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야외무대 새 명칭은 ’동성로 28광장‘, 민주광장 역할 유지할 수 있을까

중구,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더 자유롭게 공간 활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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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동성로의 야외무대 재정비 사업을 두고 지역 인권단체가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단상 형태의 무대를 없애고 조형물을 세우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입장인데, 중구청은 공연·집회 같은 행사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근 상인들은 동성로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하면서도 단상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구청장 류규하)는 대구시로부터 특별교부금 9억 원을 받아 ‘동성로 야외무대 재정비 사업’을 지난달 24일부터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5~27일 사이 야외무대 철거가 완료됐고, 이달 24일 제막식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가로 10m, 세로 5m, 높이 6m 규모의 문화예술공간이 기존 무대보다 2m가량 앞쪽에 들어설 예정이다. 중구청에 따르면 기존 상설 야외무대는 2009년 5월 준공돼, 시설 노후화 및 기능 저하에 대한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동성로 문화예술공간 조감도. (사진=중구청)

야외무대 명칭은 ’동성로 28광장‘이 될 예정이다. 중구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주소지가 ’동성로 28‘이기도 하고, ’228‘이 대구에 유의미한 숫자이기도 해서 선정됐다”면서 “단상은 없어지지만 공연이나 집회 같은 행사를 충분히 진행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공간을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무대가 필요하면 임시로 설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근 상인들은 침체된 동성로 상권 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 광장 인근 화장품 가게 직원 A(여, 37) 씨는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오면 어쨌든 분위기 전환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 야외무대서 행사든 집회든 열리면 사람이 많이 오니 좋은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밝혔다.

옛 대구백화점 뒤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남, 54) 씨는 “단상 자체에 불만이라기보단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것 같아 민원을 넣은 적 있다. 낡기도 많이 낡았고 어떤 행사는 하루종일 너무 시끄러워서 제대로 장사를 할 수가 없었다”며 “재정비 사업 이후에도 중구청이 상권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호 대구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은 “기존 무대가 15년 정도 돼서 노후화가 심하고, 일부 상가에선 시야를 가린다는 의견이 있었다. MZ세대는 단상 없이 무대가 아닌 곳에서 공연을 많이 한다고 해 단상을 없애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조형물, 이름 등 상인들과 충분히 논의가 된 후에 공사가 시작돼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가 진행 중인 동성로 야외무대 현장. 현재 철거가 완료됐으며, 24일 제막식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역 인권단체는 동성로 야외무대 재정비 사업을 영리 목적이 아닌 시민의 공익과 민주광장 목적에 부합하도록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실천시민행동, 인권운동연대 등 대구인권단체모임은 3일 성명문을 통해 “동성로 야외무대 재정비 사업 방향이 중구청이 밝히고 있는 ‘동성로 일대 상권 활성화’보다는 ‘시민들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문화적 권리, 보행권 등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부합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시민사회단체, 예술문화단체, 장애인단체, 상인 등 다양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여론 수렴을 통한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며 “지난 권위주의 시대 민주화를 요구한 수많은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이루어지는 대표적 공간이었으며, 민주화 이후에도 시민사회단체들의 각종 집회와 캠페인 등이 개최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