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한 홈플러스 여성 노동자들, “매각 이익 보는 회사, 직원에겐 최저임금”

12월 폐점 앞둔 대구점에서 19일 대구경북 마트노동자대회

21:25

대구지역 홈플러스 마트노동자가 머리를 깎은 채로, 홈플러스의 잇따르는 폐점매각에 따른 고용불안을 호소했다.

▲19일 오후, 홈플러스 대구점에서 마트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가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박순옥 홈플러스지부 대구경북본부 부본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19일 오후, 대구 북구 홈플러스 대구점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가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마트노조에는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지부가 소속돼 있다. 이들은 “수십 년간 최저임금을 받으며 대형마트를 위해 일해 왔지만, 구조조정으로 매일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대구를 포함한 전국 11개 지역에서 동시에 대회를 열고, 전 조합원이 총파업도 했다.

지난 16일에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노조원 50명은 서울 청계천에서 집단 삭발을 하고, 홈플러스 폐점매각 중단 및 고용안정 보장, 투기자본 규제법 제정을 촉구했다. 대구경북은 박순옥 대구경북본부 부본장과 김은영 사무국장, 신현숙 성서지회장, 박윤자 칠곡지회장 4명이 삭발에 동참했다.

박윤자 홈플러스지부 칠곡지회장은 “삭발한 모습을 보고, 동료들은 울기도 하고 격려도 해줬다. 살면서 이렇게 삭발하게 될 줄은 어떻게 알았겠냐”라며 “지역 매출 1위였던 부산 가야점 폐점 결정처럼 투기자본 MBK가 대주주가 된 이후로 홈플러스를 잘 운영해볼 생각은 않고, 매각으로 ‘돈 놀이’에만 골몰한다. 매각대금은 노동자 처우개선은커녕 MBK 빚 갚는 데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트 노동자는 4050여성이 다수”라면서 “수십 년간 어깨·허리·무릎·팔꿈치 어디하나 성한 곳 없이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해왔는데, 이젠 고용불안까지 시달려야 한다니 너무 슬프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회가 열린 홈플러스 대구점은 오는 12월 폐점이 예정돼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이후, 점포와 부지 등을 매각으로 ▲2016년 1,227억원 ▲2017년 8,029억원 ▲2018년 5,372억원 ▲2019년 4,480억원 ▲2020년 약 1조 5,003억원(추정) 등의 매각이익을 거뒀다고 주장한다.

▲19일 오후, 마트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가 노동자대회를 열고, 홈플러스 폐점매각 중단 및 고용안정 보장, 투기자본 규제법 제정을 촉구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은 “MBK는 사모펀드계의 부동산 투기꾼으로, 유통산업은 관심 밖이고 먹튀매각과 기업사냥에만 눈독을 들인다”며 “법과 제도의 빈틈을 비집고 무법천지로 날뛴다. 투기자본을 규제하기 위한 법을 만들어 노동자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뉴스민>에 “회사는 노조와 대화할 의지를 가지고 있고, 고용안정에 대해서 노조와 이야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마트노조는 다음 달 3일 서울에서 전국 마트노동자대회를, 11월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