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법파견 아사히글라스 대표 징역형 선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제조업 파견법 위반 징역형 첫 사례
법원, "파견법 위반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

15:49

파견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구미 아사히글라스 대표자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이 고발한 지 6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제조업에서 파견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내려진 첫 사례로 확인된다.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은 판결 후 재판정을 나서며 서로 얼싸안았다.

▲아사히글라스 파견법 위반 징역형 선고 후 해고노동자들이 서로 얼싸안고 있다.

11일 오후 1시 40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1단독(재판장 김선영)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 위반죄로 하라노 다케시 전 아사히글라스 대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정재윤 전 지티에스(GTS) 대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사히글라스와 GTS 법인에도 각 벌금 1,500만 원, 300만 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하라노 다케시 전 아사히글라스 대표에게 징역 6개월, 정재윤 전 지티에스(GTS) 대표 징역 4개월, 아사히글라스 법인에 벌금 2,000만 원, 하청업체 GTS에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GTS가 사실상 아사히글라스의 한 부서처럼 아사히글라스의 지휘 명령을 받으면서 운영됐다고 판단했다. 아사히글라스와 GTS 측이 상호 간에 도급 계약을 맺었고, 독립적인 기업 조직이라고 주장한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 근거로 ▲GTS가 작업자 수를 비롯한 작업자 현장 배치, 작업 내용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했고 ▲GTS가 아사히글라스 외에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하거나 다른 사업장에서 업무를 한 적도 없고 ▲아사히글라스와 GTS가 유리 생산이라는 단일한 목적으로 운영됐고 생산 공정 또한 연동된 점 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AFK(아사히글라스)는 (GTS에) 추가 업무를 지시할 때마다 변경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도급 계약의 외관을 갖추려 했다”며 “현장 사무실이나 일부 장비에 대해 임대차 형식으로 변경하는 점 등은 (아사히글라스가) 불법파견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업에는 근로자 파견을 금지하는데 회사는 허가 없이 직접 생산 공정 업무에 파견했다. 파견법 위반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판결 후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은 결과를 반기면서도 아쉬움을 보였다. 이번 판결이 법인에 대한 벌금을 제외하고는 검찰 구형과 동일한 수준이기 때문에, 검찰이 더 적극적으로 구형했다면 더 큰 처벌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는 판결 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앞에서 아사히글라스의 사죄와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1일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이 아사히글라스 파견법 위반 판결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탁선호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검찰과 고용노동부가 너무 관대하게 수사하고 처벌하려 한다. 검찰은 한차례 불기소 처분하고 그다음 기소한 뒤에도 징역 6개월, 4개월만 구형했다. 불법파견은 중대한 범죄다. 파견노동자에게 심각한 고통을 준다. 더 높은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탁 변호사는 “직접 생산 공정에서 불법파견을 저지른 원청 사업주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재판부가 불법파견을 중대한 범죄행위로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탁 변호사에 따르면 파견법 위반에 따른 징역형 판결은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처음이다. 비제조업 사업장(세이브존아이앤씨, 파견법 위반 징역 10개월)을 포함하면 형량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검찰이 무혐의 처분해 대구검찰청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싸운 동지들이 결국 기소하게 만든 결과다. 우리가 그때 싸우지 않았으면 지금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너무 고생하셨다. 고맙다. 오늘 이 결과에 따라 아사히는 법원 판결을 인정하고 22명 모두 온전히 직접고용 하기를 바란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형사재판과 별도로 아사히글라스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항소심도 진행되고 있다. 2019년 원심재판부(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제1민사부)는 아사히글라스가 해고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사측은 불복했다.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GTS 소속 노동자들은 2015년 5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가 6월 문자로 178명 전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후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8월, 법원은 해고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해고노동자 손을 들어줬지만 아사히글라스는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2017년 12월 검찰은 아사히글라스 파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으나, 노조의 항고로 대구고등검찰청이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검찰 요청으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렸고, 위원회는 아사히글라스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2019년 2월 검찰은 아사히글라스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