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구·군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 예정, 공무원노조 “노사 합의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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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8개 구·군이 내년 4월부터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범 도입한다고 밝힌 것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생업에 종사하다가 점심시간에 짬을 내 민원을 보러 오는 시민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대단히 잘못된 조치”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는 성명문을 내 “공무원도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이고 정부에 의해 고용된 노동자”라며 “점심시간 휴무제의 전면 실시로 공무원 노동자는 더욱 수준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의 점심시간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전국 지자체에 확산 중이다.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는 점심시간 본청을 찾는 민원인이 적고 무인 발급기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8개 구·군은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시민 홍보 기간을 갖고, 4월부터 10월 시범 도입 기간을 거친 뒤 지속 여부 등을 정할 예정이다. 여권과 등 민원이 집중되는 부서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는 휴무제 시행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본부장 조창현)는 구청장·군수협의회가 발표한 내용이 노동조합과 합의한 내용과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가 17일 발표한 성명문에 따르면 지난 14일 노조와 조재구 남구청장(군수협의회장)이 합의한 수정안에는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대시민 홍보, 내년 4월 읍·면·동을 포함한 점심 휴무 전면 시행, 내년 9월 시행 결과에 따른 평가와 지속 여부 결정’의 내용이 담겼다.

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는 “구청장·군수협의회가 언론에 발표한 내용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형편없는 것”이라며 “말 바꾸기로 시간을 끌다가 최종적으로 사측이 제안한 수정안에 동의한 것인데, 그것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공표하는 행위는 노동조합을 기만한 것은 물론, 노사관계의 기본적 사항을 인지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준표 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점심시간에 교대 근무를 해서라도 민원 공백을 없애야지 점심시간에 민원실을 폐쇄한다는 것은 공직사회 기본 도리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사진=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16일 점심시간 휴무제 자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고 국민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국민에 대한 무한 봉사자”라며 “최근 대구시 구.군 일부에서 점심시간에 민원실 셔터를 내리겠다고 결정한 것은 생업에 종사하다가 점심시간에 짬을 내 민원을 보러 오는 시민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대단히 잘못된 조치”라고 비난했다.

이어 “점심시간에 교대 근무라도 해서 민원의 공백이 없어야지 일부 공무원 노조에서 시위를 한다고 해서 점심시간에 민원실을 폐쇄한다는 것은 공직 사회 기본 도리에 관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는 앞서의 성명문에서 “홍준표 시장은 얄팍한 몇 마디 말로 국민과 공무원을 갈라치는 망언을 중단하라‘며 ”점심시간 1시간 휴식은 단지 배고픔만을 면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다. 공무원 노동자가 스스로 자신의 노동권을 존중할 수 있어야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도 존중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노조는 “내년 1월 1일 전면적인 점심시간 휴무제 실시를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