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산업단지 노동자 40% “휴게실 없다”

민주노총, 전국 13개 지역 산업단지 휴게실 실태조사
"영세사업장에 휴게실 더 없는데... 오는 8월 시행령에서 제외"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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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경북의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4명은 쉴 수 있는 휴게실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휴게실 실태조사에서 대구는 응답자 39.6%가, 경북은 40.6%가 휴게실이 없다고 답했다.

2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대구를 포함한 전국 13개 지역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총 4,036명을 대상으로 노동자 휴게 여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구와 경북에서는 달성·성서·경산 산업단지에서 280명, 포항산업단지 중심으로 106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 후게실에서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대구본부)

휴게실 미설치에 대해 대구는 무관심(32.7%)과 좁은공간(29.1%)을, 경북은 비용(35.7%)과 무관심(28.6%)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조사는 휴게실이 있는 경우에 접근성(5분 거리)과 독립적인 위치, 적정 규모와 개수, 이용 분위기, 관리 방법, 개선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휴게실이 있는 경우에도 접근성에 비해 규모와 개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협력업체가 휴게실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한 경우도 있다. 응답자들은 휴게실 접근성(대구 84.6%, 경북 87.3%)은 대체로 높다고 했지만, 적정규모(대구 40.2%, 경북 38.1%)나 적정개수(대구 49.1%, 경북 46%)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협력업체 이용 여부에 대해서는 대구 52.7%, 경북 65.1%가 이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휴게실을 매일 이용한다는 질문에는 대구 63.3%, 경북 47.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용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대구 16.6%, 경북 33.3%로 집계됐는데, 이유는 ‘바쁘다'(대구 25.9%, 경북 23.8%)가 가장 많았다.

지역 노동자들이 원하는 휴게실 요건 1순위는 ‘눈치보지 않고 쉴 수 있는’ 분위기가 대구 72.6%, 경북 93.3%로 가장 컸다. 그 다음으로 대구는 접근성(62.8%)과 휴식시간(51.5%)을, 경북은 휴식시간(74.3%)와 접근성(55.2%)을 꼽았다.

공동휴게실이 생기면 이용하겠다는 답변도 높다. ‘이용하겠다’와 ‘가까우면 이용하겠다’의 답변이 대구(73.6%), 경북(92.5%)로 확인됐다. 지방정부나 사업주들이 공동휴게실을 설치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대구는 응답자 평균 연령이 41.3세로, 평균 6.2년 근속했고, 월평균 임금은 254.2만 원이다. 주당 노동시간은 45.7시간으로 평균 점심시간은 53.5분, 휴식시간은 21.9분으로 나타났다. 경북은 응답자 37.6세로 평균 6.4년 근속했고, 월평균 임금은 244.3만 원이었다. 주당 노동시간은 39.4시간으로 점심시간은 45분이고, 휴식시간은 21분으로 확인된다.

장혜진 민주노총 대구본부 조직부장은 “영세사업장일수록 더 열악하고, 특히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이 더 심각한 곳이 많았다. 그리고 휴게실을 이용할 시간이 없다는 말씀도 많이 하시더라”며 “영세 사업장은 현실적으로 휴게실 설치가 어려울텐데 인근에 공동휴게실 설치도 적극 고려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외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동자들 모습 (사진=민주노총 대구본부)

전국은 43.8%가 사업장에 휴게실 없어
20인 미만 일수록 휴게실 없는 경우 많아
저임금·여성노동자 휴게 여건 더 열악

전국 산업단지 현황을 살펴보면, 응답자 43.8%가 휴게실이 없다고 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2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58.2%가 휴게실이 없었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40.6%가 휴게실이 없었다. 50~99인 사업장은 37.3%, 100~299인 사업장은 38%로 규모가 크더라도 휴게실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결과를 종합하면 사업장 규모가 작고, 저임금 노동자와 여성노동자일수록 휴게 여건이 열악한 것으로 보인다. 남성노동자의 휴게실 이용이 54.6%에 반해 여성노동자는 45.4%였고, 저임금 노동자 51.3%는 업무공간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답했다. 연령에 따라서도 이용률에 차이가 났다. 젊은 층의 경우 43.9%(20대)·46.3%(30대)에 불과한 반면, 중장년층은 53.3%(40대)·50대(61%)·74.6%(70대) 등으로 이용률에 차이가 있었다.

제조업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40대) A씨는 심층면접에서 “휴게실 겸 회의실·면담실이 있고 작은 소파가 있다. 휴게실말고도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공간도 좁아서 휴식하기 어렵다. 먼저 출근하거나 점심 먹은 사람이 쉬고 있으면 못 들어간다”고 말했다.

박준도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위원은 휴게실 시행령이 현장과 괴리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박 연구위원은 “고임금 노동자들에 비해 저임금 노동자들이 휴게실이 부족할수록 저임금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더 직접적”이라며 “아이러니하게도 휴게실 의무화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서는 저임금 및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휴게실도 좁은 공간, 부족한 개수, 파견 노동자에 대한 차별 등 개선해야 할 것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간이 좁은 50인 미만 작은 사업장 등에서는 휴게실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 중 하나로 공동휴게실 등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설치대상과 관리기준 등 구체적 사항은 하위규정에 위임함에 따라 현재 시행령을 마련 중에 있다. 법은 올해 8월 18일부터 현장에 적용된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의 입법예고에 따르면 휴게시설 설치 의무 대상을 상시 근로자 20명 이상 또는 건설업은 공사금액 20억원 이상 사업장으로 명시했다. 민주노총 측은 ▲모든 일터에 휴게실 설치 의무화, 휴게권 보장 ▲시행령 입법안 철회, 법 취지에 맞는 시행령 제정 ▲산업단지 공동휴게실 설치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실 환경 노사 합의하여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