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규 칼럼] 집중호우, ‘나는 위험하다’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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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39명, 호우 피해 1조 372억 원.’ 불과 2년 전, 2020년 7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발생한 집중 호우 피해다(행정안전부 2020 재해연보). 세계 속에서 우뚝 선 우리나라가 집중호우에는 이토록 취약하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피해 사례를 보며 경각심을 갖고자 한다.

1996년 7월 27일부터 3일 동안 전방에서 장병 60명이 폭우와 산사태로 사망했다. 1998년 7월 31일부터 2일 동안 게릴라성 폭우로 324명 사망했다. 2011년 7월 27일 서울에서 산사태로 16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날 전국에서는 하루 만에 5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됐다.

집중호우는 7월 말부터 8월 초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피해 사례를 보면 천재지변보다 인재(人災)가 더 많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은 안전불감증이 사회 전반에 팽배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군부대에서 일어난 호우 피해를 보자. 1996년 전방 6개 부대 11곳의 막사가 산사태로 흙더미에 묻혔다. 당시 폭우와 산사태로 장병 60명이 사망했다. 필자는 17년 전, 산사태가 난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며 전방경계만큼 안전의 중요성을 절실히 체감했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북한군의 침투 사례가 15차례나 되는 곳이다. 2004년에는 월북자가 발생했고, 2005년에는 귀순자가 철책을 넘어온 지역이다.

장병들은 악조건 속에서 불철주야 전방을 살피면서 정작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막사 주변을 살피지 못했다. 당시 10주년 추모제 때 오열하는 유가족을 보면서 애통함이 필자의 가슴을 도려냈다. 미리 대처하지 못한 것도 원망스러웠다.

1998년 7월 말부터 2일 동안 지리산에 유례가 없는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면서 103명이 사망했다. 6.25전쟁 이후 지리산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사흘 뒤 서울 인근 송추계곡에서 산사태로 21명이 사망하고 2명은 실종되었다.

어이없는 피해를 본 것이다. 사회 전반에 안전 불감증이 심각했다. ‘나는 괜찮겠지, 다른 사람은 위험해도 나는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이 문제였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은 탓이다.

2011년 7월 26일, 서울에서 집중호우로 예술의 전당이 있는 우면산 산사태는 그 누구도 예상 못했다. 왕복 6차선 도로를 넘어 있는 아파트에서 일하던 분들이 흙더미에 묻힐 정도로 엄청난 산사태였다. 당시 수도방위사령부에 근무한 필자는 처참한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복구 모습 [사진=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대부분 시민들은 우면산 정상에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줄 몰랐다. 군사보안이 중요한 만큼 안전점검도 중요함을 깨달은 계기였다. 또, 수도방위사령부가 서울시민들에게 깊은 신뢰를 받는 계기였다.

규정상 지자체에서 군에 복구 작전을 요청해야 지원하는 시스템이지만, 수도방위사령부는 규정을 뛰어넘어 선제적으로 시민들을 찾아가서 복구 작전을 펼쳤다. 물론 경찰과 소방대와 통합작전이었다.

과거 집중호우 피해와 복구 작전을 통해 새겨야 할 교훈을 도출해본다. 첫째도 둘째도 예방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나는 괜찮겠지’가 아니라 ‘나는 위험하다’라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2022년, 이미 집중호우가 시작되고 있다. 철저히 사전에 대비하고 대비한다면 그 어떠한 폭우 속에서도 안전할 것이다. 사전대비, 안전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