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주택 10만호’ 공대위 출범, 심상정·장혜영 관련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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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탈원화 흐름에 맞춰, 주거와 함께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지원하는 생활서비스를 결합한 ‘지원주택’ 도입을 위한 법안이 마침내 국회에 발의됐다. 법안 통과를 위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공동대책위원회도 꾸려졌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장애인·고령자 등 지원주택 10만호 공급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지원주택10만호공대위)’는 19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제·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입법 및 예산 반영을 목표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설에서 나온 탈시설 장애인에게 시급한 것 중 하나가 주거의 안정성이다. 그런 점에서 지원주택은 최근 탈시설 장애인 지원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 주거만 제공하던 것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생활전반의 서비스가 함께 지원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또한, 주택계약자가 복지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서비스공급자가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라는 점에서 기존의 체험홈, 자립생활주택과도 다르다.

현재 ‘장애인 지원주택’ 제도는 서울시에만 도입되어 있다. 기존에 지원주택은 노숙인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장애계의 끈질긴 요구에 2019년 12월,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주택을 선보였다. 그러나 ‘장애인 탈시설’이라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맞춰 정부 차원의 자립생활 보장을 위한 주거 정책이 필요해졌다.

19일 국회에 발의된 ‘주거약자 주거유지 지원서비스에 관한 법률안(아래 주거서비스지원법)’은 그러한 요구를 담았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그동안 우리 사회는 비장애인에게 친화적인 주택에 맞춰 장애인을 훈련해 왔다. 이제는 집을 장애인에게 맞추고,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집에 결합하겠다는 게 이 법안의 골자”라며 “자립을 준비하게 한다며 장애인을 시설에서 훈련하는 방식을 넘어, 서비스까지 결합한 집을 제공해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게 환경을 갖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거서비스지원법안에서는 장애인, ‘노숙인 등’, 정신질환자 등을 주거약자라고 규정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거약자를 위한 지원주택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법안에는 △지원주택의 범위 △재원 확보 방안 △서비스 제공기관 선정 △주거유지지원서비스 내용 및 업무 범위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과 함께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주거약자지원법)’도 개정되어야 한다. 기존에는 주거약자로 장애인, 고령자만 명시돼 있었다면 개정안에는 ‘노숙인 등’, 정신질환자로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주거유지지원서비스 조항을 신설했다.

나아가 연령, 성별, 국적, 장애와 관계없이 모든 주거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국가와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지원하고, 입주기간·임차료 등 임대조건을 입주자에게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할 의무가 추가됐다.

주거약자지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첫 번째 사망자는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발생했다. 102명 정신장애인 전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그중 8명이 돌아가셨다. 재난상황에서 죽음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삶이 시설에서의 삶이라는 걸 여지없이 볼 수 있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42번째 국정과제로 탈시설을 공약했지만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법안 발의 이후 장애인 등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설에서 나와 현재 지원주택에서 살고 있는 김석원 씨는 지원주택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김 씨는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TV도 볼 수 있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이 먹을 수 있다. 내 방도 있다. 지원주택이 없으면 못 했을 것이다. 지원주택 관련 제·개정안이 통과돼 더 많은 지원주택이 생기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지원주택10만호공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시설이나 병원은 집이 아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지원주택은 대안적 주거모델이다.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안정적인 독립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주택과 함께 주거유지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만 호’ 공급쟁취를 선언한 이유에 대해서는 “장애인거주시설에 있는 장애인이 3만 명, 정신건강증진시설에 장기입소한 정신장애인이 4만 명, 노숙인이 1만 명 등 지원주택이 필요한 사람은 총 8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노인 지원주택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수요에 따른 공급계획 수립은커녕 지원주택 도입조차 못 하고 있다”며 이날 발의된 제·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적극적인 입법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기사제휴=하민지 비마이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