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만나는 제주4·3과 여순항쟁···‘동백이 피엄수다’

6개월 동안 서울, 광주, 대전, 대구, 부산 순회전
한국전쟁 전후의 야만적 역사에 대한 진실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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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사단법인 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제주4·3 74주년을 맞아 마련한 전국 순회전 <4·3과 여순 : 동백이 피엄수다> 대구 전시회가 대구문화예술회관 12, 13전시관에서 개막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참여작가 11명의 사진, 회화, 영상, 설치미술과 당시 기록물 등 130여 점으로 꾸민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6일까지 이어진다.

▲<4·3과 여순 – 동백이 피엄수다> 대구전시회 개막식. 대구문화예술회관 (사진=정용태 기자)

이날 오후 3시 열린 개막식에는 참여작가를 비롯한 전시 주최 측과 경산코발트광산 유가족, 10월항쟁 유가족, 노무현재단 대구경북위원회 등 대구·경북 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제주도민회 관계자 등 약 50명이 참석해 작가들의 해설과 함께 전시 작품을 관람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진우 전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이번 전시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형제의 역사인 4·3과 여순을 70여 년 만에 하나로 연결하여, 해방과 정부 수립 과정에서 발생한 국가 폭력과 이에 저항한 민중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인권 유린의 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취지로 준비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한국전쟁 과정에서 대구형무소 재소자(제주4·3과 여순10·19 관계자), 보도연맹, 예비검속 등의 관계자들이 고통스럽게 잠들어 있는(경산코발트광산), 대구·경북에서 시민들과 함께하게 되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전시가 시작되는 12전시실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정기엽 작가의 설치미술 ‘제주는 비에 젖지 않는다’가 암실 속에서 관객을 맞는다. 왼쪽은 손유진 작가의 인두화 ‘제주공동체’, 오른쪽은 주철희․ 박진우 작가가 출품한 미군 문서들과 당시 언론 기사, 정부 기록 등을 전시했다. 뒤편으로 임재근 작가의 4·3당시 대전 골령골의 학살 현장 사진과 현아선 작가의 연필화가 이어진다.

▲<4·3과 여순 – 동백이 피엄수다>전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손유진 작가. 대구문화예술회관 (사진=정용태 기자)
▲<4·3과 여순 – 동백이 피엄수다>전 가운데 임재근 작. 대구문화예술회관 (사진=정용태 기자)
▲<4·3과 여순 – 동백이 피엄수다>전 가운데 이찬효 작 ‘성역’. 대구문화예술회관 (사진=정용태 기자)
▲<4·3과 여순 – 동백이 피엄수다>전 가운데 이수진 작 ‘백비’. 대구문화예술회관 (사진=정용태 기자)

13전시실은 이찬효 작가의 조각으로 꾸민 설치미술 ‘성역’을, 박금만 작가의 ‘동네형, 청암이형’ 등 역사화, 박성태 작가의 사진 ‘동백’을 비롯한 당시 여순 현장을 담은 흑백사진, 이수진 작가의 ‘백비’를 비롯한 보리줄기로 만든 작품을 전시했다. 이하진 작가는 예술 작품을 하나의 이야기(story-telling)로 엮고 전시해설을 담은 전시 도록의 구성작가로 참여했다.

백경진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상임이사는 “대구경북은 제주4·3 영령들과 여순10·19의 영령들의 신원도, 명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역사의 아픈 현장”이라며 “코발트 광산 현장을 비롯해 4·3항쟁과 형제인 여순항쟁 등 11명의 작가가 한국전쟁 전후의 야만적 역사에 대한 진실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대구 전시회의 의미를 말했다.

<4·3과 여순 : 동백이 피엄수다>전의 전시 기간은 총 6개월이고 서울, 광주,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 주요 5대 도시에서 펼쳐진다. 앞서 지난 3월 28일 서울 전시회를 시작으로 광주, 대전에서 전시를 가졌고, 대구 전시에 이어 8월 8일부터 부산 전시회가 이어진다.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