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선우] 이근의 참전 논란과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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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를 리더로 한 어벤져스팀이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생화학 무기를 탈취한 브록 럼로우(프랭크 그릴로)의 자살 테러를 막는 과정에서 완다 막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의 실수로 인근 건물이 폭발에 휘말린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완다는 충격을 받는다. MIT에서 강연을 마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앞에 국무부 소속 직원이라고 밝힌 여성이 다가온다. 그는 소코비아 사태 때 그곳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희생된 아들에 대한 원망을 토니에게 쏟아낸다.

어벤져스 전원은 국무부 장관 썬더볼트 로스를 만난다. 그는 헐크의 난동으로 인한 피해, 외계인의 뉴욕 침공, 쉴드의 헬리캐리어 사건, 소코비아 사태, 라고스 폭발사건을 꺼내면서, 어벤져스를 UN 산하에 두는 내용의 ‘소코비아 협정’에 동의할 것을 종용한다. 해당 사건들은 대부분 어벤져스의 개입으로 희생을 최소화했으나, 어벤져스를 향한 부정적 여론은 만만치 않다.

소코비아 협정을 둘러싸고 어벤져스는 갈등을 겪는다. 강대한 힘을 가진 슈퍼히어로가 생겨난 뒤 세상을 위협하는 일도 늘어난 게 사실인 탓에 통제를 그냥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죄책감에 괴로운 토니는 협정에 서명할 것을 바라고, 스티브는 협정에 동의하면 어벤져스는 유명무실한 조직이 된다면서 반대한다.

토니는 자신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무기들이 테러리스트 손에 넘어가 평화를 위협하는 모순을 경험했고, 어벤져스의 정의 때문에 민간인이 희생되는 모순도 겪었다. 반대로 스티브는 2차 세계대전 참전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의견, 가치관이 모두 제거되고 오로지 국가의 통제와 명령을 따를 때의 역효과를 체감했다. UN 회의장에서 와칸다의 트차카 국왕의 연설 도중 폭탄 테러가 발생하면서 어벤져스의 분열은 심화된다. 결국 토니의 뜻에 동의하는 어벤져스와 스티브를 따르는 어벤져스가 나뉘어 내전을 벌인다.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년)>는 2006년 출간된 동명의 마블 코믹스가 원작이다. 도시 한복판에서 초인들과 악당들이 벌인 싸움으로 민간인 800명이 희생된 참사로 인해 초인등록법안에 찬성하는 아이언맨팀과 정부의 통제와 관리를 거부하는 캡틴 아메리카팀의 분열이 내용이다. 당시 미국은 테러 방지를 명목으로 정부가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문제로 논쟁이 벌어졌다. 비록 만화지만 현실적 상황을 반영해 서사를 꾸민 것이다. 자유와 통제, 둘 중 뭐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순 없다. 안전을 위해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의도도 납득할 수 있고, 국가의 통제와 관리 역시 순수하지만은 않다는 비판도 타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근 전 해군특수전전단 대위의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 참전이 논란이다. 지난 8일 외교부는 이근 전 대위의 우크라이나 입국 사실을 확인하면서 여권에 대한 행정제재를 진행 중이고, 향후 여권법 위반 관련 형사 고발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호, 국민에 대한 경각심, 우크라이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이번 논란은 이근 전 대위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우크라이나 의용군으로 참전하기 위해 출국해, 이튿날 도착했다고 알리면서 불거졌다. 그는 “우크라이나 도착했습니다. 6.25 전쟁 당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6·25 전쟁 당시 일부 우크라이나계 미국인들이 미군으로서 참전한 사실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안 가면 안 간다고 지랄, 가면 간다고 지랄, 그게 한국의 사회 수준”이라면서 자신의 행위를 비난하는 이들을 향한 욕설을 달았다.

이어 이근 전 대위는 외교부가 자신의 여권에 대한 행정 제재를 검토한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시간 낭비하면서 여권 무효화하는 것보다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 지나 고민해보라. 야간투시경도 계속 요청했으나 수출 허가를 못 받았다”고 적었다. 그리고 몰래 우크라이나 입국을 의식한 것인지 “처음에는 공식 절차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출국하려 했으나 한국 정부의 강한 반대를 느껴 마찰이 생겼다”고 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100여 명이 참전을 문의했으나, 실제 참전 인원은 보안상 이유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근 전 대위와 외교부의 마찰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처벌을 불사하고 우크라이나에 입국한 그를 옹호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 이근 전 대위의 돌발행동을 비난하는 이들도 적잖다. 옹호하는 쪽은 “개인의 선택인데 국가가 좌지우지하면 안 된다”, “애국을 위해 위험을 무릎 쓴 게 멋지다”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반대편은 “정부 지시를 무시한 무모한 행동”, “결국 돈벌이를 위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옳고 그른 것을 논하기 전에 생각할 점은 법 위반이다. 현행법상 허가 없이 외국 전쟁에 참전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여권법 위반 소지도 있다. 정부가 우크라이나 여행 금지 경보를 내렸기 때문이다.

손선우 전 영남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