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총선 결과, 지역주의로 설명할 수 없다

지역감정보다는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견제 성격 드러나
2004년 이후 출마자 수 부침많았던 대구경북 민주당
21대 총선 경북 최다득표율 구미시을, 12년 만에 민주당 후보 나와
민주당과 통합당, 두 정당으로 쏠린 선거
16년 전 30대 후보가 다수였던 민주노동당
정의당-민중당 11명 중 30대 후보는 1명

19:53

미래통합당 24석, 무소속 1석, 대구경북 총선 결과를 두고 지역주의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특히, 지역구에서 재선을 노리던 김부겸, 홍의락 의원과 비례대표 김현권 의원도 낙선하면서 ‘대구경북 지역주의가 강화됐다’는 이야기가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를 지역주의로 분석하는 것만큼 게으른 일도 없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순하게 지역의 문제로 선거 결과를 평가하는 게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필요하다. 가장 쉬운 게 지역주의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그걸로 결과를 규정지어서는 곤란하다. 지방선거만 보더라도 부산경남뿐 아니라 대구경북도 민주당 당선자가 상당수 나왔다. 다양한 변화들이 있음에도 지역주의로 규정하면 고착화될 뿐이다. 이제 지역주의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 민주당 정당득표율은 20대 총선보다 21대 총선에서 상승했다. 그러나 2년 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떨어졌다.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대부분 민주당 정당득표율은 떨어졌다.

<뉴스민>은 2004년 17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5번의 대구경북 선거 결과와 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지역감정보다는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견제 성격 드러나
17대 총선, 2018년 지방선거와 연동해서 봐야

민주당 계열 정당이 대구경북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낸 것은 16년 만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대구 12곳, 경북 15곳에 후보를 냈다. 21대 총선 역시 대구 12곳, 경북 13곳 전 지역구에 후보를 냈다.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지역구 후보자 평균득표율은 대구 26.77%, 경북 25.81%였고, 이번 4.15 총선 민주당 지역구 후보자 평균득표율은 대구 28.77%, 경북 25.38%였다. 대구는 조금 증가했고, 경북은 조금 하락했다.

17대 총선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은 대구 23.39%(열린우리당+새천년민주당), 경북 24.35%(열린우리당+새천년민주당)였다. 21대 총선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은 대구 19.26%(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 경북 19%(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였다.

17대 총선은 국회의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첫 선거인데다가 탄핵 역풍이 몰아치던 시기였다. 반면, 이번 총선은 정권 중반부 치러졌다. 게다가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가장 많은 민주당 당선자를 배출시킨 직후였다. 이는 총선에 영향을 미쳤고, 대구경북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광역단위별 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 더불어민주당 정당득표율

2018년 지방선거 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50.92%, 경기 52.81%, 부산 48.81%, 경남 45.31%를 얻었다. 반면 4.15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 정당득표율은 서울 39.08%, 경기 40.63%, 부산 33.02%, 경남 29.72%를 얻었다. 대략 10% 정당득표율이 떨어졌다.

대구도 35.78%, 경북도 34.05%를 얻었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는 대구 19.26%(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 경북 19%(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로 15% 가량 떨어졌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은 나타났다. 2년 차이로 치러지는 지선과 총선은 앞 선거 결과가 2년 후 선거에 견제심리를 유발한다는 의미다. 18대 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153석을 얻었다. 여기에 친박연대 14석, 자유선진당 18석, 탈당 무소속 당선자까지 더하면 범보수정당은 198석을 배출했다. 통합민주당은 81석에 그쳤고,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에서도 25.2%에 그쳤다. 그러나 2년 뒤 지방선거에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나라당+자유선진당+친박연합+미래연합은 광역비례 정당득표율 46.97%에 그쳤고, 민주당+국민참여당+평화민주당은 광역비례 정당득표율 42.15%를 얻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역대 최대 성과를 냈다. 대구시의원 지역구 선거에서 4명, 경북도의원 지역구 선거에서 7명이 당선됐다. 2~4인을 뽑는 기초의원 선거에서 대구는 전체 40%가 넘는 45명, 경북은 38명의 당선자를 냈다. 첫 민주당 구미시장 당선자가 나왔고, 김부겸 의원 지역구의 시의원 2명은 모두 민주당에서 나왔다. 수성구의회도 민주당이 1당으로 올라서며 의장을 배출했다.

김부겸 의원의 낙선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김 의원은 “농부는 자신이 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부겸 의원이 처음 대구에 내려온 2012년 19대 총선 결과 득표율은 40.42%, 이번 총선 득표율은 39.3%였다.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높아진 투표율로 인한 착시효과다.

19대 총선 당시 김부겸 의원은 46,413표를 얻었지만, 21대 총선에선 60,462표를 얻었다. 당선된 20대 총선에선 84,911표를 얻은 것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8년 전과 비교하면 김부겸을 선택한 유권자 수는 늘었다. 변한 것은 투표율이었다. 수성구갑 투표율은 19대 총선 58.2%, 20대 총선 68.53%, 21대 총선 74.91%를 기록했다.

이는 달서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달서구갑 선거구에서 1:1로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은 녹색당 변홍철 후보는 득표율 30.12%(21,624표)를 기록했다. 이번 총선에서 달서구갑 민주당 권택흥 후보는 득표율 26.88%(25,523표)를 기록했다. 득표율은 떨어졌지만, 획득한 표의 총량은 늘어났다. 달서구갑 투표율은 20대 총선 50.27%, 21대 총선 66.43%였다.

달서구을 지역은 2016년 민주당 김태용 후보가 35.59%(36,899표), 2020년 민주당 허소 후보가 28.07%(38,969표)를 얻었다. 역시 득표율은 떨어졌지만, 획득한 표의 총량을 늘었다. 투표율 역시 54.94%에서 69.01%로 올랐다.

2004년 이후 출마자 수 부침많았던 대구경북 민주당
21대 총선 경북 최다득표율 기록한 구미시을, 12년 만에 민주당 후보 나와
꾸준히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했던 후보들은 선전

▲지역구 후보자 평균득표율은 출마한 지역구 내에서만 계산한 값이다.
▲지역구 후보자 평균득표율은 출마한 지역구 내에서만 계산한 값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한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퐁당퐁당 출마다. 민주당은 17대 총선 대구경북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내고는 총선마다 출마자 수가 들쭉날쭉했다. 18대 총선 대구 2명, 경북 4명, 19대 총선 대구 10명, 경북 11명, 20대 총선 대구 7명, 경북 6명이었고, 21대 총선에서야 전 지역구에 후보를 냈다. 구미시을은 18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민주당 후보가 나왔다. 유권자들은 평상시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만나는 일이 흔치 않았다. 자주 만나고, 알아야 투표를 할 수 있다.

첫 도전자와 2번 이상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한 후보들의 득표율 차이는 경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0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구미시을 김현권 후보는 득표율 35.69%를 기록했다. 그는 17대 총선 군위의성청송에서 18.74%, 18대 총선 27.32%로 낙선한 경험이 있다.

포항남구울릉의 허대만 후보 역시 이번 총선에서 34.31%를 얻었다. 그는 18대 총선 17.07%, 19대 총선 17.84%로 낙선한 경험이 있다. 포항북구 오중기 후보도 이번 총선에서 31.39%를 얻었다. 그는 18대 총선 9.85%, 20대 총선 12.71%로 낙선했다.

종합하면 대구경북에서 유권자들이 지역감정으로 보수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분위기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 정권 중반부를 지나는 민주당에 대한 반작용이 전국적으로 일어났고, 대구경북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결과다.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 지역보다 민주당 기반이 취약했던 대구경북에서 그 결과가 더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대구경북 민주당의 과제는 다음 지방선거에서도 2018년만큼 성적을 거두느냐, 그 여세를 이어 꾸준한 활동을 총선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다. 2004년 전 지역구에 출마했던 열린우리당은 2008년 정권을 빼앗기자 대구경북에서 6명의 후보를 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통합당, 두 정당으로 쏠린 선거
진보정당, 2008년 이후 정당득표율 늘었지만 지역구 후보 득표율 하락
16년 전 30대 후보가 다수였던 민주노동당
정의당-민중당 11명 중 30대 후보는 1명

▲민주당은 민주당계열 정당의 합 (ex.2004년 열린우리당+새천년민주당), 통합당은 이후 통한 정당들인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의 합. 진보정당은 2008년부터 진보정당들의 합
▲민주당은 민주당계열 정당의 합 (ex.2004년 열린우리당+새천년민주당), 통합당은 이후 통한 정당들인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의 합. 진보정당은 2008년부터 진보정당들의 합

오히려 민주당과 통합당이라는 두 정당으로 쏠린 선거였음이 대구경북에서도 확인됐다. 채장수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제3지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만들어지고 실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위성정당을 보면 양대 기득권 정당이 자기 이익을 지키는 과정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에서 진보정당(정의당, 민중당) 지역구 후보자의 평균 득표율은 2004년 민주노동당의 총선 참여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7명(정의당5, 민중당2)이 나온 대구는 평균 2.84%, 4명(정의당2, 민중당2)이 나온 경북은 평균 4.46%를 기록했다. 경주에 출마해 11.57%를 얻은 정의당 권영국 후보만이 10% 득표율을 넘겼고, 다른 후보들은 5%도 넘지 못했다. 권영국 후보도 무소속으로 나섰던 4년 전보다 득표율(15.9%)이 떨어졌다.

17대 총선 민주노동당은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6명씩 후보를 냈고, 평균득표율 4.74%와 6.75%를 얻었다. 18대 총선 진보정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은 대구에서 5명, 경북에서 3명 후보를 내서 각각 평균득표율 9.44%, 7.97%를 얻었다. 19대 총선 진보정당(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은 대구 3명, 경북 6명의 후보를 내서 각각 평균득표율 15.28%, 12.05%를 얻었다. 20대 총선 진보정당(정의당, 민중연합당, 노동당, 녹색당)은 대구 4명, 경북 4명의 후보를 내서 각각 11.06%, 4.46%를 얻었다.

이도 착시효과다. 진보정당은 대구경북에서 16년 만에 민주당, 통합당 후보와 3자 대결을 펼쳤다. 18~20대 총선은 대부분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곳이거나 야권단일후보로 나온 곳이 포함된 결과다. 20대 총선 구미시갑 민중연합당 남수정 후보는 득표율 38.08%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백승주 후보와 1대1 구도였다. 전체 투표수 대비 무효표가 4.23%나 나왔다. 당시 경북 평균 무효표 비율은 2.9%였다. 21대 총선 경산시 민중당으로 나선 남수정 후보는 1.92%에 그쳤다.

19대 총선 민주통합당과 야권단일화를 성공했던 대구 북구을 통합진보당 조명래 후보는 24.17%를 얻었다. 그러나 20대 총선 정의당 후보로는 득표율 8.14%, 21대 총선 북구갑 정의당 후보로는 3.03%에 그쳤다.

20대, 21대 총선에서 연달아 포항북구 정의당으로 출마한 박창호 후보는 득표율 5.04%에서 2.98%로 떨어졌다. 반면 민주당 오중기 후보의 득표율은 15% 가량 늘었다.

비례대표 정당득표율도 17대 총선 민주노동당이 대구 11.73%, 경북 12.6%가 역대 최고였다. 21대 총선에서 진보정당(정의당+민중당+녹색당+노동당)은 대구 7.14%, 경북 7.63%를 기록했다. 2008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분당 이후 최저 정당득표율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했지만, 2004년 민주노동당 시절과 비교하면 거리가 멀다.

진보정당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정의당과 민중당이 비례대표 후보 선정 단계에서 청년 후보 할당을 했지만, 대구경북 지역구 후보자 상황은 다르다. 17대 총선 민주노동당 지역구 후보자 나이가 대부분 30대 초반~40대 초반이었지만, 21대 총선에서 민중당 남수정(만 38세) 후보를 제외하면 30대 후보가 없다. 정의당 대구경북 지역구 후보 중에는 달서구을에 출마한 한민정(만 47세) 후보가 가장 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