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규 칼럼] 미디어는 선거를 축제로 이끌어야 한다

07:29
Voiced by Amazon Polly

‘군사작전은 미디어전에서 이미 판가름 난다.’ ‘선거전은 미디어전이다.’ 도대체 미디어가 뭐길래? 군사작전과 선거전에서 미디어가 결정적인가.

대부분 사람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미디어를 통해 파악한다.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는 세상을 알 수 없다. 어쩌면 내가 보는 세상이 아니라 미디어가 보는 세상을 보고 있는 셈이다. 매스미디어, 뉴미디어 등장에 이어 사회적 미디어(social media)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를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누구라도 페이스북, 유튜브, 밴드 등으로 1인 방송국을 운영할 수 있다.

필자는 군사작전을 수행하면서 겪은 미디어와의 아쉬움이 떠오른다. 1996년 9월 18일 강릉 안인진리에 북한군 잠수함으로 무장공비 26명이 침투했을 때다. 이 작전은 초기대응이 늦어 군은 무려 49일 동안 일일 4만2천여 명을 투입하고서야 작전을 종결했다.

지금처럼 소셜 미디어가 일상화되었다면 군사작전은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당시 최초 잠수함을 발견한 택시기사는 안인진리 해안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파출소로 직접 가서 신고했다. 군과 경찰은 이를 토대로 다시 현장에 가서 분석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만약 지금이라면 택시기사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경찰에 전송하고 신고했을 것이다. 경찰은 이를 군과 관련 기관에 동시에 전파했고, 군은 바로 작전에 돌입했을 것이다.

경북 성주에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할 때,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현장에서 3년 7개월 동안 피부로 느꼈다. 사드 배치 관련해 주민들은 찬반으로 나누어져 카톡, 밴드,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였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카톡이나 밴드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잘못된 정보일 때는 확증편향을 보이곤 했다. 이때 소셜 미디어의 폐해를 보았다.

가히 미디어는 걸어 다니는 핵무기라 할 수 있다. 미디어가 선거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선거와 미디어 뒤에 ‘전(戰)’이 붙을 만큼 군사작전과 유사한 점이 많다. 가장 큰 공통점은 국민의 관심을 엄청 받는 것이다. 미디어가 군사작전이나 선거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보자. 후보자는 직접 유권자를 만나는데 한계가 있다. 결국 후보자는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알릴 수밖에 없다. 유권자는 미디어를 통해 후보자를 파악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가 후보자의 무엇을 알리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미디어가 후보자의 정책을 왜곡한다면 유권자는 그렇게 알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군사작전과 선거전은 차이점이 있다. 군사작전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다. 선거전은 다르다.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더 잘 살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그래서 선거전은 군사작전과 다른 것이다.

선거는 전쟁이 될 수 없다. 선거는 축제여야 한다. 선거에서 미디어는 군사작전을 중계하듯이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후보자의 동선 보다 삶을 검증하고 정책을 분석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래서 미디어의 책무가 막중하다.

정치인에게 선거전은 죽고 사는 전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새 대통령을 뽑아 더 나은 삶을 기대하므로 축제의 성격이 강하다. 2월 15일부터 3월 8일까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다. 설레며 기다리는 시간이다. 이를 위해 미디어가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 모든 미디어가 본분을 깨달아 이번 선거를 축제로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

전병규 kyu9664@naver.com
육군에서 33년 복무하고 2021년 예편했다. 소말리아, 이라크에서도 근무했다. 전역 직전에는 대구, 경북을 지키는 강철사단의 부사단장을 역임했다. 대구과학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