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없는 대구시’, “대형마트 의무휴업 2월부터 변경” 발표

2월 13일부터 의무휴업 평일 전환 확정된냥 알려
대구시 주장대로면, 실제 일해야 하는 구·군은 요식행위만
볼멘소리도 "구·군이 할 일 대구시가 확정 발표, 옳지 않아"

19:06
Voiced by Amazon Polly

대구시가 2월 10일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월요일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권한은 구‧군에 있음에도 관련 절차를 마치기 전에 대구시가 먼저 ‘전환을 확정’ 해버린 셈이다. 구·군은 13일 의무휴업일 변경 지정을 위한 행정예고를 공고했고,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전환을 확정해야 한다. 일부 구‧군은 대구시가 확정적인 표현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13일 오전 대구시는 ‘2월부터 대구시 대형마트 월요일에 쉰다!’는 제목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을 일선에서 추진하는 대구시 8개 구·군은 오늘부터 20일간 행정절차를 거쳐 2월 10일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예정이다.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대구지역 대형마트는 2월 13일부터 둘째, 넷째 주 월요일에 쉬게 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대구시 보도자료에 따라 이날 오전부터 각종 언론은 2월부터 의무휴업 변경이 확정된냥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변경 권한이 있는 대구 8개 구‧군은 13일부터 20일 간 의견수렴을 해야하고, 2월 6일부터 8일 사이에는 유통상생발전협의회도 열어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법과 조례에 따르면 구·군 단체장은 이해당사자간 ‘합의’를 거쳐 의무휴업일을 변경해야 한다. 의견수렴과 협의회는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어서 경우에 따라 추가적인 논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마트노동자들은 13일 달서구청과 북구청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전환 반대 서명이 담긴 의견서를 전달했다. (사진=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대경본부)

대구시와 구·군은 지난 10일  담당자 간 회의를 통해 대구시 요청에 따라 일정을 맞추기로 의견 일치는 봤지만, 권한을 가진 구·군이 절차를 진행하기도 전에 대구시가 전환을 확정적으로 전하면서 일부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구청 관계자는 “우리가 행정예고를 올리기도 전에, 대구시가 보도자료를 먼저 배포했다. 구·군에서 하는 일을 대구시가 시행한다고 확정 지어서 먼저 발표하는 건 맞지 않다”며 “행정예고를 한다 해도 이후에 어떤 일이 있을지는 모른다. 100% 한다는 게 아니다. 우린 조심스러운 입장인데 확실하다는 식으로 보도자료가 나갔다. 상상도 못 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구시는 행정예고가 나간 이상 의무휴업의 전환은 변동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윤희 대구시 민생경제과장은 “행정예고가 나간 이상 ‘앞으로 평일로 전환해서 월요일에 한다’는 게 보완하거나 바뀔 사항은 아니”라며 “구‧군으로부터 행정예고가 13일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합의 내용을 듣고 수합하는 입장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말했다.

대구시 주장에 따르면 구·군이 진행하는 의견수렴과 이해관계자 간 합의 도출 과정은 휴업일 전환이라는 대전제는 두고 구체적인 시점만 조율하는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대구시 보도자료 내용만 놓고 보면 구체적인 시점 조율도 불가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사실상 의견수렴과 이해관계자 합의 도출 과정이 ‘요식 행위’라는 의미다.

같은 날 마트노동자들은 달서구청, 북구청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전환 반대 서명이 담긴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나머지 구·군과 대구시에도 같은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대경본부 측은 “달서구와 북구에서 현재 각각 500명이 넘는 종사자들의 반대 서명을 받았다”며 “12일부터 구청 담당 공무원들이 면담을 하자며 연락오고 있다. 정작 판을 벌인 홍준표 시장은 뒤에 숨고 구청장과 구청 공무원을 앞세워 상황을 모면해보려는 태도에 마트노동자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13일 보도자료를 내 “홍준표 시장의 번갯불에 콩 볶아 먹으려는 버릇은 여전하다”며 “의무휴업일 지정은 각 구·군에 권한이 있는데, 대구시장이 이를 협약이라는 이름으로 강제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도 어긋나고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월권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