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규 칼럼] 북한의 무인기 도발, 손가락 말고 하늘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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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로 북한의 무인기도 못 잡으면서 미사일을 잡는다고?” 5년 전, 북한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를 무인기로 촬영한 것이 드러나자, 주민들이 자주 하던 말이다.

당시 필자는 사드기지에서 근무하였기에 주민들의 농담에 맞장구를 칠 수도 없었다. 당시엔 “북한의 무인기(드론)가 사드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섬뜩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집요하게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을 보며 안심했다.

지난 26일 오전 북한의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그중 1대는 서울 북부지역까지 비행하고 돌아갔다. 오만가지 걱정이 든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보여준 무인기의 위력이 스쳐간다. 만약 북한이 오판하여 무인기로 공격한다면 어떻게 대응하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겨울 한파에 얼어붙은 우리 사회가 안보 불안까지 겹쳐 더 얼어붙었다. 이번에 군은 2014년 이래 처음으로 무인기를 탐지하고 추적까지 했지만 격추하지 못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일부 언론은 군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을 먼저 규탄해야 하지 않은가

사실 지난 국회에서 무인기 관련 예산이 50% 삭감되었다. 북한이 도발하기 전에 이를 지적한 언론은 없다. 예산 삭감이 아니라는 정치권의 구차한 변명이 역겹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보는 무인기의 위력을 볼 때 예산을 대폭 증액해도 모자랄 판이다.

이번 북한의 무인기 도발 건을 보며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칫 하늘을 보아야 하는데 손가락만 볼까 우려된다. 2017년 북한 무인기가 사드기지를 휘젓고 회항하는 중 강원도 인제에서 추락했다. 필자는 이때부터 3년 동안 사드기지에서 근무하며 주한미군이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해 집요하게 대비하는 것을 보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현장에 있는 한미 장병들이 최종 해결자임을 잊지 않았다. 아무리 첨단과학기술이 뛰어나도 그것은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장병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에 여러 번 감동을 받았다.

2022년 한 해를 보내며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무인기로 인해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없다. 모두 자기 자신을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북한의 무인기 침범을 계기로 전화위복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서로 더 신뢰하면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협력하자. 우리 사회를 더 단단하게 하는 것이 국방의 기초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튼튼한 국방으로 감히 우리를 넘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