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사원 문제, 국가인권위가 풀 수 있을까···지역 정치권은 실종

인권위 시정 권고도 구속력이 크지 않아
결국 지역사회 토의, 합의로 풀어내야
사회적 협의체 제안됐지만···구성은 미지수
배광식, “당사자간 대화로 풀어야, 협의체는 적절치 않아”

15:30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인근 이슬람 사원 건립 중단 문제가 국가인권위원회로까지 옮아갔다. 대구 북구청(구청장 배광식)이 지난 2월 공사를 중단시킨 후 넉 달이 넘어서고 있지만, 갈등을 풀 수 있는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북구의회에선 이 문제를 다루려던 의원의 구정질문을 의장이 제동 걸었고, 구청은 지난 3월 1차 간담회 후 세 달만에야 2차 간담회를 갖는 등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1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와 대구 중구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선 인권시민사회단체가 이슬람 사원 공사 중지에 대한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북구청이 인종차별, 종교탄압을 하고 있다며 구청의 공사중단 조치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사회단체는 16일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구청의 이슬람 사원 공사 중단 조치를 비판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인권위 진정이 큰 효과를 보긴 쉽지 않다. 인권위가 이 문제를 차별로 인정하더라도 시정 권고를 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북구청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아도 언론 공표외에 특별한 벌칙은 없다.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혐오단체까지 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구청이 인권위 시정 권고만으로 적극적인 행정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사원 건축주들이 구청 행정 처분을 법적으로 문제삼는 게 구속력은 더 강할 수 있다. 법원이 행정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해준다면, 구청이 법적으로 근거 없는 일을 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어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순 없다. 법원 판단에 따라 구청이 건축을 허가하고 빠져버리면, 갈등은 건축주와 반대 주민들이 온전히 받아 안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 물리적 충돌도 일 수 있다.

결국 지역사회 토의, 합의로 풀어내야
사회적 협의체 제안됐지만···구성은 미지수
배광식, “당사자간 대화로 풀어야, 협의체는 적절치 않아”

결국 토의와 합의를 통한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최근 북구의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막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정희 북구의원(더불어민주당, 침산동)은 지난 1일부터 진행 중인 북구의회 263회 정례회에서 관련 문제를 구청장 및 관계 공무원들에게 질문하려 했지만 의장이 제동을 걸었다.

박정희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북구의원들은 지난 14일 이 문제로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욱 북구의장(국민의힘, 관음·읍내동)을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동욱 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비롯해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통한 논의의 장 마련, 공사 중단 조치 철회 등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의장은 해당 문제 지역구가 제 지역구가 아니여서 지역구 의원들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정질문을 못하게 했다”며 “지역구를 떠나서 지역의 문화 다양성에 대한 문제로, 의원이 지적할 수 있는 일인데 의원이 질문할 수 있는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동욱 의장은 “지역구 의원이 세 분이 계신데, 박정희 의원이 질문을 함으로해서 이 세 분이 지역에서 난처해진다. 지역구 의원들과 협의를 먼저 해보라고 한 것”이라며 “질문이 아니라 5분 발언이나 결의문, 간담회를 통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중재를 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의장은 정치권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보이는 노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보통 지역 현안이 생기면 지역 의원들이 관련자 간담회를 가진다. 그곳엔 의원 세 분이 계시고, 3선이 두 분이고 재선 의원이셔서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봤는데, 사실 그 세 분이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이에 지역 국회의원이나 다른 분들이 관계자들을 만난 거로 안다. 지역구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까지도 만나기도 했는데, 그러니 역할을 전혀 안 했다고 할 순 없을 거 같다”고 부연했다.

대구참여연대, 경북대학교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인권운동연대는 지난 10일 ‘이슬람 사원 문제 해결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문제는 지역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북구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대구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종교의 자유, 보편적 인권이라는 헌법 정신, 행정 공정성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사회적 갈등을 지역사회의 민주적 논의, 공동체적 지혜로 해결해 나가자는 취지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관계 주체들의 긍정적 응답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구청은 협의체 구성보다 당사자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기본적으로 찬성 측은 종교의 자유를 반대하는 쪽은 행복추구권 문제라고 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시간을 갖고 서로 문화 차이에 대해 이해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사회단체는 찬성도 5, 60개가 있고 반대도 수십개가 있다. 이걸 다 넣을 수도 없고 대표만 넣을 수도 없다. 오히려 해결에 장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끼리 만나 최대한 조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북구청은 지난 3월 24일 처음 반대 주민과 사원 건축주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었고, 약 석달 만이 16일 2차 간담회를 열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