) 씨는 “거봐라. 지난번에도 보수가 분열돼서 지더니, 또 분열했다. 이 멍청한 인간들”이라고 혀를 찼다.

▲구미시 인동동 일대 시가지

인동동으로 장소를 옮겼다. 원룸 밀집지역에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최모(24, 여) 씨는 “텔레그램 N번방 사태 해결에 나서는 정의당을 지지하는 편이다. 우리 동네에는 후보가 없어서 고민 중이다. 그래도 자한당은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포동에서 부동산사무소에서 일하는 변모(34, 남) 씨와 2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2017년 대선에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찍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장세용 시장을 찍었다.

변 씨는 “자영업 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불만이 많다. 장세용 시장이 되면서 반전을 일으켜주길 바랬는데 가시적인 게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영식 후보는 금오공대 총장했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다. 김봉교 후보는 이름은 알고 있다. 김현권 후보는 의성 사람이 들어와서 색안경 끼고 봤었는데 열심히 활동한 게 보였다. 장석춘이 누군지 몰랐던 4년 전하고 똑같다. 낙하산은 거수기가 되기 쉽다. 거수기한테 표를 밀어줄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산동면 아파트 밀집단지를 찾았다. 구미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5, 남) 씨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구미 다녀갔는데, 속셈이 보였다. 좋게는 안 보이지만, 그래도 구미에 관심을 가지는 건 시장이 있어서가 아니겠느냐. 구미 입장에선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고, 역시 다른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31, 여) 씨는 “그래도 구미시장 바뀌고 하는 게 보인다. 코로나19 대응도 잘하고 있고, 엄마들 사이에선 평가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2018년 지방선거 득표율로 살펴본 구미시을
장세용 시장 선전한 곳에선 바른미래당 후보도 선전

앞서 만난 시민들의 후보 선택 기준은 2년 전 지방선거 당시 표심과 거의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2018년 구미시장 선거 당시 구미시을 득표율 현황.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장세용 후보는 40.79%를 얻어 당선됐다. 자유한국당 이양호 38.69%, 무소속 김봉재 9.44%, 바른미래당 유능종 7.54%, 무소속 박창욱 3.52% 순이었다. 장 시장은 관외사전투표에서 49.51%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구미시을에서 40.94%로 구미시갑 38.49%를 얻었다. 이양호 후보 역시 구미시을 40.14%를 얻어 구미시갑 39.78%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

장세용 시장은 양포동(51.56%), 진미동(51.8%), 인동동(49.2%), 산동면(53.41%)로 1위를 기록했지만, 이양호 후보는 선산읍(69.54%), 무을면(75.34%), 옥성면(81.03%), 도개면(72.82%), 해평면(61.65%), 장천면(57.55%)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중도성향의 표심을 가져갔던 바른미래당 유능종 후보의 득표율이다. 구미시을에서 7.44%를 얻은 유 후보는 양포동(9.96%), 진미동(9.08%), 인동동(7.58%), 산동면(11.59%)에서 평균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모두 장 시장이 1위를 기록한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