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온 이태원 참사 유가족 “하나하나 빛나던 아이들, 진상규명까지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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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대구를 찾아 “가족은 돌아올 수 없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할 수 있다.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추모기간을 맞아 대구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는 시민 60여 명이 참여해 자리를 지켰다. 유가족들은 참사 당일 밤 가족 소식을 들은 이야기부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지금의 상황까지 풀어내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대구간담회가 15일 저녁 6시 30분 대구혁신공간 바람에서 열렸다.

최유진 희생자의 아버지인 최정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은 “여기 동성로는 20주기 지하철참사가 벌어졌던 곳과 가깝다. 아내와 딸을 잃은 유가족도 만나 뵀는데,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오히려 본인이 죄송하다고 말했다”며 “그 전엔 시민사회단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다. 우리는 시민사회단체, 시민대책회의, 민변처럼 도와주는 분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다. 대구에도 도움을 요청하러 왔다. 적극적으로 주변에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최 운영위원은 “이전의 참사와 비교해봤더니,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과정이 달랐다. 세월호 참사는 시신 수습 과정이 길었다. 그 과정에서 유가족이나 국민 공감이 있어서 대통령도 사과했다. 대구지하철참사는 화재로 시신이 소실돼 신원 확인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국민들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는 시작과 동시에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말했다.

이어 “분향소는 일방적으로 만들어졌고, 무언가를 감추는 프레임에 매몰돼 있다. 계속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줘야 하고, 계속해서 지친다. 절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다만 제대로 된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채림 희생자 아버지인 송진영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대구에서 간담회를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참석해 현실을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유가족들이 행정대집행을 막기 위해 서울시청 앞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채림이는 2002년 월드컵과 같이 왔다가 2022년 월드컵을 보지 못하고 떠났다. 왜 놀러 간 아이들을 나라 세금으로 보상해주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만약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아이를 이태원에 보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안전은 보장돼 있던 나라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홍두성 씨는 “다른 건 다 필요없고 가족이 돌아올 수만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안동에서 온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쌍둥이 동생인 홍두성 씨는 “사고 당시에 쌍둥이 형과 같이 있었다. 골목으로 밀려들어 가서 숨을 쉬기 어려웠고, 잠이 왔다. 쌍둥이 형이랑 거리가 멀어졌는데 형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홍 씨는 “25살에는 대구에서 일을 한다고 4년 정도 있었고 29살에 서울에 올라가서 작년 10월까지 형이랑 같이 살았지만, 지금은 형이랑 같이 뭘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마지막에 누워 있었던 것만 기억난다”며 “사고 이후 살아 있는 게 지옥이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가족이 돌아올 수만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대통령의 책임 인정과 사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파면, 독립적인 조사 기구의 설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시민대책회의에 함께 하고 있는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은 “진상규명‧책임자처벌, 피해자권리보장‧지원, 추모행동 확산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할 수 있는 건 국민들이 직접 입법 청원하는 것뿐이다. 함께 해 달라”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