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EC 11차례 교섭 거부 벌금 150만 원···교섭 해태는 ‘무죄’ 선고

노조, "10년간 고의로 저지른 단체교섭 무력화 날개달아 준 것"

14:27

법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한 구미 반도체 전문회사 KEC에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하고, 교섭해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내리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금속노조 구미지부)

지난 13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재판장 전서영)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KEC 황창섭 대표이사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 2017년부터 총 11차례에 걸쳐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지난 2018년 5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교섭을 해태했다는 검찰의 기소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해태하였음을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재 KEC 대표노조는 기업 노조인 KEC노동조합이다. 다만,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 도입 과도기인 ‘2010년, 2011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 관한 교섭권은 금속노조가 갖고 있다. 금속노조는 2018년부터 해당 단체협약 수정요구안을 제출하며 교섭을 요구해왔다.

재판부는 “노조는 교섭 중 현행 임금체계 변경을 요구하였고, 현재 식사 단가가 2008년 이후 인상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했다”며 “이는 노조가 단체교섭권을 가지는 2010년, 2011년 단체협약 교섭 요구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010년, 2011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통해 현재 및 장래에 적용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며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한 항목이 2010년, 2011년 단체협약 교섭 대상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개별 항목에 대한 단체교섭을 진행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19일 오전 10시 40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는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EC는 2010년 이후 노조파괴로 악명 높은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노조파괴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교섭 거부였다”며 “이번 법원 판결은 10년간 회사가 고의로 저지른 단체교섭권 무력화 행위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앞선 대법원 판결 취지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며 “김천지원의 판결을 규탄하고 대법원 판결 취지를 지키기 위해 검사가 항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2019년 대법원은 KEC 측이 제기한 ‘단체교섭 의무 부존재확인 소송’에서 금속노조가 2010년, 2011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통해 대표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보다 유리한 단체협약을 새로 체결할 실익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