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만나는 대구 청년, “대구 최저임금 문제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도 대통령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백명수 씨
지난 6월 이준석 지지하며 국민의힘 가입하기도
변화 없는 국민의힘에 실망하고 탈당

11:27

“아직은 얼떨떨해서 무슨 이야길 할지 잘 모르겠어요”

백명수(26) 씨는 평범한듯 평범하지만은 않은 대구의 청년이다. 그는 대구에서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에 취직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좋지 않았던 허리의 문제가 커져서 결국 취직 4년 만에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다시 고향 땅으로 돌아온 명수 씨는 2년 동안을 두문불출하며 불안과 우울한 일상을 반복하다, 패션 일에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7월경 우연히 그는 중고 옷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생면부지의 전태일을 알게 됐다. 거래 상대자가 대구에서 전태일 열사 생거지를 매입해 기념관을 만드는 일에 관여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시간 부자’였던 그는 그와 조금 더 긴 시간 이야길 나눌 시간을 가졌고 내친김에 그가 참여한다는 전태일 관련 모임에 참여했다. 그 모임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7월 30일에 전태일 생거지를 방문한다는 소식도 알게 됐다.

백 씨는 전태일 열사의 생애를 처음 접하고 깊은 감명을 받은 차에 소년공 출신의 여권 유력 대선 주자가 전태일 생거지를 찾는다는 이야기까지 듣곤 뭔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그는 스스로 전태일이 되어보기로 했다. 중고 옷 매장을 찾아 전태일 열사를 표현할 수 있는 옷을 사고, 머리도 비슷하게 잘랐다. ‘나도 대통령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문구로 피켓도 만들었다.

7월 30일 그는 준비한 옷을 챙겨입고 피켓을 들고 이재명 후보를 기다렸다. 주먹 악수를 나누고 입장했던 이 후보는 열사의 누나 전순옥 씨가 발언할 때 눈앞에 있던 그의 피켓을 직접 집어 들고, 그를 옆으로 불렀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이재명 후보 측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이재명 후보가 직접 그와 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고 했다. “신기해요. 대통령 후보가 여러 사람과 만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신청한 것도 아닌데 저랑 먹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라고 감회를 전했다.

▲지난 7월 30일 대구 전태일 생거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백명수 씨(가장 오른쪽). (사진=전태일의친구들)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그는 지난 6월 잠시 국민의힘 당원이 되기도 했다. 이준석 당시 당 대표 후보에게 좋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기존의 정치인이나 국민의힘과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당비 1,000원을 내고 그가 당 대표가 되도록 한 표를 행사했다. 그는 “뽑히는 걸 보고 기분이 좋았어요. 그 뒤에 국민의힘을 더 관심 갖고 지켜봤는데, 똑같더라구요. 당 대표 빼고는. 내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아서 국민의힘을 나왔어요”라고 전했다.

이후 그는 더불어민주당으로 눈을 돌렸다. 여러 후보 중에 이재명 후보에 더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7월 30일을 계기로 그는 이재명 후보에게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소년공 출신으로 여당 대권 후보에 이르기까지의 인생 경로에 감명을 받아서다.

5일 낮 12시 무렵부터 명수 씨는 이 후보와 홀로 점심을 먹는다. 무슨 이야길 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그는 “잘 모르겠어요. 어떤 이야길 해야 할지···. 대구가 최저임금을 안 지키는 곳으로 유명하잖아요. 그걸 이야기하고 싶어요. 최근 북구에 이슬람 사원 문제도 있는데 그런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이야길 전해보고 싶구요”라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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