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 재난문자로 ‘음성’ 이태원 클럽 방문자 신상 공개 논란

방역당국 이태원 관련 '피검사자 신원 보안' 약속했지만
영덕군, 재난문자·홈페이지로 검사자 직업 알려
영덕군, "주민 경각심 위해 알렸다...양해 부탁"

19:04

경북 영덕군이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온 이태원 클럽 방문자 신상 일부를 재난문자로 전 군민에 공개해 신상 노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9일 12시 14분 영덕군은 “관내 ㅇㅇ 4명이 5월 1일 이태원 클럽에 방문하여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검체 검사 결과 3명(음성), 1명(검사 중)이며, 현재 모두 자가격리 중입니다”는 재난문자를 보냈다.

▲영덕군이 주민들에 보낸 재난문자(위), 상주시가 주민들에 보낸 재난문자(아래)

영덕군 내 이태원 클럽 방문자 4명은 지난 11일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영덕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일 새벽 0시 30분부터 1시까지 클럽을 방문했다. 확진자가 방문했던 시간은 이들이 다녀간 뒤인 3시 32분부터 47분까지다.

이들은 확진자와 같은 클럽을 간 것은 맞지만, 밀접 접촉자도 아니다. 확진자도 아닌 단순 검사자의 직업을 공개한 것이다. 이 내용은 영덕군 홈페이지에도 게재됐고, 일부 언론에도 그대로 보도됐다. 더구나 영덕군 내 이들과 같은 직업 종사자는 20여 명뿐이다.

영덕군이 재난문자를 보낸 지난 9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서 “이태원 클럽과 인근 방문자는 증상이 없어도 진단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며 “피검사자 신원은 각별히 보안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더라도 이태원 일대를 방문한 이들은 모두 검사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이 성소수자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검체검사로 인한 ‘아웃팅’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신상 보호를 엄격히 하고 있다. 경상북도도 이태원 방문자 현황 발표에서 시·군, 성별, 나이, 내·외국인, 증상 여부, 검사 결과만 공개하고 있다.

영덕군 안전재난건설과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자세한 신상 정보를 공개한 것은 아니다. 당시 다른 시·군은 방문자가 1~2명이었는데 우리 군은 4명이나 나왔다. 우리 군은 심각한 상황이라 판단해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음성이었다가 양성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감염병을 막기 위해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해명했다.

12일 현재, 경북도 내 이태원 지역 방문자는 17개 시·군에서 107명이며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