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자매도시 지원 아쉽지만, 한일 시민 간 교류는 확대해야”

경주시 일본 자매도시 방호복 지원에 대한 비난 쇄도
최봉태 변호사, "자매도시 체결부터 잘못? 균형있는 비판 필요"

21:38
▲경주시에서 보낸 방역물품 앞에서 ‘감사합니다’ 팻말을 들고 있는 나카가와 겐(仲川げん) 나라시장. [사진=경주시청]

주낙영 경주시장(미래통합당)이 일본 자매도시에 인도적 차원에서 방역 물자를 지원하자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주 시장 해임 건의 청원 동의 건수가 25일 오후 9시 30분 기준 7만 8천 건을 넘길 정도로 성토 분위기가 고조됐다.

청원 내용과 댓글에서 나오는 비판은 주로 두 가지다. 한일관계 경색 국면에서 일본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원이 부적절하고, 보문단지 내 생활치료센터를 반대해 대구 등 국내 다른 도시의 환자 받기를 꺼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주시는 다른 도시 환자를 거부했을까? 경주시가 보문단지 내 생활치료센터 확보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관광도시인 데다가, 관광객으로부터 수익을 내는 인근 상인 반발도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경주시는 지난 3월 보문단지 내 390여 명을 받을 수 있는 농협 경주교육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경주시 양남면 현대자동차연수원에 310명, 양북면 자연휴양림 30명, 성건동 화랑마을 30명 규모의 시설을 생활치료센터로 운영했다. 이 시설은 대구 등 타 지역 환자도 이용했다.

보문단지 내 켄싱턴 리조트, 한화리조트를 생활치료센터로 추가 지정하려는 정부 방침에는 경주시의회가 반대했다. 경주시에 따르면, 이들 시설은 민간 시설인 데다가 시설을 사용하는 회원들의 동의를 받기도 쉽지 않아 무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아베 정부의 경제 보복, 일제 강제징용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서 비우호적 태도를 보이는 일본에 경주시가 물자를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할까?

시민의 자발적 움직임보다 경주시가 먼저 나선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양국 시민 간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이 옳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을 대리해 미쓰비시 중공업·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한 최봉태 변호사(대한변협 일제피해자지원특별위원회 위원장)는 양국 시민 간 교류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8월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열린 히로시마 원폭 조선인 피해자 위령제에 참석한 최봉태 변호사. [사진=천용길 기자]

최봉태 변호사는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은 일본의 시민사회와 변호사들의 조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포함해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그리고 현재의 갈등 문제 해결도 일본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봉태 변호사는 “한국에 있는 원폭 피해자들이 일본에 연대의 마스크를 주려고 했는데 이런 움직임에는 관이 협조하지 않았다. 이를 지원하고 이후에 나서도 되는데 앞장서서 문제가 된 점이 있다”라며 “그렇다고 지자체가 일본 쪽과 모든 교류를 중단하라는 것도 과도한 비판이다. 그런 식이면 애초에 자매도시를 맺은 것도 잘못이라고 비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학생들이 일본 원폭 피해자들에게 마스크를 보냈다. 앞으로도 시민사회의 우호적 교류가 이어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주낙영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일본의 자매·우호 도시에 방역 물품을 지원하게 된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판단”이라며 “개인적 비난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지만, 저로 인해 경주시와 시민 전체가 무차별 공격을 당하는 상황은 가슴 아프다.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앞서 경주시는 자매결연 50주년을 맞은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인 교토시에 방호복 1,200세트, 방호용 안경 1,000개를 각각 지원했다. 다른 우호 도시에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국내 비판 확산으로 지원은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