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각급 학교에 ‘노태우 국가장’ 조기 게양 안내 논란

전교조 대구지부, “광주의 주범, 국가장 예우 말이 되느냐” 반발

14:16

대구교육청이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에 따른 조기 게양 지침을 각급 학교에 전달하면서 전교조 대구지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6일 노태우 씨가 향년 88세로 별세하자 정부는 27일 국가장을 결정했다. 정부의 국가장 결정을 두고 광주·전남을 비롯해 노동시민사회단체, 정의당 등에서 철회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에서 이뤄진 조치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전교조 대구지부와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지난 28일 각급 학교로 ‘故노태우 前대통령 국가장 기간 조기(弔旗) 게양 협조’을 내려보냈다. 공문은 30일까지 이어지는 국가장 기간 동안 학교에 조기를 게양하고, 가정에서도 조기를 게양할 수 있도록 안내하도록 했다.

붙임한 안내문에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사회 발전에 공헌하신 고인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고 명복을 비는 기간이 되도록 조기를 게양하자”면서 게양 시간이나 게양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대구교육청이 각급 학교로 노태우 국가장에 따른 조기 게양을 안내문과 함께 협조 공문을 내려보냈다. (사진=전교조 대구지부)

전교조 대구지부는 “노태우 이름에는 늘 전두환과 함께 5.18 광주의 억울한 죽음이 붙어 다닌다. 5.18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각종 왜곡과 음해가 넘쳐나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황이 이러한데 그 주범의 죽음을 국가장으로 예우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짚었다.

이어 “1989년 전교조가 결성되었을 때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1,527명의 교사를 해직시켜 길거리로 내쫓았던 장본인이 노태우”라며 “노태우 정권은 이들에 대한 해직에서 머물지 않고 교단에 불기 시작한 민주주의의 바람을 막기 위해 온갖 악행과 칼날을 휘둘렀다. 우리에게 노태우는 교육 민주주의를 철저하게 짓밟고 거부한 반민주적인 대통령으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광주를 생각한다면 국가장 기간 동안 조기를 걸지 말라. 17개 시·도교육감 중 11명의 교육감이 장례위원 참석을 거부했다. 지금이라도 권영진 시장과 강은희 교육감 역시 장례위원 참석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이 각급 학교로 공문을 내려보낸 건 대구시의 협조 요청에 따른 것이다. 대구교육청 총무과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별도 지침이 내려온 것은 없고, 대구시청에서 협조 공문이 와서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노 씨에 대한 국가장을 결정했지만 각계각층에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각 지자체도 자율적으로 조기 게양이나 분향소 설치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17개 특·광역자치단체 중 광주, 전남, 전북, 세종시는 조기 게양을 하지 않고, 별도 분향소도 설치하지 않는다. 울산과 강원, 충남, 충북, 경남은 조기는 게양했지만 분향소는 운영하지 않는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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