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반(反)동성애 행사’ 국회 대관에 지지 발언까지? ‘파문 예상’

김정록 의원 장소 대관, 임내현 의원은 “차별금지법 막겠다” 발언 28일 국회에서 ‘반동성애 행사’ 또 열려… “국제적 수치” 비판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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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등이 연 토론회 안내문. 김정록, 임내현 의원 등 현직 의원이 행사 장소를 빌려주고 격려사를 했다.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등이 연 토론회 안내문. 김정록, 임내현 의원 등 현직 의원이 행사 장소를 빌려주고 격려사를 했다.

최근 국회의원들이 반동성애 행사에 국회 건물을 빌려주고, 이러한 행사를 지지하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앞장서서 이행해야 할 입법부가 도리어 이를 저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아래 바성연) 등 반동성애 단체는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아래 인권위법)의 성적 지향 차별 금지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인권위법 2조 3항은 합리적인 사유 없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고용, 교육, 재화나 서비스 이용 등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행사에 필요한 장소를 대관해 바성연 등에 제공했다. 또한 이날 김 의원과 임내현 국민의당 의원 등은 바성연 등의 토론회를 지지하는 격려사를 남기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 자료집을 보면 김 의원은 “인권위법에서 차별을 금지해야 하는 사유 중 하나로 성적 지향을 명시해 놓음으로써, 과연 동성애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할 영역인지에 대한 이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이를 둘러싼 각종 사회적 갈등 또한 야기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 또한 “(인권위법) 차별 금지 조항으로 인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대다수의 건실한 시민들이 역차별이나 불이익을 받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임 의원은 “지난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김진표 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동성애 차별금지법 3건 중 2건을 철회시키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라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서 마지막 1건(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안)뿐 아니라 향후 유사한 법률이 발의되는 경우에도 최선을 다해 막아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원의 행위는 성소수자 인권을 국가가 앞장서서 지켜야 한다는 국제사회 요구에 크게 어긋난다. 지난해 11월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 위원회(아래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권고한 최종견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해진 한국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동성애를 이성애로 전환한다는 취지의 소위 ‘전환치료’ 행사가 국회, 인권위 등 국가기관에서 열린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자유권위원회가 언급한 행사는 지난 홀리라이프 등 반동성애 단체가 2014년 11월, 2015년 3월 두 차례 개최한 탈동성애 인권포럼이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1차 포럼 때 이들 단체에 국회의원회관을 사용하도록 했고, 인권위는 2차 포럼 장소를 제공했다.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소위 ‘전환치료’의 선전, 혐오발언, 그리고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적인 형태로 분명하게 명시할 것”을 주문했다. 민간단체의 소위 ‘전환치료’ 행사에 국가기관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도 권고했다.

자유권위원회는 또한 인종, 성소수자 등에 대한 포괄적인 차별을 규정하고 이를 처벌하는 보편적인 법률이 없는 점에 대해 우려하면서 “모든 차별을 정의하고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아래 희망법),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이러한 사태를 비판하며 26일 두 의원실에 해명과 시정을 촉구하는 항의 공문을 보냈다.

희망법 등은 “(자유권위원회) 최종권고는 ‘당사국’에 대한 것으로서 입법·행정·사법부를 포함한다. 따라서 입법부에도 권고 이행 책임이 있다.”라며 “김정록 의원실의 대관 행위는 이 권고에 대한 직접적 위반이자, 국제인권법 위반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선진국을 자처하는 국가라면 국회 건물 안에서 이러한 논의 자체가 있을 수 없다. 새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으로서 국제적 수치”라면서 “시민사회로서는 1년 안의 이행보고서에 두 의원실의 대관과 참여를 중요 사실로 적시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성소수자 단체들 또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호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는 반동성애 행사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주문한 것인데 권고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 유감스럽다”라며 “현직 국회의원이 이런 행사에 축사를 하는 것 자체가 입법부가 성소수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오는 28일에도 바성연, 홀리라이프 등으로 구성된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탈동성애’를 옹호하고 성소수자 단체를 규탄하는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휴=비마이너/갈홍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