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선우] 베킨세일은 다시 액션스타가 될까 ‘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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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케이트 베킨세일은 나이 쉰이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화려한 외모와 늘씬한 몸매는 매력적으로 보인다. 동안의 외모는 매우 철저한 자기관리의 결과물이다. 베킨세일은 1991년 <디바이스 앤 디사이어>로 데뷔해 주로 로맨틱 코미디물에 출연했다. 연기력은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았으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베킨세일이 얼굴을 알린 건 마이클 베이 감독이 연출한 <진주만(2001년)>에서 간호사 Lt. 에블린 존슨을 연기하면서다. 같은 해 주연을 맡은 <세렌디피티>도 출세작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깍쟁이나 지적인 면모가 두드러졌다. 액션과 거리가 멀었다.

멜로 전문배우로 여겨지던 베킨세일은 2003년 <언더월드1>에서 주연 뱀파이어 셀린느를 연기하면서는 액션스타로 발돋움했다. 영화 제작비는 2,200만 달러로 저예산 영화에 속하지만, 9,57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제작비 대비 4배가 넘는 매출을 낸 <언더월드>는 시리즈로 제작됐다. 만듦새는 형편없지만 5편이나 만들어질 정도로 흥행했다.

<언더월드> 출연 이후 베킨세일은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연기 평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출연작보다는 그의 연애에 관심이 쏟아졌다. <언더월드1>과 <언더월드2: 에볼루션(2006년)>을 연출한 감독 렌 와이즈먼과 결혼 15년 만에 이혼한 뒤 15살에서 22살 연하 연인들과 연애는 가십거리가 됐다.

<졸트(Jolt)>는 베킨세일이 다시 액션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영화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시리즈물을 전제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연출은 주로 코미디물을 찍던 타니아 웩슬러 감독이 맡았다. 린디(케이트 베킨세일)는 간헐적 폭발 장애를 앓고 있다. 어릴 때부터 화를 참지 못하고 과다한 공격성을 보였다. 신경을 거슬리게 하거나, 불의를 보면 순간의 분노를 이성적으로 제어하지 못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폭력성과 뛰어난 운동 신경은 그의 단점이다.

군에 입대하기까지 했는데 그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했다. 성인이 돼서도 간헐적 폭발 장애는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 명상하다가 집적대는 옆 남성을 때리고, 요가를 배우다가 자세가 힘들어서 강사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약은 먹어도 효과가 없고, 익스트림 스포츠나 무술을 배워도 폭력성을 억제하지 못했다. 결국 린디는 심리치료사 먼친(스탠리 투치)에게서 전기 충격기를 처방받아 감정이 폭발하기 전 그것을 작동시켜 분노를 가라앉힌다. 이를 통해 상대방을 죽이는 상상에 그친다.

먼친은 그의 폭력성을 치료할 방안으로 연애를 추천하지만 린디는 이를 거부한다. 저스틴(제이 코트니)을 만나던 날도 그랬다. 린디는 저스틴에게 사과하고 돌아섰다가 며칠 뒤 그와 다시 만나고 설레는 잠자리를 갖는다.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 사랑을 쌓아가면서 분노를 억제하게 된다. 이 소식을 먼친에게 전해주고 저스틴과의 저녁식사를 기다린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그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린디는 저스틴의 복수를 위해 거대 세력과 맞서 싸운다.

영화는 초반에 매력적인 설정과 빠른 전개로 관심을 확 끈다. 국가기관의 유능한 전직 요원이나 전직 특수부대원이 아닌,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화를 표출하는 환자라는 점은 제법 참신하고 기발하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린디가 친절하고 상냥한 남자를 만나 안정을 찾는 과정은 군더더기 없고 속도감 있어서 깔끔하다.

문제는 중반부에 들어서 벌어진다. 분노를 터트릴 지점에서 전개는 더뎌지고 액션 스퀀스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르는 느낌마저 든다. 심각한 문제의 근원은 린디에게 존재한다. 린디는 복수에 나서면서 원래의 성격이나 설정과 전혀 맞지 않는 행동을 벌인다. 신경에 거슬리면 주먹을 휘두르던 린디는 침착한 사람으로 변모한다. 불법 도박이 이뤄지는 지하 격투 시합장에서는 싸움을 말리고, 정보를 찾아낼 해커를 만나는 과정에서도 침착하다. 저스틴을 살해한 배후를 알아내기 위해 인내하는 게 아니라 이미 주먹을 날렸을 법한 상황에서 말이 길어진 것이다. 이런 탓에 액션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시작은 기대됐지만, 끝은 실망감만 남았다.

손선우 전 영남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