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대통령? 문 정부, 코로나 지원마저 성차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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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꼽았지만 지난 4년 동안 해당 사업은 형식적으로 운영돼 성별 임금 격차가 큰 현실이 지속되는 등 여성 노동자 구제에 실패했다. 또 이전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같은 정책을 유지하면서 여성 노동자를 불완전 고용과 저임금에 위치하게 해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를 더욱 벌렸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정부는 남성 위주의 지원 정책을 펼쳤다.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은 남성에게 매년 60~80% 이상이 돌아갔고, ‘기간산업안정기금’ 같은 산업 지원금은 남성집중 업종으로 지원돼 여성이 주로 고용돼 있는 서비스 업종의 타격이 컸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2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 평가 대토론회’를 열고 출범 4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노동·사회 정책을 평가했다. 문 정부는 촛불개혁의 열망에 힘입어 기대를 모았지만 각 영역의 정책은 매우 미흡하거나 사실상 낙제점이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문 정부 시기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해 여성 노동 정책이 국정과제로는 설정됐지만 용두사미에 그치고 말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여성 노동 영역의 발제를 맡은 정경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과 초기 국정과제에서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공약하고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전 정부들의 비정규직 정책과 여성 고용 정책을 유지한 채 ‘강력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와 ‘성평등 임금 공시제’와 같은 공약과 국정과제들은 실종되고 노동시장에서의 성평등을 추구하는 정책은 시행되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정 연구위원은 “게다가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한 정부정책도 성별 격차를 가지며 기존의 성차별적인 노동구조가 더 심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라며 “문재인 정부 에서 ‘성평등’은 이름만 붙여진 것이었다”라고 비판했다.

▲자료=<문재인 정부 평가 대토론회> 자료집]

발제에 따르면 여성 시간제 노동자는 2008년 85만8천명에서 2009년 106만1천명으로 크게 상승한 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9년 231만명으로 늘어나고 2020년에는 233만7천명을 기록했다. 시간제 일자리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쳐 경력단절 여성의 고용 확대 방향으로 추진된 정책이다. 정 연구위원은 “시간제 고용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고 해도 불완전 고용과 저임금 일자리로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라며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유지되는 조건에서 OECD 수준 으로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 후보 공약과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 국정과제는 처음부터 공허했다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성별 임금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을 꼽고 있다. 이에 정부의 여성 노동 정책의 주요 대상이 경력단절 여성에 맞추어져 있는데 이는 여성의 결혼, 임신, 출산, 양육을 전제로 한다. 2008년 제정된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경력단절 여성법)을 근거로 여성 지원 정책을 하고 있는데 법안의 한계 또한 지적됐다. 정 연구위원은 “여성의 경력단절을 개인의 단순한 선택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법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여성의 노동생애를 취업 후 결혼·임신·출산·양육으로 인한 노동시장 이탈, 그리고 재취업으로 정형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가지고 여성의 경력단절에 대해 단순히 결혼과 출산이라는 생애사건에 대해서만 고려한다”라며 “이로 인해 성차별적인 노동시장 구조가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계속해서 재생산하고, 애초에 여성이 남성과 다르게 경제활동 핵심 연령대에 비취업자가 되는지에 대한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접근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남성을 생계부양자로, 여성을 임신, 출산, 육아, 돌봄 전담자로 보는 정부 정책에 깔린 관점은 코로나19 지원 정책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 연구위원은 “코로 나19 위기에서 드러난 이 문제들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이미 존재했던 성불평등을 보다 선명하게 가시화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의 부정적 효과는 한국사회의 불평등한 젠더 구조와 지금까지의 정책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자료=<문재인 정부 평가 대토론회> 자료집]

코로나19 시기 정부 대응이 어떻게 성차별적이었는지는 ‘고용유지지원금’과 ‘특별고용지원 업종’ ‘기간산업안정지금’ 지원 등에서 드러났다. 고용유지지원제도는 일시적 경영난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에게 휴업·유직 등 고용유지조치를 하는 경우 인건비를 일부 지원하는 제도로 문재인 정부 임기 4년 동안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남성에 대한 지원이 압도적이었다. 남성에게 돌아간 지원금액은 2017년엔 전체의 75%, 2018년엔 81.4%, 2019년엔 75.6%, 2020년엔 60.9%를 차지했다.

정 연구위원은 “특별고용지원 업종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고시에 따라 조선업, 항공기취급업, 관광·공연업, 영화업 등이 지정됐고, 기간산업안정기금은 「한국산업은행법 시행령」에 따라 항공업, 해운업,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선박 및 보트 건조업, 기타 기계 및 장비 제조업, 석유 정제품 제조업, 항공기·우주선 및 부품 제조업,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으 로 선정됐다”라며 “대부분 남성집중 업종을 중심으로 지원됐고 특별고용지원 업종의 면세점을 제외하고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이 큰 여성 일자리 다수 업종인 대면 서비스 업종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러한 성차별적인 정책들로 인해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는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2017년에서 2020년까지 성별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을 살펴보면 남성 비정규직 비율은 26.3%, 26.3%, 29.5%, 29.4%인데 반해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41.2%, 41.5%, 45.0%, 45.0%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과 2020년의 경우 여성 2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었다. 게다가 코로나19 위기에서 감소한 정규직 노동자 5만8천명 중 여성이 4만4천명으로 75.9%를 차지해 코로나19 경제위기에서 여성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여성 정규직도 안전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 연구위원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는 성평등을 진보적 이미지 형성에만 활용했을 뿐 불안정한 여성 노동자의 처지는 이전 정부와 달라진 게 없다”라며 “스스로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고 칭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기존에 있는 법·제도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원인을 찾기 위한 냉엄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기사제휴=박다솔 참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