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도 불사···회사 없는 일자리 없다”···대구 농기계 기어펌프사 대표의 압박

2018년 상여금 기본급 산입 문제로 노조 결성
금속노조 가입, 탈퇴 끝에···지난해 8월 복귀
사측, 단체교섭 해태···지난 2일 파업, 3일 직장폐쇄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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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물러서지 않는 한 폐업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말은 협박이 아니며 진심에서 우러나온 창업자의 각오다. 회사 없는 일자리는 존재하지 않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대구 달성군 소재 농기계 기어펌프 제조회사 조양과 자회사 한울기공 대표이사가 지난 11일 직원들에게 돌린 입장문 중 일부 내용이다. 이곳에선 2018년 직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한 후 노조 와해를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갖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24일 ‘조양 대표이사 구속수사 촉구, 불법적인 직장폐쇄 중단, 부당노동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청에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사진=민주노총 대구본부)

조양‧한울기공은 전 직원이 29명인 작은 회사다. 이중 20여 명의 노동자가 처음 금속노조에 가입한 건 2018년이다. 2017년 회사가 상여금 600% 중 절반을 기본급에 산입시켰고, 그다음 해인 2018년 나머지의 100%까지 기본급에 산입시키려 하면서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하지만 사측이 ‘노동조합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며 금속노조 탈퇴를 회유했고, 이에 2019년 상반기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를 설립했다가 지난해 8월, 금속노조에 재가입하는 과정을 겪었다. 노조는 금속노조 재가입 이후 사측이 지속적으로 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1차 단체교섭부터 사측은 대표이사가 불참하는 등의 방식으로 교섭을 거부했다. 3월 고객사 납품업체와 금속노조 측에 ‘납품중단 예상 통보 건’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노조가 공개한 이 공문에서 사측은 “싸움은 노조가 포기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며, 노조가 물러서지 않는 한 사업 정리도 각오하고 있다”고 적었다. (관련기사=달성군 농기계 기어펌프 회사 직장폐쇄, 노조 “명백한 불법” (‘23.05.16.))

같은 달 사측은 손기백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장을 절도,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형사 고소하기도 했고, 징계 해고하려다 철회도 했다. 이를 두고 노조는 ‘노동조합 압박용’이라고 주장했다. 손기백 분회장은 “교섭 진행 전부터 대표이사가 분회장에 대해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한울에서 조양으로 기계를 옮기는 과정에 일부 프로그램이 삭제된 일에 대해 기계 담당자인 분회장이 책임자라 해서 고소한 건데, 아무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일 노조는 사용자의 교섭거부 해태로 단체교섭이 결렬됐다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 종료 후 교섭 파행 결과로 노조가 5월 2일 파업에 돌입하자 바로 다음 날인 3일, 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지난 11일 조양한울 대표이사는 직원들은 단체대화방에 초대해 “회사가 없으면 일자리도 없다”며 파업 철회를 압박했다. (사진=노조 제공)

사측은 3주가 지난 지금도 직장폐쇄 상태를 유지하며 “노조가 물러서지 않는 한 폐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1일 조양·한울기공 대표이사는 파업에 참여한 금속노조 조합원 24명뿐 아니라 직원 대부분을 SNS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서 ‘파업에 따른 공지사항’이란 글을 게시했다.

조양·한울기공 대표이사 명의의 글에는 “노동조합의 파업은 ‘임금 협상이 아닌, 임금교섭 결렬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분회장 등의 형사 고소건 취하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배는 떠났다. 파업이 끝난다 하더라도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며 매출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일거리가 없어 인원 정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노조를 압박했다.

이어 “노조가 물러서지 않는 한 폐업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말은 협박이 아니며 진심에서 우러나온 창업자의 각오”라며 “많이 늦었지만 아직 폐업할 위기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파업을 철회하고 조건 없이 업무에 복귀한다면 물량에 따라 점진적으로 인원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며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다. 회사 없는 일자리는 존재하지 않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한 채 임원진과 비조합원 일부가 생산라인을 돌리고 있다. 이에 맞서 조합원들은 아침마다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24일 오전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고용노동부 대구서부지청 앞에서 조양 대표이사 구속 수사와 직장폐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민주노총은 “조양 대표이사는 금속노조가 지난해 조양·한울기공과 체결한 단체협약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하고 금속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며, 노동청에 “조양·한울기공 사용자의 노동조합및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선제적‧공격적 직장폐쇄 그리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뉴스민>은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조양·한일기공 대표이사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답하지 않겠다”는 대답만 들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