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요구 평양시민 김련희, “암 투병···시간이 없다”

원치 않은 남한 생활 11년···"이재명 후보님, 대통령 되면 나 보내줄 수 있나요"

17:51

평양 시민 김련희 씨는 추석을 앞두고 고향 생각이 사무친다. 남한에 온 뒤 맞는 11번째 추석. 줄곧 평양으로 되돌려 보내 달라고 외쳤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기약이 없다. 최근 우연히 간암 진단을 받고 수술까지 받은 김 씨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더욱 고향이 그립다. (관련기사=‘평양주민 김련희’가 있어야 할 곳(‘15.9.2))

마음은 조급한데 누구도 응답하지 않았다. 김 씨는 ‘인권 변호사’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진전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국가보안법 위반 등 죄목으로 기소됐고, 재판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2016년 3월 주한베트남대사관에 들어가 북송을 요구한 일에 공동퇴거불응 혐의가 적용됐고, 유튜브 등을 통해서 이적표현물을 제작했다는 혐의다. (관련 기사=검찰, 평양 송환 요구 김련희 씨 국가보안법 위반 기소(‘21.1.11))

김 씨는 재판이 두렵지 않지만, 기약 없이 연기되고 있어 시간만 지체하고 있다는 생각에 답답한 심정이다. 김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15일 대구를 방문해 북송을 재차 촉구했다. 15일 오후 1시 평양시민 김련희 씨 송환 대구준비모임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씨는 “추석이 다가오니 너무 눈물 나고, 아프고, 보고 싶다. 간암 수술을 받고 보니,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하는 생각에 두렵다. 가족 옆에 가기 전에 죽을까 봐, 그것이 제일 무섭다. 살아서 부모님 얼굴만 보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이 무기한 연장됐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어떤 판결을 내든 상관없다. 내일이라도 재판을 열어달라. 고향으로 보내주기만 하면 된다. 저를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후, 송환을 부탁하고 싶은 정치인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김 씨는 “이재명 후보한테 달려가서 물어보고 싶다. 대통령 되면 나 보내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김련희 송환은 남북관계 개선의 마중물”이라며 “정치 문제가 아니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김련희를 꼭 고향 품으로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는 송환 촉구 요청서를 대구시당에 전달했다.

▲평양 시민 김련희 (왼쪽 두 번째)씨가 15일 오후 1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당사 앞에서 북송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래는 기자회견 후 김련희 씨와 나눈 문답이다.

Q: 오랜만에 대구에 오셨는데, 근황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인권 변호사 대통령이 됐는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대구에서 송환 운동을 하는 게 한계가 있더라. 청와대 통일부 다 서울에 있으니 좀 더 가까이서 호소하려고 서울까지 갔다. 서울에 방 하나 잡고 혼자 살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꼼짝 못 하고 있지만, 일인시위도 하고 있다.

Q: 추석인데, 지금은 혼자 서울에 사신다니, 고향 생각이 더 날 것 같다.

추석 하면 부모님 먼저 생각한다. 자식보다 부모님 먼저라는 문화가 있다. 추석 다가오니 너무 눈물 나고, 아프고, 보고 싶다. 짐승도 어미와 헤어지는 걸 힘들어한다. 저는 인간인데, 11년간 11번째 추석을 맞으니까 너무 아픈 거예요. 얼마 전에 간암 수술받으니 시간 얼마나 남았을까. 두렵더라. 이제는 통일이고 뭐고, 그런 거보다 무서운 게, 가족 옆에 가기 전에 죽을까 봐 그게 제일 무섭다. 살아서 부모님 얼굴만 보게 도와줬으면 좋겠다. 간절한 소망이다.

Q: 송환 위해서는 정부 당국이 전향적인 조치를 해야 가능할 텐데, 지금 검찰 기소로 재판까지 가 있다. 상황이 복잡하다.

지금 재판 중이다. 재판 날짜 잡았다가 재판부가 무기한 연장했다. 왜 연장이 됐는지 변호사들도 알 수가 없다. 기다리는 중이다. 죄명이 국보법, 고무찬양죄다. 제가 북에 가려고 서울에 있는 베트남 대사관에 뛰어든 적이 있다.11년 동안 억류하고 안 보내주니 무슨 수라도 쓰려 했던 것이다. 재판이라도 빨리 열어달라. 내일이라도 당장 재판 시작하든 반가울 거 같다. 어떻게 판결 내든 간에. 가족에게 돌아가는 게 죄가 될 수 있냐 하는 생각에 안타깝다. 고향에 보내주기만 하면 된다. 왜 잡아놓고 있나. 아줌마 한 명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사람이 있어야 법도 있는 건데, 남북관계 갈등이 있는데, 그럴 때 김련희 보내면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간절한 바람이에요. 다음에 민주당 정부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발 마지막 기회에 저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 이거 하나만이라도 해달라.

Q: 문 대통령이나 유력한 대통령 후보 누구에게라도 개인적으로 부탁하고 싶다면?

이재명 후보 좋은 감정 가지고 있다. 그분이 노동자 출신, 서민 입장 대변하고 있고. 이런 사람이라면 이런 아픔을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이재명 후보가 많이 고통에 시달렸잖아요. 누구보다도 아픔 겪었잖아요. 이재명 후보한테 달려가서 물어보고 싶어요. 대통령 되면 나 보내줄 수 있냐고.

Q: 동포에게 하고 싶은 말?

미안함, 죄스러움. 어머니가 10년 동안 딸을 기다리다가 몇 년 전에 실명하셨다. 딸을 보고 죽겠다고 버티고 있다.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너무 아파요. 미안하다는 말, 나 괜찮으니까 아직 살아있으니까, 언젠가 만날 테니까, 고향 갈 때까지 부디 건강했으면 좋겠다. 내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게 그런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엄마가 내 목소리들을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살아계셨으면 합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