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구 ‘간병살인’ 논란 사건 항소심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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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간병살인’ 논란 사건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 B(56) 씨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피고인 A(22) 씨는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에 대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법리 오해를 주장했고, 원심의 형이 너무 부당하다며 양형부당도 주장했다.

10일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양영희)는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퇴원시킨 다음 날부터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돼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며 “피고인이 항소 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도 원심이 형을 정하며 모두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 씨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진술한 내용을 근거로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경찰에서는 아버지가 ‘물도 밥도 주지 말라고 했다’고 진술했다가, 검찰에는 아버지가 아버지 지인의 번호로 전화해 생활비를 빌려 보라고 시키는 등 부친이 삶의 의지가 있었다고 진술을 바꿨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자백 진술이 매우 일관되며, 신빙성이 높다고 보인다”며 “경찰에서 한 진술이 거짓이라고 한 진술 내용은 일부러 꾸며내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우며, 수사기관 압박으로 자백 진술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자백 진술을 보면 피해자를 퇴원시킨 다음 날부터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피해자가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되므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선고한 징역 4년이라는 양형에 대해서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며 모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을 종합해봐도 원심의 형이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망한 B 씨는 지난해 9월 심부뇌내출혈·지주막하출혈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치료비 부담 문제로 지난 4월 23일 퇴원했다. 당시 병원비는 수천만 원 대였으며, A 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생활고를 겪었다.

퇴원 당시 B 씨는 혼자서 거동을 할 수 없고, 경관 급식과 도뇨관 삽입, 호흡곤란 관찰 등 지속적 간병 없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였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퇴원 하루 뒤인 4월 24일부터 B 씨에게 처방약을 제공하지 않고, 치료식은 같은 달 30일까지 7일 동안 총 10개만 제공했다. 5월 1일부터 8일까지 8일 동안은 치료식과 물, 처방약 제공을 중단했고, B 씨는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 발병으로 사망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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