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찰, 교회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기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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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교회 예배에 참석한 필리핀 이주노동자 9명이 비자 만료를 이유로 경찰에 단속돼 출입국에 넘겨졌다. 이주민선교회 등 단체는 정부의 강경한 미등록 이주민 단속이 종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대구달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11시, 달성경찰서는 문서 위조를 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교회에 모여있다는 신고를 받고 달성군 한 교회에 출동했다. 경찰은 당시 교회에 교인 약 20명이 예배 중이던 상황이라 1시간가량 기다리다가 12시 40분께 예배당에 진입해 체류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9명을 연행해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넘겼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에서는 교회 내부에서 이주민 수 명이 수갑이 채워져 체포됐고, 그 옆에서 다른 이주민 수 명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확인된다. 해당 교회는 필리핀 국적의 목사가 운영하며 교인도 필리핀 이주노동자가 주로 방문하는 교회다.

▲12일 대구 달성군 한 필리핀 교회에서 경찰이 미등록 이주민 9명을 체포했다. (사진=대구이주민선교센터)

달성경찰서는 당시 문서 위조 관련 신고 접수를 받아 출동했고, 현장에서도 예배가 종료된 것을 확인한 다음 안전에 유의하며 비자가 만료된 이들을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주민 단체에서는 미등록 이주민 단속 기관이 아니면서도 사실상 단속 업무를 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정부가 이주민 단속을 강도 높게 펼치면서 이주민 기본권 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도 덧붙였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13일 오후 2시 달성경찰서에 방문해 전용찬 달성경찰서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참석한 박성민 목사는 “경찰 신고는 다른 빌미가 있어도 사실상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하게 할 목적으로 제기된다”며 “종교시설에 들어와서 예배하러 온 사람들을 단속한 사건인데 종교시설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경찰 단속과 별개로 법무부는 지난 2일부터 경찰,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합동단속을 시작했다. 법무부는 “국민 일자리 잠식 업종, 불법체류 외국인 상습 고용업체 등을 중점 단속한다”고 밝혔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