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 시사 칼럼] 가정에서 살펴 본 환경호르몬과 대처방안 / 조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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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은 화학물질이 생물체 내에 유입되어 정상적인 호르몬의 성장, 면역, 대사 등의 기능에 장애를 가져오는 나쁜 물질로서, 외인성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이 정확한 명칭이다. 현대인은 물건을 구매하고 받은 영수증, 배달음식이 담겨있는 플라스틱 용기,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등 다양한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채 생활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은 우리 신체에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고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와 함께 세계 3대 환경문제로 등장했다.

유해한 환경호르몬이 지금과 같이 범람하게 된 계기는 인간이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면서부터다. 석유는 연료로 쓰이면서 배기가스 방출로 대기를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그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은 각종 플라스틱제품, 의류와 가구, 벽지와 바닥재, 합성세제, 살충제, 화장품과 의약품 등에 사용되면서, 우리의 입과 호흡기, 피부를 통해 유입되어 우리 신체의 정상적인 호르몬의 기능을 교란시키고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

필자는 고분자재료를 전공한 재료공학자로서, 우리 가정생활 속에서 다양한 환경호르몬의 존재를 살펴보고 대처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환경호르몬의 종류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일부분은 서울시가 2015년에 발표한 <우리 아이를 위한 생활 속 환경호르몬 예방관리>를 참고했다.

▲우리 가정생활 속에서 다양한 환경호르몬의 존재를 살펴보고 대처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국가환경교육센터)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의 종류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약 800여종의 화학물질이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한 환경호르몬으로 보고된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은 다이옥신, 프탈레이트, 비스페놀-A 등이 있다. 다이옥신은 플라스틱이나 쓰레기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환경호르몬으로서, 주로 식품 섭취를 통해 체내 지방조직에 축적되는데, 인류가 만든 환경호르몬 물질 중 청산가리보다 1,000배 이상의 최악의 독성을 가지고 있다.

프탈레이트는 각종 플라스틱 제품에 가소제(plasticizer)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물질이다. 가소제는 고온에서 플라스틱의 성형가공을 용이하게 하는 저분자량의 화학물질로서, 대부분의 열가소성 플라스틱 제품에 첨가된다. 2000년 전후로 프탈레이트가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되었으며, 남녀 모두에게서 생식능력 저하가 나타났고, 갑상성 호르몬 교란, 유아의 신경발달 및 지능 저하 등 수많은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14세 미만 어린이용 모든 플라스틱 제품에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6종의 총함유량을 0.1%로 제한하고 있다.

비스페놀-A는 음료수 캔이나 통조림 캔 내부 부식방지용 코팅제로 사용되며, 영수증, 물병, 젖병, 병마개, 빨대 등에도 사용되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물질이다. 비스페놀-A는 먹을 때 뿐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잘 흡수된다. 비스페놀-A에 급성으로 노출되면 피부와 눈 등에 자극성이 있고, 오랫동안 노출되면 아토피, 천식, 성조숙증, 발달장애, 주의력 결핍의 원인이 되며, 생식기능 저하와 비만 등을 유발 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브롬화 난연제는 전자제품용 플라스틱이나 합성 가죽 등 가연성 화학물질에 첨가하여 화재방지용으로 사용되는 환경호르몬 물질이다. 브롬화 난연제는 정자의 감소나 발암성이 의심되는 물질이며, 갑상선 호르몬 기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과불화 화합물(PFOS, PFOA)은 프라이팬이나 냄비, 일회용 종이컵, 햄버거 포장용지 등에 코팅제로 사용되는 환경호르몬 물질이다. 과불화 화합물은 뇌와 간에서 독성을 유발하고, 생식기능과 면역력을 약화시키며,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물질로 보고되고 있다.

파라벤은 화장품이나 의약품에서 미생물 성장 억제용 방부제로 사용되며, 샴푸, 린스 등 욕실용품에도 사용되는 환경호르몬 물질이다. 파라벤은 피부나 입을 통해 몸으로 쉽게 흡수되며, 성호르몬의 교란, 유방암의 발생, 전립선 장애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트리클로산은 비누, 치약, 샴푸, 합성세제 등의 제품에서 항균제로 사용되는 환경호르몬 물질 이다. 트리클로산은 간 섬유화와 발암성이 있고, 에스트로겐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시켜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양이 적어져 정자수 감소 등 탈남성화의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안방과 거실에서 살펴본 환경호르몬

먼저 안방의 장농과 침대가 눈에 들어온다. 가구 소재인 합판과 원목 등을 가공할 때 접착제용 포름알데히드와 방부제용 붕산염을 사용한다. 포름알데히드는 적은 양이라도 공기 중에 배출되면 의욕 저하, 불면증, 천식을 일으킬 정도로 유해한 환경호르몬 물질이다. 붕산염은 눈을 자극하고 생식능력을 떨어지게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친환경 소재로 느껴지는 원목 가구도 방부제 용액에 6개월 이상 담근 후 만들어진다. 또한, 침대 매트리스도 브롬화 난연제 환경호르몬을 함유할 가능성이 있다. 실내를 자주 환기를 시켜주고, 주기적인 먼지 청소와 물걸레 청소를 권장한다.

천연가죽 소파도 가공공정에서 많은 방부제와 색을 내는 염화메틸렌 같은 유해물질이 사용된다. 합성가죽(레쟈)으로 만들어진 쇼파도 실내온도가 올라가면 더 많은 양의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킨다. 쇼파는 가능한 천연섬유나 천연섬유 방석의 사용을 권장한다. 거실에는 숯이나 고무나무, 벤자민 등 유해물질 흡착효가가 큰 실내식물들을 키우는 것도 권장한다.

벽지의 경우 실크 벽지, 발포 벽지 등 합성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종이 벽지도 인쇄잉크, 광택제 등과 도배용 접착제(풀)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계속해서 방출되게 된다. 바닥재의 경우도 대부분 가정에서 청소하기 쉽게 표면이 매끄러운 합성수지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벽지나 바닥재에 들어있는 포름알데히드는 도배 후 공기로 나오는 유독성 기체로, 모두 다 방출되려면 몇 개월에서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벽지나 바닥재를 자주 갈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갈아야 한다면 환기를 잘 시킬 수 있는 여름철에 한다. 벽지는 한지를 사용하거나, 바닥재는 콩기름을 먹인 장판지 사용도 검토하길 바란다. 합성제품 위에 순면이나 대나무, 왕골 등 천연소재로 된 깔개를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주방에서 살펴본 환경호르몬

플라스틱 식기는 프탈레이트 환경호르몬을 함유할 가능성이 있다. 모든 플라스틱은 실온에서도 유해한 환경호르몬을 조금씩 공기 중에 배출하며, 뜨거워지면 다량으로 배출한다. 랩 등 비닐을 만들 때는 유연제라는 화학물질을 첨가하는데, 지방질이 많은 고기나 치즈 등을 포장하면 유연제가 그대로 식품에 스며들게 된다. 플라스틱(PVC, PC) 식기와 랩의 사용을 자제하고, 특히, 유리, 스테인레스, 도자기로 만든 식기를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조리기구는 과불화 화합물 환경호르몬과 중금속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프라이팬과 조리기구의 흠집을 확인하고, 흠집이 있는 경우 폐기하기를 권장한다.

가스렌지에서 천연가스(LNG)나 프로판가스(LPG)가 연소되는 동안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 배기가스가 발생한다. 이러한 배기가스들은 두통, 기관지염, 우울증, 면역기능 약화, 신경과민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가스렌지를 사용할 때는 환기팬을 작동시키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또한 가스렌지 대신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인덕션) 주방기구의 사용을 권장한다.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식품을 가공할 때 인위적으로 첨가하는 식품첨가물도 환경호르몬 물질들이다. 식품첨가물은 색을 내는 발색제와 착색제, 표백제, 맛을 강화하는 조미료와 감미료, 부패를 방지하는 방부제와 살균제, 산화방지제 등이 있다. 식품첨가물은 면역력 저하와 발육장애 등의 신체적 영향뿐만 아니라, 인내력과 집중력 저하 등의 정신적 장애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피하고, 가능하면 농약사용을 최대한 줄인 유기농산물의 사용을 권장한다. 가공식품 대신 제철에 나는 야채나 채소들로 음식을 준비하고, 간식은 과자나 인스턴트식품 대신 감자나 고구마 등 집에서 자연식으로 요리하여 먹기를 권장한다.

욕실과 세탁실에서 살펴본 환경호르몬

먼저 샴푸, 린스 등은 파라벤과 프탈레이트 환경호르몬을 함유할 가능성이 있다. 사용양을 최대한 줄이고, 사용 후 손과 피부에 거품이 남지 않도록 충분히 씻는 것을 권장한다. 비누는 무방부제 천연비누의 사용을 권장한다. 치약은 트리클로산과 파라벤 환경호르몬을 함유할 가능성이 있다. 플라스틱 컵이 아닌 유리컵을 사용하고, 양치 후 수회에 걸쳐 입안을 깨끗이 헹굴 것을 권장한다.

합성세제에 사용되는 계면활성제는 세포벽을 훼손하는 성질이 있어 호흡이나 피부접촉을 통해 인체에 들어오면 신경조직을 약화시킨다고 보고되고 있다. 계면활성제가 피부에 직접 닿게 되면 흡수되어 혈액을 통해 체내에 두루 돌아다니며 만성적인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계면활성제가 함유되지 않은 자연분해 세제를 사용하거나, 합성세제 사용량을 줄이기를 권장한다.

칼럼을 준비하면서 우리집 욕조가 플라스틱 제품이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플라스틱 욕조에 함유된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실온에서도 조금씩 배출되지만, 온수로 인해 온도가 올라가면 다량 배출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다. 플라스틱 욕조를 타일이나 안전한 제품으로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생활 환경 곳곳에 환경호르몬이 산재해 있다. (사진=국가환경교육센터)

환경호르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대인의 아파트와 같은 밀폐형 주거 형태에서는 공기 중에 흘러나온 유해한 환경호르몬들이 실내공간에 축적되었다가 피부로 흡수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아이들의 건강에는 치명적인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의 환경병이 급증하는 것도 이러한 환경호르몬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환경호르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기를 자주 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환경부에서는 하루에 3번 30분씩 환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는 동안 배출된 환경호르몬을 환기시키고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필수이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있는 날에는 자연 환기보다 공기청정기의 사용을 권장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명상으로 환경호르몬을 잘 배출하는 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은 신체 근육을 강화시키고 혈액순환을 높여 체내에 들어온 유해물질을 잘 배출 시켜 준다. 명상에 집중하면 엔돌핀과 같은 호르몬의 분비가 높아지므로 신체기능을 강화하고 면역력도 높여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호르몬의 반감기는 다이옥신과 같이 약 7~11년 정도로 긴 물질도 있으나, 비스페놀-A와 같이 약 6시간인 짧은 물질도 있다. 물 마시기를 습관화하면 대사가 원활해져서 체내에 존재하는 환경호르몬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주는데 도움이 된다. 물 마시기는 성인기준 일일 1.5~2리터 정도를 주기적으로 나누어 마시기를 권장한다.

이상에서 가정생활 속의 환경호르몬의 존재를 살펴보았는데, 현대인은 다양한 환경호르몬에 너무나 많이 노출된 채 생활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환경호르몬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생활을 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조태식 경북대학교 나노소재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