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 (8) 성서공단노동조합, 차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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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김민규 공익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대구 시민사회 응원금을 전달받고 있는 차민다 부위원장(오른쪽). 인터뷰는 주윤정 대구광역시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연구원(왼쪽)이 진행했다.

Q. 성서공단노동조합과 차민다 선생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성서공단노동조합은 2002년 성서공단 지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성서공단에는 6,000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있고, 주로 이들의 노동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이주노동자가 월급을 받지 못하거나 산재 사고로 다치거나 공장 관리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럴 때 그들을 돕고 함께하는 활동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벌써 18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의 국적은 네팔, 스리랑카,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양하고 인원은 100명 정도 됩니다. 그리고 한국인 조합원들도 있습니다. 저는 스리랑카에서 왔고, 한국에 온 지는 17년 정도되었습니다. 작년부터 노조 상근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2009년부터 성서공단노조를 알고 있었고, 매주 일요일 스리랑카 동료들에 대한 상담이나 어려운 일을 돕는 활동을 하며 친하게 지내왔습니다.

Q. 이주노동자의 개별적인 어려움을 돕고 지원을 한다고 했는데, 그 외에 조합원들의 친목 도모나 화합을 위한 모임도 있나요? 노조 차원에서 함께 진행하는 사업은 어떤 것이 있는가요?

한 달에 한 번씩 셋째 주 토요일 저녁 7시에 멤버 미팅을 진행합니다. 바뀌거나 변화된 노동법 교육도 하고 각자 회사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나누기도 하고, 노동권리가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모임은 2시간 정도 진행하고 공부하고 뒤풀이도 합니다.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많은데,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모든 멤버에게 무료로 상담을 해줍니다. 코로나 때문에 2월부터 모임을 못 하다가 지난 5월 초부터 다시 시작 했습니다.

모임을 못 하는 기간에는 회사에서 이주노동자는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회사 기숙사 안에만 있게 했습니다. 가짜뉴스도 많고, 초기 발병자가 많을 때는 무섭기도 하고, 자기 국가에 있는 가족들이 돌아오라 해서 많이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멤버 미팅은 못하고 전화 연락만 하고 그랬습니다.

Q.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특히 더 힘드셨을 것 같은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원래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에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무료치료실을 진행합니다. 비자가 없는 미등록 친구(미등록노동자)들은 의료보험이 안 되서 병원을 가게 되면 치료비가 많이 듭니다. 그래서 매주 수요일 저녁 뜻있는 의사 선생님들이 오셔서 치료를 해주기도 하고 다른 병원을 갈 수 있게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무료치료실도 진행을 못 하게 됐습니다. 무료치료실과 연계되는 병원이 대구의료원이여서 무료치료실에서 연계해주면 병원비 20%만 내고 치료받을 수 있었는데, 대구의료원에 코로나환자가 많기도 하고 걱정이 되어 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치료를 받는 게 여러모로 힘이 듭니다.

아기를 낳는 것도 대구의료원에서 하는데 실제로 애기를 낳아야 하는 친구는 대구의료원으로 못 가고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러면 치료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특히 이주노동자 중에서 신규 환자는 병원에 갈 때 준비할 서류들이 있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필요한 서류를 준비할 수가 없어 병원 가는 게 힘들었습니다.

Q. 이런 힘든 상황에 지역사회에서는 어떤 도움을 받았고, 또 서로 어떤 나눔을 하셨나요?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마스크 구하는 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등록증 있는 친구들도 근무시간이 길어서 약국 영업시간에 마스크를 사러 갈 수가 없었고, 미등록노동자는 그들대로 노동자 등록증, 여권 등이 없으니 돈 주고 마스크를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었습니다.

3월 15일 일요일부터 매주 일요일 22일, 29일 그리고 4월 초까지 성서119안전센터 앞 24시간 마트 앞에서 기증받고 구한 마스크 5만여 개를 이주노동자에게 나눠줬습니다. 한 번에 350~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왔었습니다. 그 뒤로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 멤버 미팅하기 전에 와룡시장에 가서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현수막을 각 나라말로 제작해서 게시하고 전단지도 제작해서 나눠줬습니다. 11개 국가별로 만들었어요.

Q. 이번에 코로나 19 상황에서 활동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어서 힘들었습니다. 재난은 잘사는 사람이든, 열악한 사람이든 차이 나는 게 아니고, 똑같이 적용되는 겁니다. 코로나19는 돈 많은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다 걸릴 수 있는데 돈 많은 사람은 마스크나 필요한 물품을 어렵지 않게 구하고 우리 이주노동자는 코로나가 걸려도 어디에 가서 검사해야 할지 어떻게 할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가짜뉴스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는데 이주노동자는 받지 못합니다. 이주노동자도 세금을 내고 있는데 안 주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차별입니다. 코로나19로 이주노동자들도 힘이 드는데 이주노동자들을 사람이라고 생각을 못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Q.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려운 사람들이 힘들지 않도록 어떤 제도나 문화가 밑바탕이 되어 있으면 좋겠습니까?

문화가 달라도 피부가 달라도 나라가 달라도 다 똑같은 사람이고 노동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이주노동자들도 안전할 수 있도록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주노동자들도 그리고 미등록노동자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니 법이라는 테두리로만 취급하지 말고 사람이라는 범주에서 바라봐주면 좋겠습니다. 특히, 아플 때 병원 가는 것이 자유로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