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와 함께 돌아온 대구퀴어축제, “평등사회 염원하는 시민의 축제”

17:35

코로나19 유행으로 멈췄던 퀴어 축제가 2년 만에 다시 대구 동성로와 중앙대로 일대에서 열렸다. 축제 참가자들은 “우리가 여기 있다. 여기서 함께 살자”라고 외쳤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6일 오후 2시부터 동성로 일대에서 제13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열었다. 조직위는 2020년에는 퀴어축제를 랜선축제(온라인)로 진행했으나, 이번 달부터 ‘위드 코로나’ 체계로 방역 수칙이 바뀌면서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번 축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사전 신청한 시민에 한해 축제 참여를 제한했고, 약 400명의 시민이 도심에서 축제를 즐겼다. 축제는 대구 시가지 일대에 4곳으로 분리해서 1곳당 최대 참가자가 90여 명이 넘지 않도록 조절했다.

▲제13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6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렸다

이번 축제에는 주한 미국·아일랜드·영국·캐나다·네덜란드·독일 대사관이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한국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응원했다. 국내 다른 지역 퀴어축제 조직위원회나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등 진보정당 관계자도 참여했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하고 있는 장혜영 의원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우리는 더 강해지고 더 다정해졌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나답게 살기를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사람이고,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있다”며 “14년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은 어느 때보다도 제정에 가까워졌다. 대한민국은 여러분의 나라다.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주한 영국대사관의 안나 코널리 서기관은 “영국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믿는다.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위해 우리도 협력 중”이라며 “영국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성소수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서 차별금지법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장혜영 국회의원이 제13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다.
▲축제에 참여한 주한 외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성소수자를 문제삼는 피켓을 든 시민에게 손까락 하트를 보내고 있다.

아들이 성소수자인 조정일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은 “커밍아웃이 힘든 일이 아니라 평범한 일이 되는 것을 꿈꾼다. 엄마, 나 게이에요, 나 트랜스젠더예요라고 말할 때 알고있다고, 네가 정체성을 알아가는 게 소중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며 “아직 많은 성소수자가 혐오와 차별 때문에 죽어간다. 언제 이 혐오를 멈추나. 혐오와 차별에서 살아남은 우리가 무지개다. 희망이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이번 축제로 우리 목소리가 어디에도 묻히지 않을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퀴어와 인권이 만나, 인권의 최전선이 된다. 퀴어축제는 평등사회를 염원하는 동료 시민과 함께하는 인권 축제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3시, 조직위는 무대 행사를 종료했고 참가자들은 동성로 일대에서 자긍심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행진 경로에 퀴어 축제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경찰의 질서 유지로 특별한 충돌은 없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