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의 다시보기] 10월 9일 35R 대구FC vs 수원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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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일) 저녁 7시 스프릿B 그룹의 선두 수원FC를 DGB대구은행파크로 불렀다.

시즌 막바지 매 경기가 결승전임을 알고 있는 양쪽 팬들의 양보 없는 응원 열기가 경기 시작 전부터 한껏 달아올랐다.

홈팬들의 통일된 구호와 일사불란한 응원 동작에서 시즌 막바지임을 알 수 있었다. 대구는 홍철을 아꼈고 수원FC는 이승우와 라스를 감추었다. 대구는 수비형 미들을 배치한 쓰리백, 수원FC는 공격형 미드필드를 포진시킨 포백, 서로에게 익숙한 전형으로 진영을 구축했다.

초반 경기 전개가 쉽지 않았던 수원FC의 김도균 감독은 비교적 이른 시간인 전반 12분경 U-22 자원 정재윤과 장재웅을 빼고 정예 공격수 이승우와 정동호를 투입했다.

첫 번째 유효 슈팅은 대구의 간판 세징야의 몫이었다. 임팩트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공격의 마중물 역할로는 손색없었다. 4분 후인 21분경 황재원, 고재현이 합심했다. 제카의 헤더 흘림이 그림을 만들었다. 황재원이 간수한 볼을 골문을 향해 달려들던 고재현에게 연결했다. 이미 골맛을 알고 있는 고재현이 놓칠 리 없었다. 팽팽했던 균형이 무너졌다. 고성동이 들썩였다.

선제 실점을 허용한 수원FC 선수들이 분발했다. 자신의 교체 직후 허용한 실점에 자존심이 상했던 이승우의 성가심이 극심했다. 30분경 기어코 자신의 발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한발 빠른 침투를 제어할 방법이 없었다. 경기는 원점이 되었다.

치열한 공방을 펼친 전반의 양상은 공격적 전형을 구축한 수원FC가 점유율을 가져가고 대구는 속공으로 맞서는 양상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양 팀의 미드필더 성향에서 이미 공격 방식이 결정되었다.

승부를 쉽게 점칠 수 없는 후반이 시작되었다. 9분 제카가 경고를 받았다. 이용래, 케이타까지 석장의 경고가 누적되며 승리를 향한 열기가 고조되었다.

▲[사진=대구FC 페이스북]

12분 세징야가 상대 엔드라인에서 프리킥을 유도했다. 감아 찬 볼이 조진우의 머리로 연결되었다. 공격에 가담한 홍정운의 발밑으로 왔다. 놓치지 않았다. 시즌 2호골을 결승골로 만들었다. 다급해진 김도균 감독은 18분경 무릴로 대신 라스를 투입했고 교체 투입되었던 정동호까지 아웃시키고 김승준을 투입했다.

대구도 곧바로 체력이 소진된 이용래 자리에 장성원을 투입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어수선한 교체 타임에 수원FC가 결정적 찬스를 만들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21분 세징야마저 경고를 받았다. 빗줄기는 굵어졌고 볼 간수는 까다로워졌다. 승리를 지키고 싶었던 최원권 감독대행은 동시에 두 장의 카드를 내밀었다. 아껴두었던 홍철을 케이타 자리에 투입했다. 이적 후 전 경기 출장으로 체력이 고갈된 제카에게 휴식을 주면서 이근호의 빠른 발에 기대를 걸었다.

수원FC는 33분 센터백 곽윤호까지 정재용으로 교체하는 강수를 두었다. 라스 또한 아웃된 볼을 킥인 위치로 공수할 만큼 다급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경기가 과열되면서 해프닝도 벌어졌다. 사이드 라인 밖에서 질주하던 세징야를 선심이 본의 아니게 방해했다. 볼을 쫓던 선심과 공격을 전개하던 공격수가 경합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되었다.

시종일관 빌드업으로 공격을 전개하던 수원FC도 다급한 상황에서는 단순한 방식을 선택했다. 전방의 장신 공격수 라스의 머리에 의존했다.

4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다. 동점을 위해 전원이 공격에 나선 수원FC의 파상공세가 쉼이 없었다. 흘러나온 볼을 잡은 세징야가 원맨쇼를 시전했다. 전진한 상대 골키퍼를 넘기는 70m 롱킥을 날렸다. 골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허둥대는 상대 골키퍼를 보며 미소 짓게 만드는 팬서비스를 선물했다.

수원의 프리킥을 오승훈이 갈무리하면서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대구 선수들은 열세였던 상대 전적의 균형을 맞추며 자존심까지 되찾았다.

골문 뒤를 가득 채운 홈 응원단은 흥에 겨워 함성과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인터뷰어는 결승골의 주인공 홍정운이 차지했다.

더 절박한 대구가 한 걸음 더 뛰었다. 상대적으로 절박함이 부족했던 수원을 상대로 승점 3점을 확보해서 강등권에서 반 뼘 더 달아났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보다 더 절박한 팀들과의 진검승부가 남아있다. (끝. 8,097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