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긴급생계자금을 등기우편으로 배달하는 우체국 집배원들이 물량 압박과 도난 위험에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안전한 배달 대책과 지급 방법 다원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집배원 신승민 씨는 지난 9일부터 하루에 적게는 10통, 많게는 200통까지 긴급생계자금을 배달하고 있다. 긴급생계자금 물량 갑자기 몰리면 퇴근이 늦어지기도 하고, 일반 우편과 택배를 제때 배송하지 못하기도 한다.
집배원 가방에 하루에 5~6천만 원가량의 긴급생계자금을 넣고 다니다 보니 도난 우려도 있다. 경호 인력도 없고,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다. 집배원 한 명이 오롯이 긴금생계자금을 책임져야 한다.
신 씨는 “하루 물량이 편차가 심하다. 내일은 또 얼마나 들어올까 긴장하면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현금성 물건이고,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서 민원도 많다”며 “등기 우편이라 직접 사인도 받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에 대면해서 사인을 받는 것은 저희도 부담이지만, 시민들도 부담이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긴급생계자금 행정복지센터 직접 방문 또는 등기 수령으로 지급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직접 방문보다 등기 수령을 권장하면서, 신청자의 80%가 등기 수령을 선택했다.
24일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는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생계자금 지원과 배송 방법을 다원화하고, 집배원이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최승묵 전국집배노조 위원장은 “긴급생계자금은 대구시민들에게 긴급하게 전달해야 한다. 대구시는 우체국 직접 대면으로 전달하는 방법밖에 없었나”며 “집배노동자와 시민이 접촉해 또 다른 슈퍼 확진자가 될까 우려스럽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집배노동자가 좀 더 안전하고, 시민들도 편리하게 생계자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긴급생계자금 추가 수령 방안 마련(공무원 직접 투입) ▲긴급생계자금 등기 하루 접수 물량 제한과 배송 방법 다원화 ▲집배원 안전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붕괴 상황에 긴급생계자금을 빠르게 지원해야 한다. 우체국 역시 정부 기관으로 공공성과 시민의 편의를 위해 헌신하고 복무해야 한다”며 “현재 긴급생계자금 방식은 시민에게도 늦게 전달되고, 집배원에게도 과부하가 생긴다. 수령 방법을 다원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 시도는 기존 지역 화폐 시스템을 이용해 지원한다. 서울시는 모바일 수령도 가능하며, 경기도는 기존 보유 카드를 자동 충전하거나 농협에서도 수령할 수 있다.
이에 긴급생계자금 업무를 맡고있는 대구시 이현모 세계가스총회지원단장은 “우체국 집배원들의 요구를 잘 살펴보겠다. 다음주면 생계자금 배송이 대부분 마무리될 거로 보인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 긴급하게 시민들에게 생계자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신속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며 “타 시도는 이미 지역 화폐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대구시는 아직 시스템이 없다. 관련 조례는 있지만 당장 시스템을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