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관내 학교에 백선엽 추모 안내 공문 보내

친일 행적 언급 없는 일방 추모, 비교육적이란 지적도

12:34

대구교육청이 관내 학교에 故 백선엽 장군(예비역 대장) 추모 안내 공문을 보냈다.

대구교육청은 14일 공문을 통해 “국방부에서 6·25 전쟁 영웅이자 창군 원로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위한 사이버 추모관을 아래와 같이 마련하였다고 하니 각급 기관에서는 희망하는 학생들이 고인을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안내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각급 학교에서는 계기 교육 등을 통해 6·25전쟁 참전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도전정신을 학생들이 본받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공문에는 국방부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 추모 방법과 14일까지 재향군인회가 운영한 대구지역 분향소 위치도 나와 있다.

이를 두고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에 대한 언급 없는 일방적인 추모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교육청은 재향군인회 협조 요청으로 이뤄진 단순 행정으로 백 장군에 대한 평가 문제는 별개 일이라는 입장이다.

조성일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친일 행적이 있는 인물에 대해 추모를 하라고 교육청이 알리는 건 부적절하다. 알리더라도 역사적 평가를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며 “공문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서 전달할 수 있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내용이다. 이렇게 알리는 것 자체가 정치성을 띠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생활문화과 관계자는 “재향군인회의 협조 요청을 받아 안내만 한 공문이며, 참가 안내도 희망자에 한해서 한 것”이라며 “(백 장군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한 공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강은희 교육감은 14일 대구 달서구 용산동 향군회관에 마련된 백선엽 장군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강 교육감은 “고인은 다부동 전투 당시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앞장서서 나라를 지키신 전쟁 영웅”이라며 “고인께서 몸소 보여주신 헌신과 불굴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은희 교육감이 14일 백선엽 장군 분향소를 찾아 추모했다.

백선엽 장군은 1920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만주군 육군군관학교를 졸업하고 만주국군 소위로 임관했다. 이후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했다. 간도특설대는 일제 패망으로 해산할 때까지 동북항일연군, 팔로군을 진압하는 일을 했다.

1950년 6·25전쟁 당시 칠곡군 가산면 일대에서 벌어진 다부동 전투에서 지휘관으로 활동했다. 1953년 대한민국 국군 최초 대장으로 임명됐다. 백선엽 장군은 2009년 11월 27일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705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됐다.

10일 백선엽 장군 사망 이후,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오른 백 장군을 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