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동자들이 말하는 최저임금···”노동강도는 ‘최저’가 아니지만”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대구지역 최저임금연대 주최로
'2023년 적용 최저임금을 말하다: 최저임금 현장 증언대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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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업계 당사자들은 최저임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23일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대구지역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업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중언대회를 마련했다.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를 진행 중이다.

‘2023년 적용 최저임금을 말하다. 최저임금 현장 증언대회’는 현장증언자들과 정책 발제 크게 두 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했다. 현장 증언자로는 ▲제조업노동자 : 구영태(금속노조 한국댓와일러 분회장) ▲청년알바노동자 : 김지원 ▲이주노동자 : 김희정(성서공단노조 위원장) ▲아파트경비노동자 ▲돌봄노동자 : 김미숙(돌봄서비스노조 대구경북지부 지부장)가 나섰다.

▲ 23일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대구지역 최저임금연대가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2023년 적용 최저임금을 말하다! 최저임금 현장 증언대회’는 대구 달서구 민주노총 대구본부에서 열렸다.

구영태 금속노조 한국댓와일러 분회장은 노동현장에서 ‘최저시급이 최고시급이 된다’고 했다. 구 분회장은 “신입 현장직의 시급은 9,200원인데, 정식 계약이 이뤄지면 만근수당·가족수당·근속수당·설비수당·간식비 등으로 임금 명목이 바뀐다”며 “최저임금법상 일부 수당이 임금에 산입되는 상황을 사측이 교묘하게 이용해 10년 차 노동자도 실질 임금인상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급여를 올리기 위해서는 잔업과 특근 등 연장근무를 해야하는데, 연장근무를 서로 하기 위해서 노동자들끼리 경쟁을 한다”며 “지속적인 연장 근로 지옥에서 벗어나도록 최저임금이 생활임금 수준으로 인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현장 증언자인 청년 알바노동자 김지원 씨는 대부분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있지만 노동강도는 결코 ‘최저’가 아니라고 했다. 김 씨는 대구에 있는 백화점 키즈카페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음식점과 전단지, 선거운동원 등의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김 씨는 “키즈카페에서는 계속 서있어야 했는데, 잠깐이라도 앉아있는 모습을 들키면 혼났다. 고객이 우선이라는 감정노동도 심했다”면서 “또다른 카페에서 일할 당시에 주 7일, 하루 8시간이 넘는 근무조건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주휴수당 등 기타수당은 당연히 없었다. 여기선 10일 밖에 일하지 못했다. 10일 째 되던 날, 탈수로 응급실에 갔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라고 느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며 “그런데도 (업주는) 최저임금을 주는 것도 아까워 10분 일찍 오고, 10분 늦게 가길 원했다. 유니폼 착용과 출근기록부 기재 등 업무 외의 일로 적지않은 시간도 할애했다”고 덧붙였다.

대구아파트경비노동자모임에 속해 있는 아파트경비노동자 A씨는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연차를 내고 왔다. A 씨는 보통 당일 이른 아침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퇴근하는 24시간 맞교대 근무 형태로 일하고, 공휴일이나 연휴에도 동일하게 순번대로 근무한다.

A 씨는 “휴게시간에도 아파트를 벗어날 수 없는데, 24시간 근무지에 있어도 ‘유급’ 근무는 10~12시간만 인정된다. 월 360시간 근무지에 있어도 유급 인정 시간은 270시간에 불과하다”며 “장시간 근무와 야간 근무에도 모두 최저시급 기준이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90% 이상이 용역업체에 소속돼 있다”고 밝혔다.

정책 발제에 나선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정책 진짜로 중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오 연구실장은 “최저임금은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수준을 보장해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모든 수당과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해 최저임금이 마치 ‘최고임금’처럼 돼 버렸다”고 짚었다.

▲ ‘2023년 적용 최저임금을 말하다!: 최저임금 현장 증언대회’에서 정책 발제자로 나선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정책 진짜로 중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최저임금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동이 찾은 대안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었다. 자본가들은 최저임금의 차등적용과 산입범위 확대로 이를 무력화했다”며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를 심층적으로 조사하고, 산입범위 개악과 관련한 실태조사나 폭로 등이 필요하다. 지불 능력이 풍부해진 대기업 등 원청이 책임지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오 연구실장은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포기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근로감독을 통해 적발된 경우와 신고사건을 통해 확인된 경우를 비교해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는 근로감독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한 고발센터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이날 사용자위원 측은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와 같은 9,160원을 제시했다. 앞서 근로자위원 측은 18.9% 높은 1만 89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은 양측 위원들이 최초 요구안을 두고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이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