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에 집 나온 청소년, 쉼터에서도 인권침해?

탈가정 청소년, "쉼터 상담사, 부모에게 감정이입해 비행 청소년 취급"

12:02

대구에 사는 탈가정 청소년 A 씨는 청소년 쉼터를 두 번 찾은 적 있으나, 매 번 쉼터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곧바로 퇴소했다. 가정폭력 때문에 집을 나왔는데 쉼터에서도 보살핌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쉼터 관계자가 오히려 부모에게 감정이입 해서 A 씨 행실을 문제 삼는다고 느꼈다.

경찰이 여러 차례 출동할 만큼 가정폭력이 심했던 시기, 집을 처음 나온 A 씨는 거처를 찾다가 쉼터에 관한 정보를 얻고 쉼터를 찾았다. 쉼터 관계자는 방금 집을 나온 A 씨와 상담을 하면서, A 씨에게 “자퇴 허락은 받았느냐. 자퇴도 허락할 정도로 개방적인 부모인데 왜 대화로 해결이 안 되느냐. 네가 비행을 일삼아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쉼터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A 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가출 이후 잠시 가정폭력은 줄었으나, 2021년 들어 가정폭력이 심해졌고 A 씨는 견디다 못해 다시 집을 나왔다. 2년 만의 가출, 역시 갈 곳은 없었고 이번에는 버텨 볼 생각으로 다시 쉼터를 찾았다.

코로나19가 유행 시기, A 씨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을 하거나 어떠한 의심 증상이 없는데도 쉼터에서 자가격리 수준의 조치를 받았다. 화장실을 사용할 때 외에는 방을 나오지 못했고, 방 안에서 배식을 받아 밥을 먹었다. 입소하며 쓴 서약서에는 무단 외출 금지, 외박 금지, 애정 행위 금지, 통금 같은 규칙이 있었다. A 씨는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다시 쉼터를 나왔다.

13일, A 씨 처럼 대구 탈가정 청소년 쉼터에서 인권침해를 받은 청소년들이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대구시청 앞에 모였다. 청소년 쉼터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오전 10시 대구시청 앞에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13일 오전 10시 대구시청 앞에서 청소년 쉼터 인권침해 증언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일상적 폭언과 불합리한 생활수칙, 동성 간 성 접촉 여부를 확인하는 등 프라이버시 침해까지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입소자를 안정시켜야 할 상담사가 가해 부모에게 이입하는 등 2차 가해를 자행하거나, 코로나 위험을 명목으로 강제로 독방에 격리하는 일마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리 감독기관인 대구시에 책임이 있다. 문제를 알지 못했거나 방관한 것”이라며 “쉼터가 오히려 또 다른 가해를 자행한다면 청소년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실태 조사에 나선 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한다. 대구시 청소년과 관계자는 “지난주에 문제점을 인지해 인권 전문가와 검토 중”이라며 “인권침해 소지가 있을 것을 전제로 사실 확인을 한 다음 제도적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시가 위탁을 맡긴 탈가정 청소년 쉼터는 6곳이다. 탈가정 청소년 쉼터 유형은 일일, 단기, 중장기, 이동형 쉼터로 나뉜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